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치몬드그룹의 영민한 선택 | 하이엔드 워치 아시아인 맘을 사로잡다

    입력 : 2013.12.05 16: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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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4일 오후 2시. 공항을 나서자 불어오는 바람이 후끈하다. 여름이 한풀 꺾인 서울과 달리 홍콩의 낮은 이미 34℃를 넘어섰다. 습도가 90%를 넘나든다지만 사람들의 매무새는 깔끔하다. 숙소가 있는 센트럴지구에서 셔틀버스로 5분 여간 이동 후 내려선 홍콩컨벤션센터엔 제대로 차려입은 이들이 그득했다. 주최 측이 정장을 드레스코드로 주지시켰던 게 떠올랐을 즈음, 13명의 하이엔드 브랜드 CEO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만 개의 표정, 수십만 개의 워치 이곳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고급시계박람회 ‘WATCHES &WONDERS 2013’ 현장이다. 스위스 리치몬트그룹이 주관해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3박 4일간 진행된 행사에 그룹 산하 13개 브랜드가 총출동했다.

    사실 지금까지 전 세계 한 해 시계 농사는 스위스가 씨를 뿌리고 열매를 수확하며 마무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계 분야의 양대 산맥인 스위스 리치몬트그룹과 스와치그룹이 연초에 각각 ‘고급시계박람회(SIHH)’와 ‘바젤월드’를 개최해 새로운 모델을 공개하면, 가을 무렵 신제품이 전 세계 매장에 진열됐다.

    ‘스위스 메이드’가 환영받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홍콩에서 고급시계박람회가 개최된다는 건 아시아를 바라보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시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방증이다. 우선 아시아 지역 수출액만 놓고 봐도 이러한 기운이 확연하다. 지난해 중국과 홍콩, 동남아시아 지역의 수출액은 각각 16억, 41억, 24억 스위스 프랑(CHF)이었다.

    유럽의 경제위기가 여전한 시기에 아시아가 스위스 시계의 넘버 원 시장이 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 리치몬트그룹의 ‘WATCHES &WONDERS 2013’ 개최는 영민한 선택이다. 지금까지 까르띠에, 피아제, IWC 등 13개 브랜드의 신제품을 스위스 SIHH에서만 선보였다면, 홍콩에서도 세계 최초 공개가 이어지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큰 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행사에 초대된 아시아·태평양 언론매체가 약 700여 곳에 이르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시계산업의 강자 스위스, 주빈(主賓)은 중국 ‘WATCHES &WONDERS 2013’의 개막식에는 앞서 언급한 리치몬트그룹 13개 브랜드의 CEO가 대거 참석했다. 스위스 SIHH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에 포토라인의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빛을 뿜었다.

    “서양에서 원더스는 ‘보기 힘든 놀라움’ ‘질문을 유발하는 호기심’이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시계와 가장 완벽하게 어울리는 단어죠. 수천 년 전 탄생한 시계는 바로 그 질문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시계 시장은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수치보다 중요한 건 깊이 아닐까요. 이번 행사를 통해 보다 많은 분들이 전통과 역사,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파비엔 루포 제네바 고급시계협회(FHH : Fondation de la Haute Horlogerie) 회장의 개막연설이 끝나자 행사장 정문 앞에 마련된 단상에 13명의 CEO가 줄지어 섰다. 그 앞에서 펼쳐진 중국의 사자춤 퍼포먼스는 제아무리 ‘하이엔드 시장’이라도 주빈은 중국이란 자신감이 엿보였다. 시계 제작자, 보석 세팅가(Gem-Setters), 에나멜러(Enamellers) 등 40여 명의 시계 장인이 고유의 기술을 선보인 각 브랜드 부스에선 생산과정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가이드 투어가 진행됐다. ‘The Mastery of Time’이란 전시회를 통해 500년 동안의 시간 측정 기술을 되돌아보는 자리도 마련됐다.

