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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庚子年’ 경제·재테크 전망 Part Ⅰ거시경제 | 수출·내수 부진 장기침체 가능성 커져
입력 : 2019.12.27 15: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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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았다. 출범 초기 기대와 달리 한국 경제는 나아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주류다. 한국 경제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제성장률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 기관에 이어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은 2019년 경제성장률이 2%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줄줄이 내놨다. 새해에도 성장률은 1%대, 기껏해야 2%대 초반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결국 정부는 새해에도 2019년처럼 재정지출로 경제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와 민간부문 소비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 한국이 기댈 구석이라도 있겠지만 녹록지 않아 설상가상이다.
수출·내수 부진 장기침체 가능성 커져 새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은 저성장의 장기화다.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은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0% 안팎으로 내다본다. 2019년에 비해서는 낫지만 완연한 회복세라고 판단하기는 힘든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 한국은행 등은 2.3%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한다. OECD와 IMF 등의 예측 수치는 2.2%다.
국내 연구기관의 성장률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심지어 2019년보다 새해가 더 나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새해 경제성장률을 2.1%로 하향 조정했다. LG경제연구원의 전망은 한층 비관적이다. 2019년 2.0%에서 새해 1.8%로 악화할 것으로 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19년과 2020년 모두 1.9%, 한국금융연구원은 1.9%, 2.2%를 제시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역시 “미중 무역갈등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2019년보다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새해 성장률 전망이 부정적인 것은 글로벌 시장과 관련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성장이 부진했던 탓에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소폭 개선되겠지만 수출 등 경기 흐름이 2019년보다 더 부진해 기저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부진하면 우리 경제의 회복세 역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비해 정부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분위기다. 정부는 최근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새해 실질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주요 기관 전망 대비 단연 높은 수치다.
정부가 낙관하는 근거는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와 글로벌 경기 저점 탈출 조짐, 반도체 업황 회복 등이다. 정부는 또한 부진했던 수출이 새해에는 3%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설비투자(5.2%)와 민간소비(2.1%) 역시 늘어난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홍남기 부총리는 “세계 경제 개선 등 기회요인을 최대한 활용해 새해에 반드시 경기 반등 모멘텀을 만들고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민간에선 이런 정부의 생각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정부가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업황 회복을 근거로 성장률 전망을 높여 잡았지만 민간소비와 수출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가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 인도의 성장세 둔화에 수출이 다시 부진해지거나 기업 투자가 늘지 못할 경우 더블딥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협상이 조금 진전될 가능성은 있지만, 나머지 요인에서는 크게 나아지는 것이 없다”며 “반도체 업턴 이야기는 있지만 실제로 반도체가 나아진다는 사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회복 역시 정부의 목표다. 정부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 역시 견해가 엇갈린다. 정부는 새해 취업자 증가폭이 25만 명 내외로 2019년의 28만 명보다는 줄어들겠지만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줄어드는 이유는 생산가능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15~64세 고용률은 2019년(66.8%)보다 0.3%포인트 상승한 67.1%를 제시했다. 예상 실업률은 같은 기간 0.1%포인트 내린 3.7%다.
노동 시장에 대한 민간의 전망은 더 싸늘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을 발표하며 “실업률은 하락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미약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짐에 따라 노동 시장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실업률이 하락하더라도 이는 고령화와 젊은 층 감소라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의 영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은 “재정지출 확대로 공공 부문, 사회복지 부문의 근로자는 늘어도 수출과 투자부진으로 제조업 취업자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서비스 부문도 경쟁 심화로 고용흡수력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저물가 역시 위험요소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9년 0.4%에 이어 새해에는 1.0%로 조금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새해 상반기에도 경기 부진으로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이 약하고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가 이어져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농·축·수산물 가격과 석유 가격 하락으로 비롯된 공급 측 물가 하방압력이 2019년보다는 완화한다는 분석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020년 중 0.7%, 2021년에는 1.1%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20년에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복지 확대 등 정책적 요인에도 기조적 물가 흐름은 1%대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물가 수준의 하락이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지속하는 디플레이션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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