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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매니지먼트 ② SK] Purpose-Process-Participation의 선순환, SK의 경영: 3P 플랫폼 확장… 행복경영의 철학, 실행의 프로세스, 참여의 소통을 하라
입력 : 2021.03.29 17: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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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더 강해지는 K경영의 비밀공식을 배워라!
세계 기업들이 한국적 경영, K경영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벤치마킹하겠다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K경영은 서구식 경영과 일본식 경영방식, 그리고 한국 고유의 정서까지 합친 비빔밥에 비유할 수 있다. 강력한 리더십과 빠른 조직력, 그리고 진한 정서적 연대, 서구의 경영이론 등이 혼합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재빨리 미래를 예측해 혁신하고, 시장을 과감하게 공격하고, 상하가 끈끈하게 뭉쳐 협업하는 강점을 발휘해왔다. 이 같은 강점은 때론 약점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진취성이 지나치면 무모한 확장으로, 끈끈한 연대는 유착으로, 효율성은 지나친 통제로 기울면서 문제가 됐고 성공공식이 몰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제 한국식 경영에 대한 일방적 칭찬이나 매도보다는 다각도로 분석하고 새로운 지향점과 성공공식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번에 다룰 SK는 1950년대 선경직물이라는 중소기업에서 출발, 60여 년 만에 재계 3위, 자산총액 약 226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기업계에서 꼽는 SK그룹의 차별성은 학습과 토론 중시, 따로 또 같이의 자율적 경영, 미래에 대한 시대 어젠다의 선두 제시 등이다. 지식경영, 사회적 기업, 사회적 가치 추구, 행복경영, ESG 경영 등 시대 어젠다를 먼저 제시하고, 기업의 측면에서 이를 적용, 발전시키는 선순환 모델을 보여 왔다.
이 같은 성장과 평판의 바탕에는 SK의 경영헌법이라 불리는 SKMS(SK Management System)가 작용해왔다. SK경영의 키워드는 P, 플랫폼이다. 지식이든, 행복이든, 소통이든 지배력보다는 영향력을 확장시켜나가는 따뜻한 중심이 되고자 한다는 점에서다. 행복경영이란 분명한 목적의 경영철학(Purpose)과 수펙스한 목표를 위한 프로세스 실행(Process), 그리고 구성원의 참여(Participation)의 3P다.
목적, 명분, 용어를 한 방향으로 정렬할 때 조직은 총합 이상의 시너지를 낸다. 기업에서 목적함수, 기업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문서화해 천명하는 경우는 드물다. SK는 기업 목적을 행복경영으로 명시하고 있다. SKMS 13차(2019), 14차(2020) 개정 때부터 구성원의 행복 추구를 목적함수로 아예 못박아놓았다. 구성원엔 회사의 임직원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괄한다고 밝혔다.
#이해관계자를 행복하게 하라 많은 기업들이 구성원들의 행복경영을 구호처럼 내세운다. 유행처럼 시도했다가 중도에서 좌절하기도 한다. 두 요소는 상반된다며 행복경영은 위선적이거나 비현실적이라 무시하기도 한다. 행복경영에 대한 일반의 오해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상극적 요소, 배치되는 것으로 보는 점이다. 경영은 이윤극대화를 통한 성과 창출이 기본적 존재 이유인데, 기업에서 무슨 ‘행복 추구’라는 배부른 말인가 하는 비아냥 내지 의구심이다.
두 번째 오해는 구성원을 행복하게 하면 성과가 무조건 난다고 보는 낙관적 믿음이다. 이는 행복을 요구 만족으로 보는 오해에서 발생한다. 만족도는 회사가 나에게 어떻게 해주느냐에 대한 수동적인 반응이다. 갈수록 혜택이 세지고 커져야 행복도가 유지되므로 불협화음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만족은 긍정적 분위기의 직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지만, 만족한다고 해서 성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서 말하는 행복경영은 만족이나, 추상적 슬로건이 아닌 일과 조직몰입, 내지 공동체선 추구가 더 정확한 의미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행복과 성과는 상관관계이지, 상극도 인과관계가 아니다. 최태원 회장은 구성원들과 100여 회에 걸쳐 가진 타운홀 방식의 ‘행복토크’에서 구성원 전체의 행복 추구를 주사위 던지기에 비유해 설명한다.
