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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외면받는 굴욕의 수입차들
입력 : 2015.03.06 16: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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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Chervolet Camaro
딱 1대 팔린 굴욕의 Only One
하지만 연비 효율을 높인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들과 달리 ‘액티브’한 주행 성능을 위해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한 모델로, 성능만 놓고 보면 5시리즈의 최상급 모델인 535d보다 강력한 주행 성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성능 강화에 집중하다보니 가격이 너무 높아졌고, 이로 인해 판매량이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BMW X5 5.0 역시 마찬가지다. 형제 모델인 M50d와 거의 같은 스펙을 보유한 X5 5.0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는 점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특히 연비가 M50d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재규어 역시 고성능 모델인 XFR-S가 지난해 단 1대만 판매됐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단 4.6초가 걸리는 고성능 모델로, 최고속도 300km/h까지 주행이 가능하지만, 오히려 높은 성능으로 인한 가격이 판매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나마 한-EU FTA 타결로 몸값(1억4020만원으로)이 내려갔지만, 이 가격대에 선택할 수 있는 고성능 차량이 많아 앞으로도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단 1대만 판매된 ‘온리 원’ 모델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인피니티는 새로운 모델명 체제가 불명예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피니티는 지난해 FX37과 M30d가 각각 1대씩 판매됐다.
주목할 점은 이 차량들이 지난해 중반에 차량명이 변경됐다는 점이다. FX37은 QX70 3.7로, M30d은 Q70 3.0d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름을 바꾸기 전 모델이 판매되면서 ‘온리 원’ 모델로 등록된 것이다.
1대도 안 팔린 판매량 ‘0(zero)’ 수입차(위)Bentley Continental GT Speed Covertible
이들의 공통점은 엔트리 모델이 불티나게 팔린 반면, 플래그십 모델의 판매량이 저조했다는 것이다. 실제 롤스로이스는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고스트(3억9000만~4억7000만원)는 28대가 팔린 반면, 최저 6억4000만원에서 시작하는 플래그십 모델 팬텀라인은 단 1대도 팔리지 않았다. 벤틀리 역시 컨티넨탈 GT V8은 73대가 팔린 반면, 3억1000만원부터 시작하는 컨버터블 모델은 ‘제로’ 판매를 기록했다. 포르셰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2000대 이상을 판매하며 국내 수입차시장에 확실히 자리매김한 포르셰는 실용성이 높은 파나메라와 카이엔 등이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정작 대표 모델인 918 스파이더는 단 1대도 팔지 못했다.
폭스바겐과 레인지로버는 국내 출시를 하지 않은 모델이 통계에 잡히면서 단 1대도 못 판 차량이 등장했다. 폭스바겐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7세대 골프 1.4 TSI 모델이 통계에 잡혔고, 레인지로버 역시 국내 출시를 하지 않은 스포트 5.0 SC가 통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제로’ 판매량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만 소외받는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이 밖에도 국내 수입차시장에서만 외면받는 모델들도 있다. 한국토요타의 준대형세단인 아발론이 대표적이다. 아발론은 북미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차다. 하지만 2013년 10월 국내 출시 이후 낮은 판매량으로 한국토요타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아발론은 출시 직후 첫 달 41대 판매된 데 이어 2013년에는 60대가 팔렸지만, 지난해에는 105대 판매됐으며, 지난 1월에는 단 7대만이 주인을 만났다.
한국GM이 수입하는 스포츠카 카마로 역시 지난해 56대만이 판매되며 체면을 구겼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에 출연하며 인지도는 높은 편이지만, 비싼 가격이 판매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럭셔리카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캐딜락 역시 지난해 503대만을 판매했다. 하지만 2013년 단 300대가 판매됐던 것과 달리, 지난해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올해에는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유럽 브랜드 중에서는 피아트가 지난해 1163대를 판매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국내에 500과 500C, 프리몬트를 판매 중인 피아트는 가격 할인 정책에 힘입어 그나마 판매량이 늘어났다. 하지만 파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으로 인해 기존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가격 신뢰성까지 훼손됐다는 점에서 올해 기대치가 낮은 편이다.
한창희 더아이오토 편집장은 “국내 수입차 업계는 그동안 독일 브랜드 중심의 쏠림현상이 강했지만,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양하게 반영된 독특한 모델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며 “올해에는 과거처럼 높은 판매량을 가진 수입차가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특별한 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4호(2015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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