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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덮친 코로나19 재앙 뿌리 뽑을 백신 개발 언제쯤?
입력 : 2020.08.25 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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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속출하면서 2차 대유행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때 주춤해지는 듯했던 코로나19는 최근 들어 연일 세 자릿수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고 숫자도 증가하는 등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서울과 경기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대규모 집단 확진 외에 카페, 음식점, 사무실, 시장 등에서 소규모 집단감염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된 확진자들을 중심으로 재감염이 늘어나 지방으로 N차 감염이 이어질 경우 2차 대유행으로 비화할 양상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며 면역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코로나19 억제에는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옆 나라 일본, 중국 외에 미국 역시 2차 웨이브 우려에 시름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팬데믹을 경고해온 빌게이츠 역시 최근 백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빌게이츠는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백만 명이 더 사망하고, 내년 말에야 비로소 종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이전에 유행했던 코로나19 계열 바이러스와 타 질병 관련 백신이 부분적으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전 인구의 30~60%가 항체를 형성하면 대유행을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백신의 개발과 전 지구적인 보급이 코로나19 종식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진단이다.
빌 게이츠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유일한 팬데믹 종식의 키라고 밝혔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적인 예가 8월 초 미국의 5차 재정부양책 합의 결렬”이라며 “정부 부채를 통해서 코로나19로 인한 민간의 수요 공백을 무한정 메우기에는 국가 재정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분석했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되지 않으면 재정 악화의 부담을 감내하고 쏟아 붓는 부양책 효과가 희석된다는 점도 문제다. 확진 및 사망자가 늘어날수록 경제 주체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임상 과정도 일반 신약 개발에 비해 단축해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임상 3상에서는 1~2상보다 훨씬 긴 기간에 걸쳐 신약의 효능과 부작용을 추적 관찰한다. 현재 5개 제약사의 3상 임상의 경우에도 전체 기간은 2년 안팎으로 설정돼 있지만, 단기간의 투약을 통해 유의미한 코로나19 면역 형성이 확인되면 바로 다음 단계인 FDA 심사와 제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빠른 임상 진행에 대비해 이미 일부 제약사는 백신 생산라인을 정비하고 백신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진행 중인 임상은 26건, 비임상은 139건가량이다. 그 중 모더나(Moderna)의 mRNA-1273,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AZD1222, 화이자·바이오엔택(Pfizer·BioNTech)의 BNT162가 임상 3상에 진입해 개발 및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임상 파이프라인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속도전에서 가장 앞선 곳은 모더나의 mRNA-1273이다. 이들의 백신 임상 계획을 보면 전체 임상이 종료되는 시점은 2022년 10월 27일이다. 백신 접종은 1일 차와 29일 차 각각 1회씩 총 2회를 투약하고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효과가 2년 이상 지속되는지 여부를 추적 관찰한다. 임상 3상 데이터의 수집·분석이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에 중화항체 형성 여부 및 약물의 안정성이 확인되면 긴급 승인을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경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임상 단계가 가장 빠르고 효능 및 안정성이 입증된 백신 후보물질부터 긴급 승인이 나올 것”이라며 “백신 후보물질 2~3개가 승인된 이후 자체 생산설비 및 CMO를 활용해 대량 생산이 시작되고 시장에 백신이 본격적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현황은 기업의 소재지와 국가별 지원규모를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 영국, 중국이 앞서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기업도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임상 진행현황을 볼 때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후보물질에 비교해서는 1~2년 정도 개발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기업들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내년 상반기쯤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연 외신기자 오찬간담회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동향에 대한 질문에 “우리 기업도 백신, 치료제 개발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올해 중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내년 상반기 정도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로부터 3억 회분 외에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 프랑스 사노피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미 노바백스 등과도 1억 회분씩 계약했다. 현재까지 확정된 물량만 7억 회분이고, 추가 주문 가능량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분량을 끌어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개발 지원에 지금까지 94억달러(약 11조원)를 쏟아부었다.