“주사위를 몇 번 던지면 특정 숫자가 아예 안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없이 많이 던지면 결국 각 숫자가 나올 확률은 6분의 1로 올라갑니다. 같은 맥락에서,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처음에는 개인의 행복이 낮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추구하면 결국 개인의 행복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숫자란 개인의 행복 요구치를 뜻한다. 하지만 횟수의 반복, 시간의 축적에 따라 행복 만족치에 가까워져간다는 이야기다. 행복경영은 방향이고 목적지이고 진행형이지, 완료형이나, 도착지가 아니다. 방향 설정은 분명히 하되 축적의 힘이 필요하다. 이는 이해관계자가 모두 행복해져야 한다는 이타주의적 행복의 확장론으로 발전한다. SK식 행복경영은 구성원 행복은 물론 우리가 속한 사회의 행복총량을 함께 키우는 것이다.
“과거에는 경제적 가치 창출만으로도 고객의 지지를 받고 사회로부터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고객과 사회가 요구하는 여러 가치를 충족시켜야만 기업의 지속 성장과 생존이 가능합니다. 행복이 지속가능하려면 우리가 속한 사회와 이해관계자의 행복 역시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SK가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위해 창출하는 모든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정의하고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합니다.”
행복경영, 좀 더 넓혀 사회적 가치의 중시는 한국 기업사에서 낯선 것은 아니다. 창업자 1세대 이념인 사업보국과도 맥이 닿는다. 사업을 일으켜 나라에 이바지하겠다는 창업자세대의 대의명분이 범사회적 가치에 기여한다는 소명으로 좀 더 발전됐다고 할 수 있다.
저개발국으로 국가경제가 어려울 때는 1단계의 생리적 욕구인 ‘굶주린 대한민국을 배부르게 먹이겠다는 것’이고, 경제적으로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였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돈 잘 버는 덩치 큰 기업만으론 부족하고 국민들에게, 인류에 지지받고 신뢰받을 수 있는 매력 기업을 기대한다. ‘행복경영이 밥 먹여주는가’ ‘사회적 가치 추구가 돈을 벌어주는가’ 하는 질문의 성과변수는 바뀔 필요가 있다. ‘행복경영(가치경영)을 하면 신뢰가 형성되는가’ ‘사회적 가치의 성과와 진정성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가 보다 더 명확한 물음이다.
SK의 행복경영, 이해관계자의 행복 추구 명시는 ‘착한 기업’이 되자는 한가로운 교과서적 도덕주의 선언이 아니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절박한 생존의 명제다. 가치경영이 아닌 수치경영만으로 승자독식을 추진하다보면 적을 만들며 좌초하기 쉽다. 같이 가치경영으로 함께 생태계의 중심이 될 때 지속가능경영을 할 수 있다. SK 내부 구성원의 행복 추구,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행복 공유란 이타주의 목적은 경제적 가치로도 점차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가 이익공유와 사회공헌에 중심을 둬 평판을 높인다면, 이해관계자 모두의 행복을 중시하는 목적경영과 사회적 가치 중시는 신뢰를 높이고 경제적 가치로도 이어진다. 실제로 SK가 2019년 베트남 1위 민영기업인 빈그룹의 지분을 인수하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은, 유리한 협상조건을 제시한 것보다 ‘사회적 가치’ ‘행복경영’을 하는 착한 기업이란 신뢰 덕분이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또한 목적경영의 진정성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버리느냐’에서 드러난다. ESG 경영원칙에 맞춰 황금알 핵심사업도 던지는 SK의 최근 매각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최근 SK는 ESG 경영 흐름과 맞지 않는 사업 부문을 차례로 매물에 올렸다.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사업을 경쟁사 현대오일뱅크에 넘긴 것, SK이노베이션이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SK종합화학) 등의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 그 예이다. 광구-정유-석유화학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구조가 깨져 단기간의 사업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ESG경영을 훼손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익이 되더라도 원칙에 맞지 않을 때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강력한 원칙 수호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사회적 가치와 착한 기업이란 신뢰와 지지란 매력자산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수치, 양적 척도를 넘어 가치의 질적 척도의 면에서 기업의 목적변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던져보아야 할 질문이다.
