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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형 기자의 워치리포트] ⑯ 새로운 기술과 전통의 공존 `Vacheron Constantin`
입력 : 2013.12.12 14: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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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셰 무늬는 10년 경력의 장인이 꼬박 한나절 작업해야 하나의 다이얼을 완성할 수 있어요. 같은 무늬가 일정한 간격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하나라도 어긋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장인이라 불리겠죠. 여기 있는 이 기계도 세상에 단 한 대밖에 없어요. 파손된다면 이 기계가 토해냈던 기요셰 무늬는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명품의 가치는 전통에서 시작돼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했던가. 3D 프린터가 제품도 뚝딱 찍어내는 세상에, 작은 과정 하나도 직접 손을 움직여 만들어내는 끈기와 뚝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새로운 매뉴팩처 개관식 현장. 맨 왼쪽이 후안 카를로스 토레스 글로벌 CEO다.
100% 수작업 생산공정을 시스템화해 인하우스 기계식 무브먼트 생산에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업계에선 여타 산업에서 효율성이 증명된 ‘린 생산방식(Lean Manufacturing)’을 하이엔드 시계 부품 생산라인에 도입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르 브라쉬 매뉴팩처에선 원형 모델 제작, 시계 장식, 기술연구와 기계작업 등 기계식 무브먼트 제작에 필요한 전 과정이 진행된다. 이 과정을 마친 부품은 플랑 레 와트의 매뉴팩처로 옮겨져 조립과 케이스 작업을 거친 후 제네바 홀마크 기준에 부합하는 지 테스트를 받게 된다.
현대적인 내부시설에 200여 년 전과 다름없이 하나하나 손으로 작업하는 이 매뉴팩처에는 2017년까지 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할 예정이다. 총 900여 명의 직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인하우스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새롭게 마련됐다. 공식적인 정규 교육과정이 없는 시계 제조 기술 분야에 전문기술 훈련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 측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생산공정 트레이닝 코스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르 브라쉬 매뉴팩처와 함께 플랑 레 와트의 매뉴팩처도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2015년 1분기까지 표면적으로 약 2배 증강해 총 1만7000㎡의 작업장이 설립될 예정이다.
여성을 위한 새로운 컬렉션 The Metiers d’Art Florilege 1755년부터 258년의 역사를 이어 온 바쉐론 콘스탄틴이 2013 SIHH에서 선보인 ‘메티에 다르-플로리레쥬’ 컬렉션을 국내 론칭한다. 꽃에서 영감을 얻은 세 가지 모델이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 이 컬렉션은 메티에 다르 워크숍에서 네 분야의 전문 공예 작업이 진행됐다. 원하는 모티브를 새기기 위한 인그레이빙 조각 작업, 보석 세팅 작업, 조각으로 파내거나 테두리를 둘러 공간을 채우는 에나멜 작업, 섬세한 양각 세공 기술인 기요셰 작업이 그것이다.
플로리레쥬 컬렉션은 오직 여성만을 위한 모델이다. 특히 1799년 발행된 로버트 존 선튼의 <꽃의 신전>에 주목해 19세기 영국 열대식물 일러스트에서 볼 수 있는 세밀한 디테일을 강조하고 있다. 각 20피스, 부티크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됐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9호(2013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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