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 W Style] A Gentleman loves suit!

    입력 : 2011.09.28 17:53:05

  • 에르메네질도 제냐
    에르메네질도 제냐
    비즈니스맨들에게 슈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다. 남성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취업과 동시에 결혼식, 장례식 등 경조사에서 예절과 격식을 지키기 위해 슈트를 입어야만 한다. 때문에 패션에 별 관심이 없는 남성이라도 슈트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처음에는 슈트가 답답하고 불편하다고 불평하는 젊은 남성들도 어느새 적응이 되면 곧 익숙해진다. 하지만 슈트에 대한 기본상식과 정보가 많지 않았던 시대에 슈트를 처음 입기 시작한 한국의 30~40대 남성들은 시행착오를 일으키기 일쑤였다. 예를 들어 원래 자신의 사이즈보다 크게 입어 옷맵시가 전혀 살지 않는다든가 위아래 번쩍거리는 국적 불명의 이상한 슈트를 입는다든가 경조사가 아닌데도 블랙 슈트를 입는다든가 등 유럽과 미국, 일본 남성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한국 남성들의 슈트 현실은 그야말로 개념이 없어 어이없는 경우가 아직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슈트는 어떻게 입어야 잘 입는 것일까. 룰이 따로 있는 것일까. 지켜야만 하는 예의가 따로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다. 슈트는 원래 영국 엘리트 귀족들이 일상적으로 입던 군복에서 진화한 역사적 산물이다.

    때문에 전통과 법을 중요시하는 영국적 사고방식과 군복이 갖고 있는 엄격한 성격을 이해하고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기본적인 사항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슈트의 ABC, 네이비 슈트
    브리오니 / 에르메네질도 제냐
    브리오니 / 에르메네질도 제냐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돼 처음 슈트를 장만해야 한다면 그것은 블랙 슈트가 아니라 네이비 슈트여야만 할 것이다. 슈트의 기본인 네이비 슈트는 점잖은 옷차림이 필요한 어떤 자리에서도 통할 뿐 아니라 경조사에서 꼭 입어야만 하는 무거운 블랙 슈트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세련미가 있다. 네이비블루 슈트에는 검은색이나 갈색의 벨트와 구두가 모두 잘 어울린다. 또한 같은 푸른빛 계열의 셔츠나 기본적인 화이트 셔츠도 침착한 느낌을 주며 핑크나 연한 노랑의 셔츠는 밝고 화사한 이미지를 준다. 이렇게 어떤 스타일이나 컬러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슈트를 입어본 경험이 별로 없는 남성들이 코디하기에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가장 최고의 궁합은 네이비 슈트와 다크 브라운 컬러다. 어떤 장소에서도 주목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만능 아이템인 네이비블루 슈트의 재킷은 슈트 바지가 아닌 코튼 팬츠나 데님 등 다른 바지와 코디를 해 입어도 무리가 없다. 영국 태생의 브랜드 ‘알프레드 던힐’의 네이비블루 슈트는 어깨가 솟은 로프트 숄더와 비스듬히 기울어진 슬랜티드 포켓 등의 디테일이 숨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우울하지 않은 남자의 두 번째 슈트,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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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 슈트는 ‘모’아니면 ‘도’다. 잘 입으면 완전 멋있지만 잘못입거나 그냥 입으면 아저씨다. 스페어 슈트로 그레이 슈트의 존재가치는 그러나, 네이비블루 슈트 못지않게 다재다능하다. 특히 프로페셔널한 이미지와 슈트 본래의 클래식한 멋을 충분히 살린다면 그레이 컬러가 주는 올드한 느낌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오히려 섹시하고 에지 있는 신사의 이미지 연출이 가능한 게 바로 그레이 슈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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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 슈트에는 기본적인 화이트 셔츠나 블랙 계열의 타이, 파스텔 블루나 파스텔 핑크 셔츠도 좋다. 타이는 굳이 까다롭게 고르지 않더라도 셔츠와 어울린다면 큰 고민 없이 코디할 수 있다. 이렇게 포멀하게 입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도 재미있다. 얇은 리넨 소재의 셔츠와 브라운 로퍼는 슈트의 무게감은 덜어내면서 세련된 느낌을 준다. 또는 화려한 컬러의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은데 그레이 슈트에는 특히 붉은 계열의 타이가 잘 어울리며 젊고 활기찬 감각을 드러낼 수 있다. 슈트와 같은 그레이 컬러가 타이에 섞여 있으면 한층 세련된 코디가 될 것이다. 만약 처음 그레이 슈트에 도전한다면 너무 가벼운 라이트 그레이나 무거운 다크 그레이 컬러의 슈트보다 적절한 미디엄 그레이 컬러가 만족감이 높을 것이다. 라이트 그레이 슈트는 화려하지만 잘못 코디하면 촌스러워지기 쉬운 컬러다. 다크 그레이는 너무 무난해 지루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필자만의 팁을 알려 주자면 그레이 컬러와 블랙 컬러를 조화시키면 세련된 섹시함을 연출할 수 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그레이 슈트는 심플하고 딱 떨어지는 라인이 세련된 느낌을 주고 여기에 붉은 계열의 타이를 코디하면 누가 봐도 잘나가는 비즈니스맨임을 암묵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도전하라, 핀 스트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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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비블루와 그레이 컬러의 슈트 두 가지 모두 갖췄다면 조금 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밋밋할 수도 있는 남성의 슈트를 세련되게 업그레이드 해 줄 가느다란 핀 스트라이프 패턴의 슈트가 그것이다. 핀 스트라이프는 일반적인 스트라이프(줄무늬)보다 훨씬 가는 패턴이다. 마치 핀으로 일일이 찔러 선을 만든 것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스트라이프 사이의 간격이 넓을수록 젊고 화려해 보이고 간격이 좁을수록 안정적이고 침착해 보인다. 또한 핀 스트라이프는 언제나 모던한 느낌을 주며 세로의 핀 스트라이프 패턴은 키를 더 커 보이게 한다. 하지만 누구나 스트라이프 패턴의 슈트만 입는다고 키가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먼저 본인의 체형에 맞는 스트라이프 간격을 선택해야만 최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핀 스트라이프 슈트의 안에 입는 셔츠는 스트라이프나 화려한 패턴은 대신 깔끔한 셔츠를 입어야 산만한 느낌을 피할 수 있다. 타이는 물론 단색이 깔끔하게 잘 어울리고 단색의 셔츠에 동일한 스트라이프 타이도 스타일리시 해 보인다. 남성복의 클래식을 지향하는 ‘란스미어’의 네이비 핀 스트라이프 슈트는 비즈니스맨의 긴장감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드러내 준다.