-우리 기업의 목적함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을 전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가.
-우리 기업의 고객은 누구인가(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목적(원칙)경영을 위해 이익이 나더라도 버려야 할 것, 포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행사 부스
반면에 SK의 수펙스 방식은 각자 최고의 강점을 갖고 토의를 한다. 김치 양념에 능한 사람, 담그는 사람, 김치 보존에 능한 사람 등등이 어떻게 장을 보고, 담그고 보존할 것인가 토의를 거쳐 김치를 담근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양념을 하고, 과학을 잘하는 사람은 김치의 유산균의 효능을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각자의 재능으로 기여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김치의 수준은 점점 더 최상으로 올라간다. 수펙스 실행공식엔 최고 인재가 최고의 성과를 내기보다 협업을 이룬 최고의 조직이 성과를 낸다는 사고가 근저에 깔려 있다. 궁극의 수펙스 목표, 장애를 극복하고 목표를 이루어 내는 5단계 과정은 ▲입체적 Location 파악 ▲KFS(Key Factor for Success) 추출 ▲목표 수준 설정 ▲장애요인 도출 ▲장애요인 제거방안 수립 및 실행이다.
‘수펙스 달성’의 공식은 다양한 업종, 어느 프로젝트에도 적용과 활용이 가능하다. 최근 SK루브리컨츠가 스페인 최대 민간 석유회사인 랩솔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스토리 등 성공사례가 많다. SK의 수펙스 달성문화에서 주목되는 점은 ‘나’보다 ‘우리’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최고의 스타에 대한 성과 포상보다 최고의 조직에 대한 팀 공동 시상을 중시하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2019년 SK그룹 이천포럼 전경
“구성원 행복과 관련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해서 우리 자원과 역량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입할지 등을 결정하면 행복 증진의 효율성과 효과가 높아질 것이다.”
측정에서 평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준’이다. 공정함은 늘 현장의 고민으로 대두한다.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마을 고양이의 쥐 잡기 우화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어느 마을에 쥐가 들끓어 고양이에게 쥐를 잡게 했다. 일정 기간이 지나도 쥐가 줄어들지 않았다. 일부 고양이들이 편한 방법으로만 잡았기 때문이다. 어미 쥐를 잡든, 새끼 쥐를 잡든 동일한 보상이 원인이었다. 쥐 잡는 것을 즐기는 흰 고양이가 있어 관찰해보니 사나운 큰 쥐나 하수구 등 험지도 가리지 않았다. 촌장은 흰 고양이에 맞춰 생선을 주는 기준을 바꿨다. 어미 쥐, 새끼 쥐 등에 따라 보상에 차등을 두자 다른 고양이들도 난이도 있는 방식으로 쥐를 잡기 시작했다. 이후 쥐를 잡는 수가 정체될 때마다 기준을 바꿨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촌장은 흰 고양이가 가장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인센티브의 효용을 인정하지만 위험성도 함께 지적한다. 금전적 인센티브만으로 동기를 부여하면 규모의 경제는 발전하지만, 인센티브 수령을 위해 수치를 왜곡, 조작할 우려가 있다. 이것은 모니터링 등의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한다. 비금전적 인센티브, 칭찬 등은 희소성의 원리가 작용, 흔해지면 그 의미가 약해진다. 결국 조직에 필요한 것은 위 우화 속 흰 고양이의 존재, 외재적 동기가 아닌 내재적 동기에 의해 일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사회적 기업을 넘어 일반 기업에도 적용된다.
▲추상적 이념의 실행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인센티브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예방할 것인가 ▲기업의 원칙경영에 맞는 인재는 어떻게 선발하고 육성할 것인가. 이것들은 가치 지향의 목적을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할 때 기업들이 당면하게 되는 고민이다. 4차 산업혁명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시대, 신뢰와 지지를 받는 착한 기업들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에 걸맞게 착한 인성을 가진 인재의 선발과 그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최근 SK에서 착한 인재를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인다. 실행을 북돋우기 위해 던져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 조직의 상벌 평가기준은 무엇인가.