영국 시장분석기관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지난 8월 초 기준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코로나19 백신 13억 회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매입 권리까지 감안하면 추가로 15억 회분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쓸어가는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다른 국가는 물량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민족주의를 앞세운 국가들이 코로나19(CO 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 민족주의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입도선매하면서 백신 선점에 나선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전략적이고 세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국익에 부합한다”며 “모든 사람이 안전할 때까지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러시아 백신에 대한 사전 자격 심사 절차를 논의 중”이라며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소장도 이에 대해 “러시아가 사전 검사를 거치지 않고 접종 가능한 백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무분별한 백신 개발의 위험성을 경고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
그러나 과거 사례를 비추어 볼 때 백신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리하게 인체에 투여할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전에 개발된 뎅기열 백신,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백신의 경우 ‘항체 의존적 감염 촉진(ADE)’ 현상이 보고된 바 있다. 백신을 맞은 뒤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증상이 오히려 악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아픈 사람에게 주입하는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맞히는 것인 만큼 안전성 문제를 더욱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러시아는 물론 미국에서 개발 중인 백신 후보군들도 1상, 2상 임상에서 두통이나 나른함 등의 부작용이 발견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임상을 거치지 않을 경우 후유증으로 당뇨, 고혈압, 심장섬유화 등 다양한 부작용도 추후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COVID19 백신 출시경쟁 펼치는 Top3 제약사
mRNA-1273은 백신 2회차 투약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효과가 2년 이상 지속되는 것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임상 3상 완료를 위한 전체 데이터는 2022년 10월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화항체 형성 및 면역반응 등 중요한 지표가 확인되는 대로 긴급 승인을 통해 시장에 백신이 공급될 것으로 본다.
임상 3상은 50대 50으로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눠 실험군에 백신을 투약하고 대조군에 플라시보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mRNA-1273 백신 투약방식은 근육주사(IM, Itramuscular)로 100ug 용량 백신이 임상 1일 차와 29일 차에 각각 1회씩 총 2회를 투여한다. 대조군에는 플라시보(0.9% 생리식염수)가 동일한 근육주사 방식으로 1일 차와 29일 차에 실험군과 같은 방식으로 총 2회 투약한다.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는 감염성 병원체가 인체에 침투했을 때 항체가 항원을 둘러싸서 병원성을 낮추는 항체중화 반응이다. 인체가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의 감염성 병원균에 대응하는 후천적 면역반응으로 중화 항체가 형성된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의 중화항체 형성 여부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과 병원성을 낮추는 것이 백신 승인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임상 2·3상은 3만2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BNT162의 연령별 접종 대상군은 3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 그룹은 18~55세 일반 성인군, 두 번째 그룹은 65~85세의 고령군, 그리고 세 번째 그룹은 18~85세의 전 연령군이다. 용량(dose)에 따라 임상군도 나뉘는데 1~3 용량으로 투약군을 분류해서 용량별 안정성과 효능을 확인할 계획이다. 대조군은 위약군(Placebo)으로 동일한 조건에서 각 그룹별로 진행된다. 임상 시작일은 4월 29일이며 임상에 관한 전체 데이터 수집·분석이 종료되는 시점은 2021년 6월 28일이다. 백신 접종 이후 장기 추적기간까지 마무리되는 시점은 2023년 1월 23일이다.
이들이 개발 중인 mRNA백신은 실제 바이러스보다는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단백질(Spike Protein)을 타깃으로 한다. 돌기단백질은 전자현미경으로 확인 가능한 바이러스 외피에서 표면으로 돌출된 단백질로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해 숙주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할 때 기능을 하는 단백질이다. 백신으로 개발된 합성 mRNA는 지질나노입자(LNP) 제형 안에 넣어 약물을 전달한다. 체내에 투입된 mRNA는 세포에 도달해 유전코드(genetic sequence)에 따라 세포에 지시(instructions)를 내린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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