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데이터로 살펴본 여름휴가 여행지
입력 : 2021.07.27 10:48:33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이후 두 번째 여름휴가 시즌이 돌아왔다. 하지만 휴가철을 앞두고 극성을 부리는 델타 변이로 인해 무작정 어디로 떠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도 휴가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여기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떠나고 싶은 이들은 있기 마련.
그래서 매경럭스멘 8월호에서는 이런 분들의 여행지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한국관광공사에서 제공하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을 이용해 지난해 여름휴가 시즌(8월) 사람들이 많이 찾은 곳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코로나19 와중에서도 여행을 떠난 이들이 있다면 어떤 곳을 향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활용된 자료는 데이터랩 중 ‘지역별 관광지 검색 순위’로 차량으로 이동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자료를 분석한 데이터다. 내비게이션 행선지가 관광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휴가철 기간 동안 가장 많이 검색됐다는 자체만으로도 휴가객들이 가보고 싶어 했던 여행지로 볼 수 있다고 여겼다. 다만 국내 전체 순위를 아직 제공하지 않아 각 지역별로 들여다봤다. 익숙한 결과도 있었지만 의외의 목적지들도 꽤 있었다.
독일마을
용궁사에 이어 부산을 찾은 이들이 많이 다녀간 곳은 태종대였다. 해운대만큼 유명한 부산의 대표 해안 관광지다. 오랜 세월 쌓인 퇴적층이 파도에 의해 침식돼 만들어진 암벽 해안의 모습은 언제 봐도 절경이다.
해동용궁사
부산과 맞닿은 경남도 곳곳에 휴가철이면 찾는 인기 여행지들이 꽤 있다. 그중 가장 많이 관심을 받은 곳은 남해의 독일마을이었다. 남해는 휴가철만 되면 지역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 중심에 있는 독일마을은 남해에 들르는 이들이 반드시 찾는 곳이다. 1960년대 조국 근대화와 경제발전에 헌신한 독일 거주 교포들의 정착생활 지원을 위해 조성됐다.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마을 곳곳에서 독일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교포들이 직접 독일의 건축자재를 수입해 와 전통 독일식 주택을 건축했다. 현재도 독일 교포들이 생활하고 있다.
달맞이길
경남 휴가철 여행에서는 거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 유명 관광지인 바람의 언덕과 매미성도 휴가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나타났다. 거제시 남부면 도장포 마을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언덕의 마을은 커다란 풍차가 랜드마크다. 이곳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시름을 절로 잊게 한다. 거제시 장목면의 매미성은 중세의 분위기를 풍기는 이색 건축물이다. 2003년 이곳 주민 백순삼 씨가 홀로 쌓아올린 건축물인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반복해 입지 않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백 씨는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경험이 있다. 설계도 한 장 없이 지었다고 하기엔 매우 훌륭하다.
호미곶
호미곶 주변에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1908년 건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호미곶 등대,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이육사 선생의 시비, 동해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탕 등이 있다. 명물인 손 모양의 대형 청동 조형물 ‘상생의 손’은 빠뜨릴 수 없는 사진 찍기 명소다. 울산에도 호미곶 못지않은 일출 명소가 있다. 울주군에 있는 간절곶으로, 이곳 일출은 호미곶보다 1분 먼저 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일출 명소가 여름철에도 인기 여행지인 것은 인근에 해수욕장이 있기 때문이다. 간절곶은 진하해수욕장과, 호미곶은 영일대해수욕장과 가깝다. 물놀이 후 탐방하기에 제격이다. 영일대해수욕장은 동해안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이다. 간절곶의 경우 5m 높이의 소망우체통이 있어 추억의 소통 수단인 편지를 상대에게 전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해양박물관도 자리 잡고 있다.
영일대해수욕장, 석굴암
대구에서는 도심의 특성이 반영된 듯 무더위를 식히려 인근 공원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그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옥포면 기세리에 있는 옥연지송해공원이었다. 이곳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MC 송해 선생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송해 선생의 고향은 황해도로 이곳과 별 연고가 없지만, 부인인 석옥이 여사가 이곳 출신이어서 송해공원이 들어선 배경이다. 옥연지를 가로지르는 백세교를 통해 연못 중심부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교량중심부에는 2층 높이의 정자도 세워졌다.
또 옥연지를 거니는 둘레길도 조성돼 있다. 대구 시내로 부터 30분 거리에 있는 화원자연휴양림도 지역민들이 여름철 피서지로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슬산 능선과 서로 맞닿아 있어 등산객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야진 해변
속초관광수산시장, 경포해변
아야진 해변도 지난해 여름 방문지 상위권에 올랐다. 경포해변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속초에서 6㎞ 거리에 있는 아야진 해변에서는 통일전망대와 관동 팔경을 볼 수 있다. 낙산사, 대관령양떼목장도 강원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곳으로 나타났다.