-가치실행의 측정은 어떻게 하는가.
-원칙을 실행하는 프로세스 공식을 공유하는가.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경영의 최고 화두다. 경영(經營)이란 용어의 출전은 <시경(詩經)>의 ‘大雅(대아)’·‘靈臺(영대)’편과 <맹자(孟子)>이다. ‘경지영지(經之營之)’의 줄임말이다. 주나라 문왕이 백성의 도움으로 영대, 즉 누각을 세울 때의 자초지종을 노래한 시다. 영대를 건축하는데 백성들이 자기의 일처럼 해서 목표보다 초과달성했다는 내용이다. 즉 경영의 요체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자발적인 동기고취에 있다. 동기는 밖에서 불어넣어야 하지만 고취는 스스로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자발적 동기고취가 돼 자기 일처럼 하면 기대 이상, 목표 이상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 몰입해서 일하려면, 의식(意識)이 먼저인가, 일하는 방식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처럼 선후를 가리기 어렵다. 각각 기업문화에 따라 선후 생각이 다르다. SK식 딥체인지는 의식혁신에 앞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 의식이 바뀌고 조직혁신으로 저절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근본적 혁신은 의식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Push하기보다 Pull’로, 미래에 대한 전망(Perpective)을 가지고 진보하도록(Progress)하는 풍토를 마련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업과 개인 모두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토론하라: 캔미팅과 이천포럼 예전에 국내 대기업의 조직문화를 풍자하는 뱀 잡기 유머가 있었다. 사무실에 뱀이 나타나면 삼성은 TF팀을 만들고, 현대차는 일단 잡고 보고, SK는 회의를 한다는 풍자였다. 즉 삼성은 두뇌력을, 현대차는 실행력을, SK는 회의력을 중시함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또 각 기업에서 내려오는 레전드 화두에서도 그 조직문화를 살필 수 있다. 삼성의 레전드 질문은 “업의 본질을 생각하라” “5번 물으면 답이 나온다” 등 두뇌력을 요하는 것이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질문은 “임자, 해보기는 했어”의 실행력 중시 질문이다. SK의 고 최종현 회장이 자주 하던 말은 “유(You)”라고 전해진다. 최태원 현 회장은 “스피크 아웃하라”이다. 각각의 구성원에 대한 개별적 존중과 참여 중시다. 조직 화합은 용광로적 화합과 모자이크식 화합이 있다. 전자는 개인의 재능을 녹여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각자의 개성을 살려 협업하는 것이다. SK식 화합은 후자의 모자이크식에 가깝다. 자기의 강점을 살리고 적극 참여할 것이 권장된다. 단 중구난방이 되지 않는 화이부동의 토론 룰은 “우리 모두가 잘되기 위해선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SK는 미팅과 포럼, 위원회가 유난히 많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캔(Can)미팅과 이천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캔미팅은 업무관계자들이 모여 업무장소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난상토론하는 것으로 못을 박았다. 통조림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한다는 뜻, 혹은 할 수 있다의 캔이란 뜻, 캔맥주를 마시면서 가볍게 하는 미팅이라는 등 그 해석은 분분하다. 중요 포인트는 술모임도, 그렇다고 딱딱한 회의의 연장도 아닌, 주제가 있되 난상토론할 수 있는 자리라는 데 있다. SK의 한 관계자는 “당면한 과제에서부터 업계의 거시적 동향까지 전술 전략을 함께 논하는 자리란 점에서 선배로서도, 후배로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천포럼에선 기업을 넘어 사회 이슈, 미래 트렌드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강연과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진다. VUCA(변동성 Volatility, 불확실성 Uncertainty, 복잡성 Complexity, 모호성 Ambiguity)의 시대엔 개인이나 조직이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미래필요역량을 교육함으로써 기업으로선 학습조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구성원으로선 역량축적을 통해 고용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이다. 미래필요역량을 갖춘 경쟁력 있는 구성원이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참여부족 의식을 탓하기보다 참여를 북돋울 수 있는 방식, 환경조성을 먼저 생각해보라.
