• 홈가드닝·플랜테리어… 대세가 된 반려식물

    입력 : 2022.04.26 10:56:51

  • 서울 은평구에 사는 윤성호 씨(45)는 최근 거실 한쪽에 텃밭용 화분을 놓고 그 위에 LED 조명을 설치했다. 팬데믹 이후 의도적으로 저녁약속을 줄이면서 생긴 취미 중 하나다. 그동안 화분 두서너 개를 키우다 아예 상추나 깻잎 같은 채소를 직접 길러 먹기 위해 필요한 장비를 들였다. 윤 씨는 “회사 동료가 추천해준 취미인데, 별다른 기술 없이도 잘 자라고 직접 기르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초록 식물이 싱그러워 나름 힐링도 되고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장기화된 팬데믹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초록색 식물이 코로나 블루를 완화시켜줄 방역 아이템으로 인식되며 홈가드닝(Home Gardening)이나 플랜테리어(Planterier·플랜트+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삼성물산 ‘포레어 슬림’
    삼성물산 ‘포레어 슬림’
    ▶식물 키우기에 흠뻑 빠진 소셜미디어 온라인상의 소셜미디어는 이미 반려식물이 새로운 취미로 자리했다. 지난 4월 18일 반려식물 관련 단어를 살펴보니 100만 건 이상, 플랜테리어는 그보다 많은 105만 건이나 검색됐다.

    더불어 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일컫는 ‘식집사’라는 신조어도 주목받고 있다. 집 안을 식물으로 가득 채운 이들부터 침대 위에 덩그러니 놓인 단 하나의 화분까지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 식물도 가지각색. 서로 댓글을 주고받으며 식물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이들도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11월 농촌진흥청이 농식품 소비자패널 726명(평균 연령 48.7세, 월평균 소득 484만원, 평균 가구원 수 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41.7%가 반려식물이란 용어를 들어봤고, 그 의미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관상용(36.4%)이나 공기정화(24.9%)를 위해 기르는 식물이 반려식물로 적당하단 답도 60%에 달했다. 실내식물과 반려식물을 구분하는 기준으로는 43.1%가 애착 형성 여부를, 25.3%는 사람과의 교감 여부, 11.8%는 관리 빈도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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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가 하면 팬데믹 이후 반려식물에 관심이 늘었다는 답은 51.1%나 됐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46.3%)보다 20~30대(61.1%)의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취미로삼은 이들이 늘어나니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 현대리바트가 운영하는 홈퍼니싱 브랜드의 플랜테리어 관련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0%나 늘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홈가드닝 관련 매출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올 1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성장했다.

    특히 봄을 맞아 집안 분위기를 환하게 바꾸고 새 단장을 하려는 수요로 인해, 지난해 홈가드닝 매출의 약 40%가 봄(3~5월)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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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앗 구독부터 전용 재배기까지 이를 겨냥해 가전 업계에선 가정용 식물재배기가 인기다.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게 아니라 각종 씨앗 구독부터 전문 인력의 관리까지 차례로 이용할 수 있다. 물과 빛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가정용 식물재배기는 실내에서 손쉽게 채소나 꽃 등을 기를 수 있게 해주는 기기다.

    지난 2017년 출시된 교원 웰스의 식물재배기 ‘웰스팜’은 최근 누적 판매 5만 대를 돌파했다. 출시 이후 2년 동안 판매량이 1만 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웰스팜은 씨앗이 아니라 배송된 모종을 키우는 방식이다. 24시간 이내에 신선한 모종이 배송되고 채소 이식이나 기기 청소는 전문 엔지니어가 방문해 관리해준다. 씨앗 재배는 싹을 틔우기가 힘든데 건강한 모종을 통해 식물을 쉽게 길러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교원 웰스는 책상에 놓을 수 있는 크기의 ‘웰스팜 미니’도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제품보다 크기를 반으로 줄여 주방 식탁이나 책상에 올려놓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웰스팜의 주요 고객이 30~50대 주부였다면 제품을 소형화하고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 MZ세대 1인 가구를 집중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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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출시된 LG전자의 ‘틔운’은 흙과 햇빛 대신 물과 영양제로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 방식의 식물재배기다. 흙을 사용하지 않아 먼지나 벌레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꽃, 허브, 채소 등 재배 가능한 식물 종류도 다양하다. 소형 냉장고 크기의 틔운에 씨앗키트를 장착하고 물과 영양제를 넣어준 뒤 LED 조명을 켜주기만 하면 발아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올 3월에 출시된 ‘틔운 미니’는 크기를 축소해 ‘나만의 스마트한 정원’이란 콘셉트로 초도 물량 1000대를 6일 만에 완판했다. 침대 옆 협탁, 사무실 책상, 식탁 등에 배치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계절에 관계없이 채소는 약 4주, 허브는 약 6주 후 수확이 가능하고 꽃은 약 8주 동안 자란 후 꽃을 피운다.