    Never Stop Tank,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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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르띠에는 홍보대사 유덕화가 주연한 단편영화를 통해 탱크 컬렉션의 새로운 모델 ‘Tank MC’를 공개했다. 스타니슬라스 드 케르시즈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회장이 행사를 주관하며 단 90초로 집약된 영화와 제작과정을 소개했다. 새로운 Tank MC의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이 교묘하게 결합된 케이스는 탄탄한 라인과 유기적인 곡선, 스몰 세컨즈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까르띠에 매뉴팩처에서 생산한 최초의 무브먼트 1904 MC 오토매틱 와인딩 메케니컬 무브먼트가 장착됐다. Rotonde Tourbillon Mysteri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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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뚜르비옹. 제네바 홀마크를 획득한 까르띠에의 9495 MC 더블 미스터리 뚜르비옹이 장착됐다. 실제로 플라잉 뚜르비옹은 60초마다 한 번 그 축을 회전하며 투명한 공간을 공중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100년간 까르띠에 메종에서 탄생한 미스터리 컬렉션의 정수다. Partrimony Contemporaine Ultra-Thin Calibre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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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급 시계 제조에 있어서 오직 소수의 시계 장인만이 완성한 스트라이킹 매커니즘이 담겨있다. 제네바 홀마크를 받은 3.90㎜ 두께의 칼리버가 장착됐고 8.09㎜ 두께로 제작됐다. The Sound of Time, Vacheron Constantin 패트리모니 컨템퍼러리 울트라-씬 칼리버 1731로 대표되는 새로운 모델이 베일을 벗었다. ‘히스토릭 톨레도 1951’ ‘패트리모니 컨템퍼러리 스몰 모델’ ‘패트리모니 트레디셔널 14-데이 투르비용 엑설런스 플래타인 컬렉션’ ‘메티에 다르-레 주니베르 장피니 2번째 세트’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가하면 ‘The Sound of Time’란 주제 아래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트라이킹 워치가 남긴 선율을 느낄 수 있도록 헤리티지 제품들이 함께 전시됐다.

    Millenary Minute Repeater, AUDEMARS PIG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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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밀리너리 미닛 리피터 모델은 ‘트레디션 엑셀런스 No.5’ ‘MC 12’ ‘데드비트 세컨즈’ ‘카본 원’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손목시계 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핑크 골드 케이스에 시, 분, 초 핸드와 미닛 리피터 기능, 특별히 고안된 와인딩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다. Excalibur Quatuor Titanium D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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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SHII에서 핑크 골드와 실리콘 버전으로 첫 출시한 엑스칼리버 콰토르. 이번 박람회에 188 피스의 한정판으로 공개됐다. 케이스 전체를 블랙 DLC 티타늄으로 처리해 다크 나이트의 느낌을 강조했다. 4개의 밸러스 휠과 다섯 개의 차동장치, 180°의 이중 디스플레이, 590개의 부품으로 제작된 RD101 무브먼트가 장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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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함과 남성미의 조화, Roger Dubuis 웅장한 독수리와 열쇠가 부스를 장식했다. 로저 드뷔의 4가지 컬렉션 ‘La Monegasque’ ‘Excalibur’ ‘Pulsion’ ‘Velvet’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전시도 돋보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특히 DLC티타늄 소재의 엑스칼리버 콰토르와 벨벳 하이 주얼리 모델의 루비 세팅 버전을 선보였다.

    Altiplano automatic gem-set Skeleton, Pia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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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5피스의 하이주얼리 시계를 개발하는 피아제는 이번 박람회에 ‘알티플라노 오토매틱 잼 셋 스켈레톤’을 선보였다. 8개 한정 생산 모델로 72개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와 260개의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가 세팅됐다. 총 10.6캐럿, 세팅에 100여 시간이 걸렸다. 180년 혁신의 역사, Jaeger-Lecoul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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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전시를 통해 매뉴팩쳐의 최신 하이 주얼리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을 구성하는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다. ‘듀오미터 스페로투르비옹’(5점 한정)과 ‘마스터 그랑 투르비옹 에나멜’ 등 매뉴팩처의 초정밀 마스터피스를 독점 공개했다. 특히 창립 18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아시아 최초로 히브리스 메카니카 컬렉션의 신작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자이로투르비옹 3 주빌리’가 베일을 벗었다. Duometre Spherotourbillon Blue 화이트 골드 소재의 케이스에 바게트컷 다이아몬드가 세팅됐다. 빛과 그림자의 연출로 정교한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최대한 돋보이게 한다. 스페로투르비옹이 회전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된 다이얼은 듀얼-윙 콘셉트를 반영하고 있다.

