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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LUXMEN·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미국 | 대선 이후 불안한 경제 회복 예상
입력 : 2020.10.05 15: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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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는 언제 다시 살아날까? 최근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10년 이상 지속되던 경기 확장세가 마무리되면서 경기 수축기로 접어들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미국 경제가 2020년 2월 정점을 찍고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시작한 128개월간의 확장 국면은 1854년 이후 미국 경기 사이클 중 가장 길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2019년 말과 올 초만 해도 미국 경제는 성장률은 다소 둔화될 수 있겠지만 순항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실업률이 3%대 중반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견조한 소비 회복세 등에 힘입어 확장세는 더 길어질 것으로 많은 전문가는 내다보았다. 행동경제학으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 경제 호황에 심리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강한 경제’ 등과 같은 구호가 경제에 낙관적인 심리를 자극시켜 소비가 늘면서 경기 확장이 이어졌다고 보았다. 그러나 향후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낙관적인 기대가 꺾이면 급격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러한 그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를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 체제를 무력화시켰다. ‘그린존(Green Zone)’으로 보였던 미국조차도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경기 침체 늪에 빠지게 되었다. 경제 봉쇄로 미국 고용 악화와 함께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둔화의 충격이 역성장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올해 미국 경제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고용 시장은 개선되고 있으나 정체 국면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4월 14.7%까지 급등 후 8월 현재 8.4%로 예상보다 빠르게 한 자릿수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고용 증가 속도는 최근 둔화되는 양상이며, 코로나19로 훼손된 고용의 절반 수준은 아직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노동 시장의 미스매치 지속 등 고용 시장의 회복 속도는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소매 판매는 2020년 4월 전월 대비 -14.7%까지 하락한 후 5월 18.2%, 6월 8.4%, 7월 1.2%를 기록하면서 회복하고 있으며, 콘퍼런스 소비자신뢰지수도 4월 85.7p까지 하락 후 6월 68.3p로 상승했으나 8월 현재 84.8p로 다시 하락해 여전히 심리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소비 부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고용 시장에 충격이 가해지며 소비 여력이 약화되면서 위축됐던 소매 판매와 소비심리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이나 재확산에 따른 우려가 경제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될 때까지 ‘V’자형보다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백신이 상용화되더라도 4분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고 대선 이후 추가 재정부양책 규모가 확대될 경우 본격적인 시행은 2021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기관의 올해와 2021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차이가 존재한다. 코로나19 재확산 정도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8.0∼-4.5% 수준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2021년 경제성장률도 3.7∼5.0% 정도의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언컨대 2021년 미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는 미국 대선 결과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없이 경기 확장세를 유지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 경제 침체, 인종차별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우세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 지표의 개선으로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어 접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정치 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지난 6월에 10.2%p까지 벌어지면서 바이든이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바이든 후보가 우세하지만 9월 15일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6.8%p로 하락하면서 벌어졌던 격차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과거 역사를 보면 1970년대 이후 재선에 실패해 백악관 생활을 4년으로 마친 대통령은 경제 성적이 처참했던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조지 H W 부시 3명뿐이다. 그만큼 경제 성적표가 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로 법인세 인상, TPP 재협상, 친환경 에너지 투자 등의 공약을 내걸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는 곧 미국의 경제·산업·무역 등의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며, 이는 2021년 미국 경제의 새로운 나침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정적자 확대와 부채 누증이다. 재정 건전성 악화는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정부부채 누증으로 신용등급 강등 위험성도 존재한다. 대규모 재정 지출로 인해 2020년 재정적자는 GDP 대비 -17.9%, 정부부채는 GDP 대비 101%로 급증해 재정건정성 문제가 지속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당시 의회가 마련한 재정 감축 규모 불충분 등으로 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사례가 있어 재정건정성 악화는 미국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존재할 것이다.
향후 경제 재개와 부양책 등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하반기 이후부터 반등이 예상되나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대선 결과 등으로 예상 성장 경로를 벗어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미국 경제는 반등세가 예상되고, 추가 부양책에 따른 수요 발생 가능성이 커 미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하다. 둘째,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로 인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침체가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하여 국내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발생할 수 있는 금융 시장 불확실성을 차단해야 한다. 셋째, 미국 대선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대선 결과에 따른 기회 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 및 발굴해야 하는 동시에 위기 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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