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형 기자의 워치리포트]묵을수록 귀한 時테크

    입력 : 2014.06.20 13:28:04

  • Cellini Time
    Cellini Time
    시계의 성지라 불리는 스위스, 그중에서도 세계 최대 시계 보석박람회(바젤월드)가 열리는 바젤은 거리 곳곳을 장식한 광고판만으로도 도시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바젤월드2014’가 열린 지난 3월 말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더 도드라졌다. 트램 정거장마다 스위스 메이드를 광고하는 프린트가 빼곡했고, 곳곳의 현수막에는 브랜드 로고가 그득했다. 굳이 시계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 건 이러한 분위기 때문이다. 올해는 박람회 기간 중 도심 곳곳의 광장에서 토요 벼룩시장이 열리며 현지인들의 일상과 관심사가 한눈에 펼쳐졌다. 벼룩시장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시계다. 좌판마다 한쪽 모서리에는 오래 묵은 회중시계부터 전혀 깨끗하지 않은, 오히려 더께가 선명한 시계들이 하이엔드 브랜드 로고를 훈장처럼 달고 있었다. 150~300스위스프랑이면 낡은 예거 르쿨트르나 바쉐론 콘스탄틴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물론 진품 여부를 장담하기란 글쎄…. 벼룩시장 한편에서 오직 시계만을 팔고 있던 한 촌로의 말처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착용까지 했으니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당신이 판단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 눈길을 사로잡은 건 그 촌로가 손에 꼭 쥐고 있던 ‘롤렉스’였다. 여타 좌판에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던 시계에 후후 입김을 불어넣곤 때 빼고 광내는 품이 신주단지 모시듯 경건했다. 진품 여부를 떠나 뭐 그리 귀중한 물건이라도 되냐고 묻자 내뱉듯 건넨 말이 인상적이다.

    Cellini Date
    Cellini Date
    “오늘은 이 시계가 팔리면 끝이야. 롤렉스는 중고라도 좀처럼 값이 떨어지지 않으니 찾는 사람이 많거든. 하여튼 금방 팔릴 것 같아. 그러니 이 정도 광은 내줘야지.”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지만 벼룩시장 좌판 주인이 말한 ‘값’은 환금성과 무관하지 않다. 얼마나 현금화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환금성은 수익성, 안전성과 함께 재테크의 세 가지 원칙 중 하나다. 당연히 브랜드의 인지도와 연결된다.

    그만큼 가치가 높으니 안전하고 중고로 팔아도 크게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바젤월드를 찾은 국내 한 수입업체 임원은 “아무리 비싼 시계도 손목에 착용한 순간 30%나 가격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며 “하지만 브랜드에 따라 이러한 공식은 달라진다. 환금성과 인지도 면에서 앞선 브랜드 중 하나가 롤렉스”라고 설명했다.

    비단 롤렉스뿐만 아니라 귀에 익숙한 여타 하이엔드 브랜드 시계가 이런저런 로비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례로 1년에 5피스만 만드는 한 브랜드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을 만큼 찾는 이들이 많다. 당연히 새로운 버전보다 이전 버전의 가격이 높다.

    롤렉스의 경우 제작연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인기모델인 서브 마리너의 중고 가격이 원 가격을 종종 추월하기도 한다. 이쯤되면 샤테크가 부럽지 않다.

    Cellini Dual Time
    Cellini Dual Time
    바젤월드 이모저모|냉장고는 공용?! 바젤월드의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높은 물가다. 가장 큰 문제는 숙박. 전 세계 시계산업 관계자들과 관광객이 몰리다보니 바젤 시내 호텔은 몇 달 전부터 이미 만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근 취리히나 국경 너머 프랑스, 독일 등지에 숙소를 정하고 열차를 이용해 이동하는 이들도 있다. 시내에 방을 잡았어도 사정이 썩 좋은 건 아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달리니 당연히 방값이 껑충 뛴다. 일례로 기자가 묵었던 두어 평 남짓한 1인용 객실은 그야말로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화개장터식의 구조였다. 객실 복도에 놓인 작은 큐빅 모양의 공용 냉장고가 생경했다. 이곳의 숙박료도 이 시기에는 서울 특급호텔 수준을 넘어선다.

    롤렉스의 고전주의, 첼리니 컬렉션 올 바젤월드에서 롤렉스는 고전주의에 영감을 얻은 12개의 ‘첼리니(Cellini) 컬렉션’을 선보였다. 자체 제작해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메케니컬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가 탑재된 새로운 모델은 18캐럿 화이트 골드와 에버로즈(Everose) 골드로 제작됐다.

    컬렉션은 3개의 제품군에 4개의 모델로 구성됐다. 클래식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표현한 첼리니 타임(Cellini Time)은 시, 분, 초만 디스플레이하며 ‘첼리니 데이트(Cellini Date)’는 서브 다이얼을 추가해 날짜를 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첼리니 듀얼 타임(Cellini Dual Time)’은 제 2시간대를 표시하는 서브 다이얼 위의 해와 달, 낮과 밤 인디케이터 표시창이 특징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5호(2014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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