아라마루 전망대
게다가 수도권서 휴가철에 사람들이 많이 찾은 곳은 평소에도 인기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두물머리, 광명동굴
장태산자연휴양림
먼저 산이 피서지로 쓰인 곳을 살펴보면 대전의 장태산자연휴양림을 들 수 있다. 1970년대부터 조성된 이곳은 메타세쿼이아 숲이 울창하게 형성돼 있는 곳이다. 휴양림 전체 면적 82헥타르 중 20여 헥타르가 메타세쿼이아 숲이다. 휴양림에 들어서면 메타세쿼이아가 장벽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데, 이로 인해 뜨거운 햇볕이 차단돼 체감온도가 확 내려감을 느낄 수 있다. 대전 도심서 30분 거리에 있어 지역민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메타세쿼이아 외에 밤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등 유실수, 소나무 등 각종 나무들도 있어 자연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생태연못, 전시장 등이 휴양림 안에 있다.
고수동굴
이곳이 유명해진 이유는 동굴 안에서 카약을 탈 수 있다는 이색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동굴 내 암반수가 고여 만들어진 호수가 있어 가능해졌다. 동굴의 공식 길이는 57㎞나 될 정도로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고수동굴도 빼놓을 수 없다. 단양에 있는 이 동굴은 천연기념물 256호다. 활옥동굴이 인공미를 가미했다면 이곳은 천연 그대로다. 한여름에도 14∼15도를 유지하는 고수동굴은 오랜 세월을 두고 기묘하게 빚어진 종유석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수천,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자연이 빚어낸 동굴 내 조형물들은 독특한 모양에 따라 마리아상, 만물상, 천지창조, 사랑바위 등의 이름들이 붙어있다.
대전에서 휴가철 인기 명소인 대전아쿠아리움도 동굴도 무관하지 않다. 자리 잡은 곳이 자연적으로 생성된 동굴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곳은 전쟁에 대비해 지하방공호로 활용되기도 했다. 대전아쿠아리움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담수어 수족관이다. 도담삼봉, 청남대 등 익숙한 지역 내 유명관광지도 여름 휴가철 방문지 상위 리스트에 올랐다.
대천해수욕장
삽교호관광지는 삽교천 방조제 완공으로 생긴 인공호수 삽교호 일대에 조성된 관광지다. 위치상으로는 삽교천 방조제 끝자락이다. 서해대교를 비롯해 호수와 바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수산물시장과 함상공원, 해양테마과학관, 수변데크, 놀이동산 등이 있어 한때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수도권과의 거리도 멀지 않아 당일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꽃지해수욕장, 삽교호관광지
이곳의 랜드마크인 할배바위, 할매바위가 해안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림과 같다. 특히 해 질 무렵 낙조는 가히 명품반열에 든다. 서해안 최대 규모인 대천해수욕장은 보령머드축제로 유명하다. 이 축제는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로 성공적인 지역축제다. 예당호 출렁다리, 궁남지 등도 충남권에서 휴가자들이 많이 찾는 여행 목적지였다.
내소사
부안군 일대는 고창군과 함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는데, 우리나라 지질학 발달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자연학습장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채석강 다음으로 휴가철 선택받은 여행 목적지는 변산해수욕장이었다. 1933년에 개장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수욕장 중의 하나로 분류된다. 해변의 하얀 모래와 푸른 솔숲으로 인해 백사청송 해수욕장으로도 불린다. 평균 수심이 1m밖에 되지 않는다.
채석강, 선유도
만성리검은모래해변
죽녹원은 담양군이 성인산 일대에 조성한 약 31만 ㎡의 대숲으로 2003년 5월 문을 열었다. 2.2㎞의 산책길을 조성해 대숲을 거닐며 죽림욕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운수대통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죽마고우길 등 8가지의 주제로 길이 조성돼 있다. 죽녹원 내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담양천을 비롯해 수령 300년이 넘은 고목들로 조성된 담양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등을 내려다볼 수 있다.
지역의 명물 여수해상케이블카에 대한 인기도 여전했다. 바다 위를 지나 섬(돌산)과 육지(자산)를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다.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만들어졌다. 바다 위를 지날 때 짜릿함을 느끼고 싶으면 바닥이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크리스털 캐빈을 타면 된다.
여수해상케이블카, 죽녹원
광주 지역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김대중컨벤션센터 등이 휴가철 많은 찾는 곳으로 나타났다.
함덕해수욕장
지난해 제주에서 휴가 목적지로 각광받은 곳 중 눈길을 끄는 곳이 오설록티뮤지엄이다. 협재, 함덕 해수욕장 방문 다음으로 여행객들이 많이 찾았는데, 다소 의외의 장소다. 이곳은 아모레퍼시픽이 2001년 9월에 한국의 전통 차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특색 있는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문을 연 지도 꽤 오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휴가철 여행지 상위권에 오른 것은 이곳이 긴 시간 동안 제주의 수많은 볼거리, 즐길거리 중 꼭 경험해 봐야 할 대표성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오설록녹차박물관, 협재해수욕장
▷한국관광 데이터랩은 이동통신, 신용카드, 내비게이션, 관광통계, 조사연구 등 다양한 관광 빅데이터 및 융합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특화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문수인 기자 사진 한국관광공사·해당 지방자치단체]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1호 (2021년 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