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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시장 이끄는 한국계 디자이너 4인방
입력 : 2014.11.21 16: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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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VS 포드 링컨?
지난 9월 18일 벤틀리와 포드 링컨이 한날한시에 신차를 출시했다. 벤틀리는 대표모델인 플라잉스퍼 V8의 신형 모델을, 포드 링컨은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MKC를 공개했다. 눈에 띄는 점은 두 브랜드 모두 한국인 디자이너를 대동했다는 것이다. 벤틀리는 이상엽 총괄 디자이너가 신차 출시 소개를 맡았으며, 포드 링컨에선 강수영 수석 디자이너가 새로운 CUV인 MKC의 국내 출시를 알렸다.
강원규 BMW그룹 디자이너
글로벌 수입차 시장에 코리안 디자이너의 역할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앞서 밝힌 이상엽 총괄 디자이너와 강수영 수석 디자이너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국 디자인센터 총괄을 맡고 있는 휴버트 리(한국명 이일환)와 BMW그룹에서 활동하는 강원규 디자이너, 푸조-시트로엥그룹의 신용욱 디자이너와 닛산의 최정규 디자이너 등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글로벌 자동차메이커에서 한국의 감성을 품은 새로운 신차들을 만들고 있다.
한국인 디자이너들에 대해 높은 평가는 후하다. 특히 날렵하면서도 수려한 선과 웅장함을 중요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한국계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의 멋과 풍류를 자동차에 풀어놓는 한국계 대표 디자이너들을 알아봤다.
수려한 선과 웅장함으로 존재감 높여가는 한국계 디자이너들 한국인 디자이너로 가장 잘 알려진 이는 벤틀리의 이상엽 수석 디자이너다. 영국 왕실의 공식 의전차량이자 최고의 장인정신을 통해 완성되는 럭셔리카 ‘벤틀리’는 이상엽 총괄 수석 디자이너의 손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한국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한 후 GM과 폭스바겐을 거쳐 현재 벤틀리에 둥지를 틀었다. 수석 디자이너를 맡은 후 벤틀리의 신형 플라잉스퍼 V8을 담당했으며, 최근에는 벤틀리 최초의 SUV 디자인도 맡고 있다. 이에 앞서 그는 GM 재직 시절 블록버스터 영화인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범블비를 디자인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디자인한 5세대 카마로가 바로 범블비다. 여기에 머슬카의 대명사인 콜벳의 50주년 기념 콘셉트 카인 ‘스팅레이’ 역시 그의 손을 통해 탄생됐다. 벤틀리와 함께 한날한시에 신차를 발표해 주목을 받은 포드 링컨의 MKC는 강수영 총괄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빚어졌다. 27년 경력의 강수영 디자이너는 미국 클리블랜드 예술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포드의 디자인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하며 인연을 맺었다.
2007년 수석 디자이너에 임명됐으며, 업계 최초의 여성 수석 디자이너로 링컨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고 있다. 올해 출시된 링컨의 MKZ도 그녀의 손길을 거쳤다. 포드링컨의 외부 인테리어 역시 한국인 송승호 씨가 맡고 있다.
BMW그룹의 강원규 씨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BMW의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채프먼이 직접 영입한 인재 중의 인재다. 그는 지난해 말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4시리즈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강원규 디자이너는 2005년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ACCD) 졸업 작품으로 미국의 머슬카인 ‘카마로’를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을 본 크리스토퍼 채프먼 현대차 북미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당시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가 강씨를 찾아왔고, 이후 그는 BMW그룹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됐다.
BMW와 함께 수입차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에는 휴버트 리(이일환) 수석 디자이너가 있다. 2002년 벤츠에 입사한 후 4도어 쿠페인 CLS클래스의 2세대 모델과 함께 M클래스를 디자인했으며, 지난해 여름 첫선을 보린 뉴E클래스 역시 그의 손길을 거쳐 모습이 완성됐다. 현재 휴버트 리는 벤츠의 중국 디자인센터 총괄로 일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푸조-시트로엥에는 신용욱 디자이너가 있다. 1999년부터 푸조에 합류한 그는 신형 푸조 208의 내부 디자인을 담당했다.
일본 브랜드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디자이너 역시 상당하다. 도요타 칼티 디자인 앤아버 스튜디오에서 활약 중인 이정우(청리) 선임 외관 디자이너는 2009년형 벤자 외관 디자인을 시작으로 2011년형 시에나 스포츠모델과 SUV인 하이랜더 등을 디자인했다. 최근에는 도요타의 플래그십 SUV인 툰드라 디자인을 맡은 바 있다. 닛산의 대표 SUV인 무라노 역시 최정규 씨를 통해 완성됐다.
휴버트 리 (한국명 이일환) Mercedes-Benz 중국 디자인센터 총괄 디자이너 강수영 Ford-Lincoln 총괄 디자이너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메이커에서 활약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과 ‘고집’을 언급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근면성과 전통, 첨단기술이 잘 융합됐고,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장인정신이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승승장구하는 배경이란 설명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1월 ‘코리안 마피아’란 기사를 통해 “수백 명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세계 자동차 디자인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트렌드가 한국적인 정서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활약을 부르는 배경 중 하나다. 고유가와 경기침체가 맞물리고 있는 최근의 글로벌 경기로 소형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이를 잘 소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드 웰번 GM 글로벌 디자인 총괄 부사장은 이와 관련 “한국 디자이너들은 소형차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인테리어 부문은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더 많이 등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젊은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속속 실력을 입증하며 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나카무라 시로 닛산-인피니티 디자인 총괄 부사장은 이와 관련 “미국·영국의 명문 디자인 학교에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한국 디자이너들의 창조성은 해외 진출 도전과 열린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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