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선점할 디지털 전쟁터 된 ‘메타버스’
입력 : 2021.05.25 14:44:35
-
“앞으로의 미래 20년은 SF(공상과학)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인 ‘메타버스(Metaverse)’ 시대가 오고 있다.”
비주얼 컴퓨팅 기술의 세계적인 선도 기업 엔비디아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해 10월 자사 ‘GTC(GPU 기술 콘퍼런스)’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미래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아주 비슷할 것이고, SF소설 <스노 크래시>처럼 인간 아바타와 AI(인공지능)가 그 안에서 함께 지낼 것”이라고 예견했다. <스노 크래시>는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이 발표한 SF소설이다. 이 책에서 메타버스는 가상의 신체인 아바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란 뜻으로 처음 등장했다. 약 30여 년이 지난 현재 메타버스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 간 업무 환경에서 가상공간에 일상을 복제하는 행위를 총칭해 사용되고 있다. 쉽게 말해 온라인 속 3차원 가상세계에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플랫폼이 바로 메타버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82억달러(약 42조7200억원)나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로블록스는 지난해 2억57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흑자로 돌아서진 못했다”며 “상장 당시 시가총액을 놓고 일각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의 미래가치’란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지금으로선 미래의 지향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를 구동시키는 가상·증강현실(VR·AR) 시장이 2019년 455억달러에서 2030년 1조5429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메타버스의 잠재적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제페토는 네이버의 AR 기술을 활용해 자기 사진으로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1000여 개가 넘는 표정도 지원한다. 표현과 감정이 풍부한 Z세대를 겨냥한 전략이다. 이후 제페토는 현실에서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를 가상공간에 직접 도입했다. 이용자가 제페토의 가상 월드인 ‘제페토 월드’ 안에서 스타와 사진을 찍거나 스타의 방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블랙핑크가 신곡 ‘아이스크림’을 선보이자, 캐릭터가 방문하고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 무대를 3D 맵으로 구축하기도 했다.
블랙핑크의 가상 팬사인회엔 46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다녀갔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빅히트·JYP·YG 등 엔터테인먼트 3사로부터 170억원을 투자받았다.
올 3월 초 순천향대 신입생이 SKT 점프VR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메타버스 입학식에 참석한 모습
최근엔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의 협업 아티스트로 신예 K팝 아이돌 그룹 ‘스테이씨(STAYC)’를 선정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비대면 시대에 K팝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기 위해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점프 스튜디오에서 볼류메트릭 캡처기술(실제 대상을 4K 화질 수준의 카메라 여러 대로 동시에 촬영하는 기술)로 촬영한 스테이씨의 디지털 휴먼 콘텐츠는 점프AR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촬영한 인물은 360° 어느 방향에서나 볼 수 있는 디지털 휴먼 콘텐츠로 구현된다.
네이버제트의 아바타앱 ‘제페토’
기업 내부에서도 메타버스와 XR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현대차는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세계에서 해외 지사의 직원들과 신차 품평회를 열고 서로 의견을 공유한다. 해외 기업 중에도 프랑스의 에이버스나 미국의 보잉은 AR를 활용해 항공기 정보나 매뉴얼 등을 확인하며 작업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지난 5월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ICT문화융합센터에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식이 열린 이유이기도 하다.
SKT가 K팝 스타와 진행하고 있는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
정부의 지원도 예고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경기 성남 판교 ICT문화융합센터 안에 ‘메타버스 허브’를 열었다. 메타버스 허브는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에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서비스 실험 인프라와 메타버스용 콘텐츠 제작 장비 등을 지원한다. 또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내에 법제도 자문그룹을 운용해 메타버스와 관련한 법과 제도의 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출범식 현장에서 ‘메타버스,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를 발표한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메타버스는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흐름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이 변곡점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블록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