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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LUXMEN·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중국 | 글로벌 경제의 ‘문제아’인가 ‘새로운 기회의 場’인가?
입력 : 2020.10.05 15: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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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무역마찰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글로벌 경제가 잠깐 숨을 돌릴 즈음 발생한 중국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직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질병 최초 발생 이후 8개월 경과한 시점인 2020년 8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2500만 명을 웃돌았고 아직도 하루 평균 30만 명 가까이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 최다 감염자 발생국인 미국은 확진자가 하루 평균 5만 명 정도로 증가하면서 누적 6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보유국인 중국이 질병 근원지이자 최초 확산지임에도 불구하고 누적확진자가 9만 명 정도에 불과한 것은 ‘통제 가능한 사회’라는 이점을 이용하여 강력하고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생원인과 전파경로, 감염자 및 사망자 통계 등 민감한 정보에 관해서는 죽(竹)의 장막을 쳤다. 사실 이 같은 중국식 ‘통제’와 ‘불투명성’은 경제회복에 대한 정부 당국의 절박함과 중국 지도부의 지도력에 무수한 의문들을 던지는 글로벌 국가들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2분기 회복세는 공급이 수요보다, 투자가 소비보다, 그리고 제조업이 서비스업보다 강하게 반등하면서 끌어올린 경제성과에 불과하다. 그러나 GDP 대비 투자 비중의 44%는 최종소비 비중의 55%보다 작고 제조업 비중의 40%는 서비스업 비중의 53%보다 작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서비스업이 살아나지 않으면 중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반등이 힘들다는 얘기다. 거기다가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피로가 쌓이고 쌓인 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회사채 디폴트 총규모가 올해 1~7월 누적기준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36%나 급증(785.3억위안, 약 14조원)하여 실물경제를 넘어 금융으로 번지는 위기의 뇌관에 화염이 타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각 국가들에서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위해 실행한 공급 측면의 조치는 중간재, 노동 및 생산의 흐름을 방해하였고 수요 측면의 격리조치는 상품, 서비스의 소비를 감소시켰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해 선진국은 7%의 GDP 감소가 예상되고 신흥국 및 개도국(EMDEs)은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자료 세계은행)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세계대공황 이후 가장 깊은 경기 침체기인 2009년의 위축보다 거의 3배 큰 규모의 생산 감소를 겪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코로나19가 극단적인 방식으로 중국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다시 되돌아와 바이러스 그 이상의 힘으로 중국의 경제, 산업 시스템에 강한 위협과 도전을 주고 있다. 중국은 외부로부터 오는 위기를 당국의 국내적 대응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을 과거 수많은 경험을 통해 얻었다. 글로벌 규칙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국내 정책만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면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제 중국은 새로운 경제, 산업 트렌드에 대해 국내를 넘어서 글로벌에 적용되는 규칙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최근 중국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全球数据安全倡议)’는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한 것이다. 중국의 경제주체들은 서서히 디지털경제화, 신형도시화의 길로 체질 개선을 할 것이며 이는 세계 경제와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주류(Main Stream)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는 파도보다는 큰 바람의 방향을 봐야할 때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에게 있어서 중국은 어떤 존재가 될 것이며, 우리는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인가? 많은 의견이 있지만 우리는 한 번쯤 중국에 대한 유럽연합의 입장(2019년 3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EU-중국 전략전망’)을 참고해볼 만하다.
유럽연합에 있어서 중국은 관심분야에서는 협력파트너(Cooperation Partner), 이익균형을 위해서는 협상파트너(Negotiating Partner), 선도 기술 분야에서는 경제적 경쟁자(Economic Competitor), 거버넌스 모델의 대안적 측면에서는 체제적 라이벌(Systemic Rival)이라고 광범위하면서도 분야별로 상이한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전면적 대결 양상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래 먹거리 싸움에서는 숙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의 경제 및 산업 질서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글로벌 무대에서 남들이 따라올 수 있는 길을 개척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안에 있어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익을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신흥시장팀 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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