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젤 없어도 꾸준한 한국닛산…캐시카이로 성장 날개 펴나
입력 : 2014.09.12 15:15:25
-
업계 일각에서는 닛산 알티마가 최고의 세단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놀라워했다. 디젤엔진으로 무장한 독일 브랜드의 경쟁 차종들을 모두 제치고, 알티마가 ‘가장 감동적인 수입중형세단’에 선정된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수입차 전문가들은 알티마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훌륭한 차라고 입을 모은다. 중형세단이 갖춰야 할 편안함과 정숙성, 품격, 주행성능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는 것. 특히 국내 준대형 세단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 수입차 구매를 고민하는 고객들이 가장 먼저 살펴보는 브랜드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알티마를 선봉으로 수입차 시장에서 꾸준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국닛산. 수입차업계의 모범생으로 불리는 한국닛산의 강점을 살펴봤다.
연 4000여 대로 꾸준한 판매량 이어가 수입차 업계에서는 한국닛산의 첫 번째 강점으로 ‘꾸준함’을 뽑는다. 2008년 한국 진출 이후 해마다 3000여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어서다. 물론 디젤 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 수입차 브랜드에 비하면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수입차 시장의 트렌드가 디젤모델로 변했음에도 여전히 같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닛산이 이처럼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주력모델인 ‘알티마’ 덕분이다. 올해 상반기(~7월) 판매량의 절반(1210대)을 알티마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한국닛산 관계자는 “국내 준대형세단의 가격(알티마 2.5의 가격은 3270만원)에 높은 연비와 수입차 특유의 럭셔리한 분위기까지 누릴 수 있어 알티마 2.5의 인기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사실 알티마는 디젤 열풍으로 소외받고 있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게다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던 CVT(무단변속기)를 트랜스미션으로 쓴다. 그럼에도 알티마가 높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닛산은 이에 대해 “알티마가 경쟁 차종 대비 높은 효율성을 갖추고 있고, 국산 준대형세단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에 북미지역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수준 높은 편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알티마 2.5는 국내 판매 중인 가솔린 중형세단 중에서 가장 높은 13.3km/L(도심 11.5km/L, 고속 16.6km/L)의 복합연비를 자랑한다. 세계 10대 엔진 최다 수상에 빛나는 VQ엔진과 최적의 기어비를 제공하는 ‘차세대 엑스트로닉 CVT’를 조화시켜 경쟁 차종보다 월등한 효율성을 갖고 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주행성능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알티마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형세단 중 가장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갖고 있다. 최근 자동차 전문기자들이 알티마를 최고의 주행성능을 가진 세단으로 선정한 것 역시 알티마의 뛰어난 주행성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알티마는 3000만원대 초반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특유의 프리미엄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무중력시트’를 포함해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수입차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닛산이 알티마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 판매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닛산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효리차’로 불렸던 큐브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쥬크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반면 큐브와 쥬크는 국내에 없던 박스차 열풍과 CUV 스타일을 주도하며 관심을 받았다. 먼저 ‘이효리카’로 불린 큐브는 출시와 동시에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한국닛산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네모난 두부처럼 생긴 큐브는 일본차 특유의 효율성과 깜찍한 디자인으로 연예·예술계 종사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독특을 넘어 파격적인 디자인이란 평가를 받은 쥬크 역시 출시와 함께 높은 실용성과 독특한 외관으로 예상외의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반면 닛산이 2008년 출시와 동시에 선보였던 기존 모델들의 최근 성적은 신통찮다.
아이코닉스포츠카로 잘 알려진 370Z는 올 상반기에 단 1대만 판매됐으며, 닛산이 자랑하는 공도의 제왕 GT-R도 최근 단 1대만 팔렸다. 370Z과 GT-R은 스포츠카라는 특성상 안 팔린 게 이해가 가지만, 닛산의 엔트리급 SUV인 로그와 중형SUV인 무라노가 낮은 판매량을 기록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디젤모델 ‘캐시카이’로 성장엔진 점화할까 업계에서는 그러나 한국닛산이 하반기에 도약의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부산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소형 SUV 캐시카이가 올해 말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캐시카이는 닛산이 선보이는 첫 번째 디젤엔진 SUV다. 유럽에서 이미 판매에 나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인 캐시카이는 1.5~2.0L까지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특히 26.6km/L(유럽 기준)라는 놀라운 연비로 유럽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닛산은 국내에 1.6L 디젤 모델을 들여올 것으로 예상된다. 직렬 4기통 dCi 엔진을 사용하는 캐시카이 1.6d는 최대출력 130마력에 최대토크는 32kg·m(@1750rpm)의 힘을 낸다.
동급 경쟁 모델인 현대차의 투싼이나 한국GM의 트랙스와 비교하면 캐시카이의 경쟁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동급 최강의 연비에 덩치도 조금 더 크다.
문제는 가격이다.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약 35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동급 경쟁 차종들이 2000만원 중후반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닛산이 그동안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쳐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캐시카이의 판매가격은 유럽에 비해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한국닛산 관계자도 “유럽의 가격이 국내보다 높은 만큼,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브랜드들의 디젤 열풍에도 꿋꿋하게 판매량을 지켜온 수입차 업계의 모범생 한국닛산이 하반기 신모델 캐시카이 출시를 통해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된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