    Portofino Hand-Wound Big Date,IWC Schaffhau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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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토피노 컬렉션은 여유로운 지중해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25년 이상 사랑받아왔다. IWC는 2011년 포르토피노 컬렉션을 대대적으로 변신시켜 또 하나의 대표 컬렉션으로 등장시켰다. 새롭게 탄생한 ‘포르토피노 핸드 와인드 빅 데이트’는 두 개의 디스크가 눈에 띈다. 첫 번째 디스크는 0에서 3까지 10단위를, 두 번째 디스크는 0에서 9까지 1단위 숫자를 보여준다. 자체 제작한 칼리브 59230 무브먼트가 장착됐다. 8일간 쉬지 않고 작동하고 8시와 9시 사이에 위치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동력 충전 시기를 알려준다. 1815 RATTRAPANTE PERPETUAL CALENDAR, A. Lange & Soh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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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트라팡테 크로노그래프의 기술과 2100년까지 날짜 조정이 필요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가 결합됐다. 랑에 운트 죄네에서 개발한 여덟 번째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다. 균형 잡힌 다이얼 위에서 라트라팡테 크로노그래프와 퍼페추얼 캘린더, 문 페이즈 디스플레이,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컴플리케이션이 동시에 구현된다. Montblanc Villeret 1858, ExoTourbillon Rattrap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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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블랑 빌르레 1858 컬렉션의 새로운 모델 ‘엑소뚜르비옹 라트라팡테’가 이번 박람회에서 공개됐다. 회전케이지 밖에 위치한 큰 사이즈의 밸런스,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골드와 그랑푀 에나멜(Grand Feu Enamel)로 제작된 3차원의 레귤레이터 다이얼 등 지금껏 보지 못했던 다양한 컴플리케이션이 결합됐다. 기존의 일반적인 뚜르비옹과는 달리 몽블랑의 엑소뚜르비옹은 커다란 스크류 밸런스가 회전 케이지에서 분리되어 있고, 두 개의 컬럼 휠과 고전적인 더블 클램프를 갖춘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가 장착됐다. 세컨드 타임 존, 낮과 밤의 인디케이터 기능이 있다. 오직 18피스만 한정 생산된다.

    RADIOMIR 1940 3 DAYS ORO ROSSO 47mm, PANER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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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네라이 인하우스 수동 무브먼트인 P.3000과 47㎜ 케이스를 장착했다. 파네라이 특유의 샌드위치 구조 브라운 다이얼을 품고 있다. RM 26-01 Tourbillon Panda, Richard M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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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차드 밀은 2011년 SIHH에서 시계와 보석이 어우러진 ‘투르비용 RM 026’을 출품했다. 올해는 자이언트 팬더가 장식된 RM 26-01이 RM 주얼리 워치의 새로운 멤버가 됐다. 블랙 오닉스가 장착됐고 18K 백금으로 투르비용에 통합된 팬더는 전체가 다이아몬드와 블랙 사파이어로 세팅됐다. Pavot Mysterieux High Jewelry Timepiece, Van Cleef & Arp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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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비로 미스터리 세팅 된 꽃잎, 핑크 골드와 라운드 다이아몬드의 중심부, 핑크 골드와 스노우 세팅 된 라운드 다이아몬드의 나뭇잎, 클립으로도 사용 가능한 탈착식 플라워 모티브가 돋보인다. 다이얼은 화이트 마더-오브-펄, 브레이슬릿은 화이트 골드, 라운드 바게트-컷 다이아몬드로 처리됐다. 쿼츠 무브먼트가 장착됐다. CLIFTON 1830, Baume & Merc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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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선보인 매뉴얼 와인딩의 18K 레드 골드 피스는 ‘1950년대의 황금기’에 나온 뮤지엄 피스에서 영감을 얻어 재해석했다. 보메 메르시에의 설립연도를 의미하는 ‘클리프턴 1830’은 곡선과 직선 라인을 살려 심플하면서도 정교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42㎜ 케이스는 레드 골드를 한번 녹인 후 주형에 흘려 넣어 굳히는 잉곳(Ingot) 주법으로 제작했다. 돔형의 오팔린 실버 다이얼에는 6시 방향에 스몰 세컨즈 카운터가 장착돼 있고 숫자와 인덱스는 뒷면부터 꼼꼼하게 리벳 처리됐다. [홍콩 = 안재형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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