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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람보르기니’ ‘지프 랭글러’… 고성능 하이브리드카가 몰려온다
입력 : 2021.09.08 1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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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수입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차 대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가 높은 인기를 누리자 고성능의 수입차 하이브리드카 출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하이브리드차를 국내에 선보이지 않았던 수입차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올해 말 일몰 예정인 하이브리드차 개별소비세 감면(최대 100만원) 혜택을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더욱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푸조·시트로엥·피아트·지프 등 14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스텔란티스는 지프(Jeep)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지프 랭글러 4xe’를 국내에 9월 중 선보일 계획이다. 랭글러는 오프로더의 대명사로 꼽히며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중 하나다.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통해 ‘투박하면서도 강인한 차’라는 기존 인식에 친환경 이미지를 덧입힌 차량이다. ‘지프 랭글러 4xe’는 북미 지역에서 올해 2분기 베스트셀링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PHEV)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 차량에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텔란티스는 브랜드들의 전기차와 하이브드리차의 신차종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현재 4%인 미국 내 전기차·PHEV와 같은 신차 중 친환경차 판매 비율을 2030년까지 4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람보르기니 쿤타치 LPI 800-4
랭글러 4Xe는 17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장착돼 전기로만 움직이는 ‘일렉트릭 모드’에서 최대 21마일(33.8㎞) 주행이 가능하다. 일렉트릭 모드는 배터리 충전량이 1% 이상이기만 하면 이용 가능하다. 또 하이브리드, e세이브 모드 등 다양한 전동화 모드를 갖춰 친환경 주행이 가능하다.
2021년식 랭글러 4Xe 모델 가격은 사하라 4만7995달러(약 5526만원), 루비콘 5만1695달러(약 5952만원)부터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8000만원대에 가격이 책정됐다.
▶마세라티 최초 ‘뉴 기블리 하이브리드’ 판매 시작 마세라티는 100년이 넘는 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전동화 모델 ‘뉴 기블리 하이브리드’를 7월 말부터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뉴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디젤보다 빠르고 가솔린보다 친환경적이면서도 특수 제작된 공명기를 활용해 포효하는 듯한 특유의 시그니처 배기음을 간직한 모델이다. 특히 뉴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기블리 가솔린·디젤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가격 경쟁력을 자랑한다. 대다수 브랜드들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연기관 모델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것과 달리 마세라티는 기블리 하이브리드 가격을 내연기관 모델보다 1000만원 이상 내렸다. 기본형과 그란루소, 그란스포트 등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된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가격은 1억1450만~1억2150만원이다.
뉴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2.0ℓ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48V MHEV 시스템을 결합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제동 중에 운동에너지를 변환해 차량 뒤쪽에 있는 48V 배터리에 저장하며 벨트 스타터 제너레이터(BSG)와 전동 컴프레서(eBooster)를 사용해 출발이나 가속 등의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엔진을 지원한다.
최고출력은 330마력으로 불과 2250rpm부터 45.9㎏·m의 최대토크를 후륜에 전달하며 놀라운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5.7초로 이는 3.0ℓ V6 가솔린 엔진과 동등한 수준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55㎞로 기블리 디젤보다 5㎞ 빠르다. 복합연비는 1ℓ당 8.9㎞로 기블리 가솔린보다 향상됐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당 186g로 기블리 디젤보다 적다.
람보르기니 쿤타치 LPI 800-4 인테리어
뉴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스타일은 이전보다 강화된 마세라티의 정체성을 반영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후면부로 3200 GT와 알피에리 콘셉트카에서 영감을 받은 부메랑 형태의 LED 라이트 클러스터가 브랜드 특유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면부 그릴에는 삼지창 형태의 마세라티 튜닝포크 바를 적용해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모던 럭셔리를 지향하는 실내 역시 시트, 암레스트, 도어 패널, 대시보드에 하이브리드 정체성을 표현하는 블루 악센트로 기술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고해상도 10.1인치의 ‘커브드’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마세라티 인텔리전트 어시스턴트(MIA)로 진화했다. 속도는 기존 대비 4배 더 빨라졌고 무선 스마트폰 통합 등 최첨단 기능까지 제공한다. 또한 기존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에 한층 진화한 능동형 드라이빙 어시스트를 도입해 주행 안전성도 높였다.
지프 랭글러(Wrangler) 4xe
람보르기니는 쿤타치 LPI 800-4를 지난 8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쿤타치 LPI 800-4는 람보르기니의 가장 상징적인 V12 엔진과 혁신적인 하이브리드 기술이 결합된 모델이다. 세로 형태로 배치된(Longitudinale Posteriore·LP) V12 엔진을 통해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고유의 사운드를 그대로 유지한다. 780마력의 V12 엔진과 34마력의 전기 모터, 상시 4륜구동이 가능한 변속기의 조합으로 814마력의 최대출력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350㎞에 이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이 2.8초에 불과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까지는 8.6초 만에 도달한다.
스테판 윙켈만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쿤타치 LPI 800-4는 이 시대 자동차가 나아가야 하는 비전을 보여주는 현존하는 최고의 자동차”라며 “시대의 아이콘 중 하나인 쿤타치는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및 기술적 규칙을 정립했을 뿐만 아니라 한계를 넘어 예상치 못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모델이었다. 쿤타치는 무엇보다도 람보르기니의 철학을 대변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람보르기니 쿤타치 LPI 800-4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오리지널 쿤타치의 디자인 DNA를 그대로 계승해 쿤타치 모델의 후예임을 단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쿤타치라는 이름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표현하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방언이다. 람보르기니의 전통적인 작명법인 황소와 연결되지 않은 람보르기니 모델 이름 중 하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판매된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상위권에도 하이브리드차가 대거 포진해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된 메르세데츠-벤츠의 E 350 4매틱(MATIC)은 이 기간 동안 3930대가 팔려 전체 순위 3위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차의 대명사로 꼽히는 렉서스 ‘ES300h’는 3856대가 판매돼 4위였다. BMW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530e(3322대)’는 5위를 차지했다.
1억원 이상 수입 친환경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는 올해 1~7월 2만470대 판매돼 전년 같은 기간 5112대보다 400%가량 증가했다. 1억원 이상 친환경차는 디젤·가솔린차 판매량을 넘어서며 비중이 51.2%에 달했다. 지난해 친환경차 비중은 22.2%에 불과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본격적인 전동화 전환 전략에 따라 국내에서도 고성능 친환경차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고가 수입차 시장에서도 친환경차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고가 수입차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며 “특히 다양한 친환경차 모델을 유럽에서 선보인 유럽 브랜드들이 국내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고가 친환경차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마세라티 트로페오 컬렉션. (왼쪽부터)기블리 트로페오, 르반떼 트로페오,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
국산 하이브리드차의 질주는 7월에도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투싼 하이브리드, K8 하이브리드 등은 출고 대기 기간이 6개월 이상일 정도였다. 올해 하반기에는 신형 스포티지가 국산 하이브리드차 열풍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기아가 지난달 6일부터 10영업일간 신형 스포티지 사전계약을 진행한 결과, 전체 실적(총 2만2195대)의 30%가량이 하이브리드차로 집계됐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에 대해 소비자들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스트럭처, 최대 주행거리 등을 고려해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는 전 단계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대안으로 삼은 결과라는 해석이다. 전기차의 경우 충전 인프라 보급 속도가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주행거리도 내연기관 차량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보다 더 뛰어난 상품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전기차 판매가격이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높은 데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족으로 구매보조금 격차까지 발생하면서 전기차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동철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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