    2개월마다 모종을 정기 배송하는 교원 웰스처럼 씨앗키트 정기 구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렌털 서비스인 케어솔루션을 이용하면 3개월마다 관리 인력이 가정을 방문해 환기·정수필터 교체, 위생관리, 성능 점검 등을 해준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 ‘LG씽큐’를 통해 물 보충, 솎아내기, 수확시기 등을 확인하고, 재배 환경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

    LG전자 ‘틔운’
    LG전자 ‘틔운’
    LG전자는 촛불맨드라미, 비올라, 메리골드 등 꽃 3종, 청치마상추, 비타민, 쌈추, 겨자채, 오크리프, 멀티레드, 적로메인, 멀티그린, 피델, 청경채, 케일, 로메인 등 채소 12종, 페퍼민트, 스피어민트, 타임, 루꼴라, 적소렐 등 허브 5종을 포함한 총 20종의 씨앗키트를 먼저 선보이고, 향후 종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반려식물과 공기청정기가 결합된 식물재배기 ‘포레어 슬림’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선정한 공기정화 기능 식물인 스킨답서스 등을 관상용으로 수경재배하는 벽 형태의 제품이다. 제품에 내장된 공기청정기와 에어백신이 미세먼지와 각종 세균·바이러스를 살균한다. 그런가 하면 SK매직도 지난 2020년 가정용 스마트 식물재배기 연구개발(R&D) 업체 에이아이플러스를 22억원에 인수한 후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CT) 전시회 ‘CES’에서 식물재배기를 공개했다.

    식물재배기 ‘웰스팜’ 렌털 서비스를 이용할 때 교원이 제공하는 식물 모종이 파주 공장에서 재배되고 있다.
    식물재배기 ‘웰스팜’ 렌털 서비스를 이용할 때 교원이 제공하는 식물 모종이 파주 공장에서 재배되고 있다.
    ▶식물 관련 콘텐츠 인기… 반려식물 호텔도 등장

    반려식물을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부터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반려식물 관리·커뮤니티 앱 ‘그렉’은 사용자가 기르는 식물의 정보와 재배 환경을 파악해 머신러닝 기반의 식물 성장과 관리에 최적화된 방법을 추천해 준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역할도 수행한다. 식물 성장 관리 앱 ‘플리어리’는 물 주기나 관리를 알려줘 잊지 않고 식물을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매일 성장하는 식물 사진을 기록하는 다이어리 코너도 있다.

    여행 등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집을 비울 때 반려식물을 맡길 수 있는 반려식물 호텔도 인기다. AK플라자 분당점의 반려식물호텔 ‘가든 어스’는 반려식물을 돌봐주고 유기된 반려식물을 관리해 재분양하기도 한다.

    웰스팜 가정용 식물재배기
    웰스팜 가정용 식물재배기

    나도 반려식물 키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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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라

    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탁월하다. 관리를 잘해 잔뿌리 양이 많아지고 입이 커질수록 공기정화 효과가 높다. 습도 음이온 발생량이 많아 천연 가습기로도 좋은 식물이다.

    ▷백량금

    짙은 초록 잎과 붉은 열매로 모양새가 이국적이다. 하지만 태생은 우리나라 남부지방이다. 햇빛을 좋아해 창가에 두면 더 많은 열매를 볼 수 있다. 포름알데히드 제거 효과가 뛰어나 새집 증후군을 없애는 데 좋은 식물이다.

    ▷멕시코소철

    포름알데히드와 미세먼지 제거에 좋다. 수명이 길고 관리도 수월하다. 잎이 넓게 펼쳐지면서 크기 때문에 거실에 두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율마

    작지만 향이 좋고 미세먼지 제거 능력이 우수하다. 잎을 쓰다듬으면 더 짙은 향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에선 원예치료에, 일본에선 전나무 대신 크리스마스트리로도 사용되는 식물이다.

    *자료: 농촌진흥청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0호 (2022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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