-일의 의식을 바꾸려면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
최태원 회장이 구성원들과 행복토크를 하는 모습 (사진 SK그룹 제공)
MZ세대에게 ‘대리만족’이란 유행어가 있다. 조직에서 대리직급에 해당하는 직원이 만족하다고 말하는 회사가 진짜 행복한 회사란 이야기다. 차·부장 이상의 중간관리자만 돼도 회사에 대해 말하기도, 요구하기도 어렵다. 오죽하면 ‘민주주의는 사무실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겠는가. 초보일 때는 조직을 너무 몰라서, 노장일 때는 너무 알아서 말하기 힘들다. 적당히 알되 눈치 보지 않는 3~4년 차 대리의 조직문화평가가 가장 정확하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문제가 없는 회사는 없지만 공개된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회사는 흔치 않다. 리더십 컨설턴트 트레이 테일러는 “조직문화는 직원들이 살고 일하는 도덕적 환경”이라고 정의했다. “조직원들이 함께 모여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매일 지켜나간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대조해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건강한 조직문화의 바로미터는 문제없음이 아니라 문제있음을 말할 수 있는가에 있다. 문제에 대한 정면돌파다. 그래야 구성원들은 입을 연다.
SK의 스피크 아웃과 관련된 또 다른 일화가 있다. 2011년 하이닉스 인수 때 일이다. 최태원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하면서 사장단에 ‘SK하이닉스 인수의 반대 이유 100가지’를 말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자유롭게 반대 이유를 제출했고, 격렬한 갑론을박 토론이 벌어졌다. 100고개의 논박을 넘은 후에 최종인수결정을 내렸다. ‘민주주의가 사무실 앞에서 멈추지 않기 위해’ ‘말뿐인 스피크 아웃이 되지 않기 위해’ 문제해결에 대한 성의, 성역 없는 토론을 솔선수범해 보여줘야 한다. 다음의 질문을 해보는 게 유용하다.
-토론의 룰을 갖고 있는가.
-구성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가.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 대결하는가.
개인과 기업이 모두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면 ‘의식보다 방식을 먼저’ 하는 SK식 딥체인지가 필요하다. 구성원의 참여, 의식혁신은 요구하거나 강요한다고 해서 절로 생기지 않는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이 한 방향으로 정렬될 때 자연스럽게 생긴다.
차에서 멀미하지 않는 방법은 조수석이 아닌 운전석에 앉는 것이다. 운전석에서 멀미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주도성을 갖고 운전하고, 멀리 보는 거시적 전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조직몰입도 마찬가지다. SK의 딥체인지(근본적 혁신)에서 배울 교훈은 사람의 의식을 강제로 바꾸려 하기보다 환경조성, 체질개선을 먼저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의식개혁은 밖으로부터의 압력이 낮아지면 동력이 떨어진다. 딥체인지식 체질개선과 환경조성은 외부 압력과 상관없이 자체동력으로 혁신을 계속한다. 조직혁신을 하고 싶다면 구성원의 의식혁신 요구 못지않게 그를 위한 환경,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빨리 변하는 것보다는 깊이 체질화하는 것이, 먼저 도착하는 것보다는 오래 지속가능한 것이 더 중요하다. 구성원을 참여시키고(Participate), 진보하게 하고(Progress), 미래에 대한 관점(Perspective)을 갖고 준비시키라. <참고도서> ①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최태원 저, 이야기가 있는 집 간, 2014)
②황제경영은 싫다,최종현 회장의 인간경영(정 도미노 저, 오늘 간, 2003)
③최종현, 그가 있어 행복했다: 일등국가를 꿈꾼 기업(고 최종현 회장 추모위원회, 2008)
④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 경영자 코치 허달이 푼 최종현 사장학(허달 저, 비움과소통 간, 2012)
⑤타이거 매니지먼트-위기에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한국식 경영(마틴 헴미어트 저, 레인 메이커 간, 2012)
인터뷰에 응해주신 SK 전·현직 임직원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숙명여대 초빙교수]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7호 (2021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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