    남자의 로망, 블랙 슈트
    에르메네질도 제냐
    에르메네질도 제냐
    남자가 가장 멋져 보이는 블랙 슈트. 제임스 본드의 턱시도나 성공한 남성의 상징인 블랙 슈트는 그러나 우리나라 남성들에겐 참으로 오류가 많다. 특히 때와 장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아무 때나 블랙 슈트를 입는 한국 남성들은 얼핏 보면 모두가 경호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클래식 복식에서는 장례식이나 결혼식 등의 예복으로만 입는 것이 블랙 슈트다. 그러니 평상시에 블랙 슈트를 입는다는 것은 패션 슈트(디올 옴므나 랑방 같은 디자이너 슈트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잘못된 셈이다. 패션 슈트로의 블랙 슈트는 딱딱해 보이고 엄숙한 느낌이 있지만 고급스럽고 클래식하며 비즈니스맨의 샤프한 매력을 표현할 수 있다. 블랙 슈트를 입을 때에 주의해야 할 점은 네이비나 브라운 컬러와는 함께 코디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두 컬러 모두 어두운 컬러로 블랙과의 조합에서 포인트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 블랙 슈트를 이야기 할 때 무엇보다도 턱시도를 빼 놓을 수 없다. 턱시도는 저녁에 입는 예복이므로 오후 5시 이전에는 턱시도를 입지 않는다. 턱시도에 타이는 빨강이나 검은색의 보타이를 하고 블랙 울 또는 실크 양말과 블랙 에나멜 레이스업 슈즈 또는 옥스퍼드 슈즈가 표준이다.

    슈트를 입는다는 것은 그냥 옷을 입는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나 자신을 드러내는 동시에 자신이 속해있는 소속을 대표하고 반대로 사회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옷만 멋스럽게 입는다고 젠틀맨이 될 순 없다. 말투는 항상 공손해야 하며 공공장소에선 항상 줄을 서고 순서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늘 깨끗한 구두를 신고 손톱도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먼저 싸움을 걸지 말아야 하며 여성에 대한 배려가 행동에 배어있어야 한다. 속옷은 타인에게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며 바짓단은 자연스럽게 신발에 닿는 길이가 좋고 재킷 버튼은 가능하면 열어 놓지 않는다. 항상 코털과 귀 털, 눈썹을 정리해 주며 체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멋진 의상에 따르는 멋진 태도로 비로소 젠틀맨은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젠틀맨의 슈트는 그 어떠한 옷보다 가장 남성답고 멋스럽게 표현해주는 중세 기사의 갑옷인 셈이다.

    [황의건 /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2호(2011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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