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뛰어든 초소형 전기차 시장, 쎄미시스코·마스타… 선점경쟁 후끈

    입력 : 2020.01.30 17:55:28

  • #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이동구(가명·35세) 씨는 지난해 초소형 전기차를 한 대 구입했다. 아직 결혼 전인 이 씨는 나 홀로 살고 있는 1인 가구.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이 씨가 초소형 전기차를 구입한 이유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집 주변 등 단거리 이동을 할 때 편리하기 때문이다. 골목길 운행이나 주차가 소형차보다 쉽고, 정부 보조금과 낮은 유지비 등도 장점이다. 이 씨는 “2인승이 대부분인 초소형 전기차는 외관도 날렵해 스타일도 살릴 수 있다”며 “출고 가격이 싸진 않지만 정부 보조금과 지차체 보조금을 받으면 최소 5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나만의 차”라고 소개했다.

    사진설명
    이 씨처럼 나만의 일상을 즐기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 입장에선 단거리 운행에 비용과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고, 유통이나 택배, 배달 관련 업체들은 낮은 유지비와 네 바퀴로 달리는 안전성이 매력적인 요소다.

    가장 널리 알려진 모델은 르노삼성의 ‘트위지’. 그리고 이 완성차 브랜드의 유명세에 최근 국내 중소기업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며 속속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의 무기이자 강점은 트위지의 단점이자 한계로 지적돼온 편의장비 탑재. 실제로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1월~12월 9일) 초소형 전기차 판매량은 2764대 중 절반은 트위지(1436대)가, 나머지 절반(1328대)은 중소기업 모델이 차지했다. 2017년 트위지의 초소형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00%, 2018년엔 80%였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일반 전기차에 비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2017년 638대, 2018년 1950대, 지난해에는 2764대 판매되며 매년 성장폭이 큰 시장”이라며 “아직 걸음마 단계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중소기업들의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마스타자동차의 ‘마스타 밴’
    2019년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마스타자동차의 ‘마스타 밴’
    ▶다양한 편의사양 탑재한 초소형 전기차

    중소기업들의 초소형 전기차 모델은 우선 르노삼성의 트위지에는 없는 다양한 편의사양을 자랑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게 냉·난방장치다. 덕분에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도 별무리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

    출고가격은 1400만~2200만원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이 더해지면 최소 5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지난해 판매순위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을 살펴보면 ‘마스타자동차’가 509대, ‘쎄미시스코’ 419대, ‘대창모터스’ 350대, ‘캠시스’가 50대를 판매했다.

    우선 ‘마스타자동차관리(이하 마스타자동차)’는 농협, 우정사업본부 등 법인과 기관의 자동차를 정비·관리하는 국내 최대 자동차종합관리 서비스 기업이다. 전국에 있는 600개 긴급출동점과 1000개 정비가맹점을 통해 차량이 고장 나면 언제 어디서든 차량을 수리하고 정비한다. 1986년 국내 최초로 긴급출동서비스를 실시해 사세를 키웠다. 2018년 8월 마스타전기차를 설립하고 ‘마스타미니’ ‘마스타 PU(픽업트럭)’ ‘마스타 밴’ 등 세 가지 모델을 선보였다. 마스타전기차는 냉난방 기능은 물론 후방카메라 등 안전과 편의장비를 일반 차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픽업트럭과 밴은 적재공간이 넓은 장점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한계로 거론돼온 AS 문제에서 여타 브랜드보다 앞서 나갔다. 마스타자동차는 전국에 1500개의 AS망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설명
    ‘대창모터스’는 2010년 골프카트로 사업을 시작한 친환경 전기차 전문 기업이다. 가장 유명한 모델은 ‘야쿠르트 전동카트’다. 카트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7년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최고속도 80㎞/h의 초소형 승용 전기차 ‘다니고’ 1세대를 선보였고, 이후 다니고 2·3세대를 연이어 출시했다. 2·3세대 다니고는 승용 겸 화물용 차량으로 현재 우정사업본부의 집배용 차량으로 제공되는 등 주로 소상공인들의 이동·운송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3세대 다니고에는 ABS가 장착됐다. 다니고에 탑재되는 자체 개발 리튬이온 배터리 팩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도 강점 중 하나다. 초소형 전기차 외에 저속 전기차(LSV)를 수출하고 자율주행 전기버스를 개발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친환경 전기·자율차 클러스터(협력지구)가 조성되는 전북 새만금산업단지에 생산기지를 짓는 대창모터스는 생산량을 연 5000대로 올려 잡았다.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쎄미시스코의 ‘D2’, 르노삼성 ‘트위지’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쎄미시스코의 ‘D2’, 르노삼성 ‘트위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는 ‘캠시스’는 2015년 소형 전기차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하반기에 ‘쎄보-C’를 출시했다. 탄탄한 본업과 든든한 자금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쎄보-C는 자체 기술로 설계한 후 중국에서 생산했다. 올해 전남 영광에 자체 생산 공장을 마련해 8월부터 국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쎄미시스코’는 2000년에 설립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업체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전기차 사업에 진출했다. 2017년 초소형 전기차 ‘D2’를 선보였다. D2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즈더우(Zhidou)’가 현지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입한 뒤 국내 상황에 맞게 변형하는 방식으로 판매에 나섰다. 자체 기술력을 높인 쎄미시스코는 지난해 ‘D2C’를 출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D2C는 기존 D2에 적재함을 추가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납품 모델이다. 1회 충전으로 153.5㎞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초소형 전기차 중 가장 주행 거리가 길다. D2C는 세종시에 있는 쎄미시스코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생산한다. 현대 월 1000대 생산량을 증설해 월 2000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사진설명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보급 촉진

    현재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배달 업무에 나서는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일례로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들의 안전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지난해 초소형 전기차 1000대를 도입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향후 1만5000여 대에 달하는 기존 우편집배용 오토바이 중 1만 대를 초소형 전기차로 대체할 방침이다.

    풀무원의 신선음료 브랜드 풀무원녹즙도 지난해 9월 초소형 전기차 3대를 도입했다. 현재 일부 배달 지역에서 초소형 전기차를 활용한 녹즙 배달을 시범적으로 운행 중이다. 풀무원은 테스트 결과에 따라 향후 초소형 전기차를 추가로 구매할 예정이다.

    대창모터스의 ‘다니고’, 캠시스의 ‘쎄보-C’
    대창모터스의 ‘다니고’, 캠시스의 ‘쎄보-C’
    정부와 지자체도 전기자동차, 유통, 금융, 서비스 분야 관련 기업들과 손잡고 초소형 전기차 보급 촉진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제주 등지에서 ‘2019 초소형 전기차 로드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BBQ 등 프랜차이즈 업체와 렌터카 업체, 지역소상공인연합회, 한국사회복지협회, 지방 의용소방대연합회 등이 초소형 전기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산업부는 앞으로 초소형 전기차 보급 촉진을 위해 주행거리, 충전시간 등을 개선하는 한편, 부품 국산화를 높이고 소비자 안전 등을 강화해 동남아 등 수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