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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의 강자 네이버·쿠팡에 도전장 페이스북·구글의 이커머스 전략
입력 : 2020.07.28 10: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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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화두 중 하나는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이커머스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이미 모바일 쇼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언택트(Untact) 문화의 확산이 규모를 키웠다.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최근 페이스북과 구글이 국내 시장을 노크한 이유다.
네이버의 올 2·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99% 증가한 1조8094억원, 영업이익은 76.23% 늘어난 2261억원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언택트 수혜로 쇼핑과 금융부문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호실적이 예고되고 있다.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한 네이버는 올 초 ‘종합 쇼핑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후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며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네이버 ID로 쇼핑하고 결제까지 가능한 ‘네이버페이’를 갖추고 쇼핑 강자로 떠올랐다. 최근엔 유료멤버십 ‘네이버 플러스’를 출시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월 4900원을 내면 매월 쇼핑 결제 금액에 따라 네이버페이 포인트 4%가 적립되는 서비스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의 적립률이 1~2% 수준인 걸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선 “포인트 적립률이 높아 재이용률이 높고 소비자의 쇼핑 횟수와 금액 확대로 이어진다”고 평가한다.
로켓배송으로 지난해 매출 7조원을 달성한 쿠팡은 오픈마켓 입점 판매자가 상품 보관부터 로켓배송, 고객서비스(CS) 응대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로켓제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동안 쿠팡은 직매입한 상품에 대해서만 로켓배송을 진행해왔다. 이러한 서비스를 오픈마켓까지 확대한 것이다. 중소 판매자들의 취약점 중 하나였던 빅데이터 분석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이번엔 글로벌 IT 공룡 페이스북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페이스북은 지난 5월 미국과 유럽에서 무료 온라인 상점 개설 서비스 ‘페이스북 숍스(Shops)’를 선보인 이후 한 달 만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8개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숍스 서비스에 대해 “코로나19로 어려워하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숍스는 소상공인 등 사업자가 페이스북에 가입한 후 디지털 상점인 ‘숍(Shop)’을 개설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무료로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다. 모든 가입자가 상점 주인이나 고객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국내 가입자 수만 4000만 명, 전 세계 하루 평균 이용자수가 24억 명이나 되는 거대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선 셈이다. 자회사 격인 인스타그램의 이용자도 10억 명이나 된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개설한 숍은 인스타그램과도 바로 연동된다. 기존에는 판매자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상품 홍보 게시글을 올리고 구매 페이지 링크를 걸어두는 방식이었다.
네이버 산지직송 서비스
숍스는 고객이 직접 판매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와 운영 원리가 비슷하다. 단 수수료 면에선 양쪽의 정책이 전혀 다르다. 숍스가 무료 운영을 밝힌 반면 스마트스토어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 페이스북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네이버가 긴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숍스를 이용하면 제품을 세부적으로 분류하는 ‘컬렉션 만들기’ 기능, 브랜드 색상과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인터페이스 디자인’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 홍보에서 나설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패션, 뷰티 업계에선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상품을 홍보하고 자사 사이트에서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며 “기존 업체에 신규 업체까지 유입된다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SK텔레콤 T맵
페이스북에 이어 구글도 최근 쇼핑 서비스인 ‘구글 쇼핑’에서 국내 소상공인의 판매 상품을 무료로 노출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광고비를 지불해야 제품을 노출할 수 있었다. 지원하는 대상은 그동안 구글쇼핑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연매출 12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이다. 구글쇼핑은 올해 한국에 무료 개방이 예상돼 글로벌 IT 공룡들과 국내 온라인 기업들 간 격돌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쇼핑 플랫폼의 진화, 내비게이션에서 쇼핑을?! 자동차 운전 시 필수 항목이 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T맵 주행거리와 주유 결제금액에 따라 할인 포인트를 제공하고, 차량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T맵쇼핑’을 새롭게 선보였다. T맵의 쇼핑 기능은 별도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T맵 내 ‘T맵쇼핑’을 통해 주행거리와 주유 결제금액에 따른 쇼핑포인트를 적립해 상품 구매에 이용할 수 있다. 신차, 렌트, 리스 등 자동차 구매 및 이용 상품부터 차량용 부품과 액세서리, 엔진오일 등 차량용품, 주유권, 세차권까지 마련됐다. 쇼핑포인트는 T맵 주행거리 1㎞당 2P씩, 주유 결제금액 1000원당 30P씩 적립된다. 포인트 유효기간은 1년, 주유적립은 삼성카드나 신한카드를 등록한 고객이 대상이다.
네이버는 네이버 모바일(그린닷)에만 적용됐던 AI 장소 추천 서비스 ‘스마트어라운드’를 네이버지도에 탑재했다. 스마트어라운드는 AI가 사용자 개인의 위치, 시간대, 성별, 연령에 맞춰 맛집, 카페 등 가볼 만한 곳을 알아서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네이버는 이후 AI를 이용해 쇼핑과 생활혜택 등 다양한 편의기능을 연동할 계획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9호 (2020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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