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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 수입 베트남산이 가장 많은데… 고산기후 적합한 콜롬비아산이 최고급
입력 : 2019.07.26 16: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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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교향곡으로 유명한 독일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말한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가지의 좋은 아이디어를 안내한다”고. 비단 베토벤만의 일상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커피사랑, 억(億) 소리의 파장이 조(兆)를 훌쩍 넘어설 만큼 남다르다.
▶세계 6위 커피 소비국 한국, 원두소비량 15만t
유럽과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소비량이 높은 전 세계 커피시장에서 한국은 세계 6위의 커피 소비 국가다. 수입량을 기준으로 지난해 커피 원두 소비량은 유럽연합(EU)이 264만t으로 가장 큰 비중(39.4%)을 차지했다. 한국은 약 15만t, 세계 소비량 대비 약 2.2%의 비중으로 EU, 미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다음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커피시장은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위 3대 브랜드의 매출액만 약 2조원이나 된다. 구체적으로 미국브랜드인 스타벅스의 지난해 매출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2위인 투썸플레이스(약 2743억원)를 압도하고 있다. 가맹점수 기준으로 국내 1위 브랜드인 이디야 커피는 약 200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수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한 커피의 원두는 과연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사라지는 걸까.
국제커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커피 원두 생산량은 약 1014만t에 이른다. 2015년에 비해 약 1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아라비카 원두 생산량은 전 세계 총 생산량의 약 61.3%나 됐다. 그 외 로부스타 원두가 약 38.7%의 생산량을 차지했다. 그런데 아라비카는 뭐고 로부스타는 뭘까. 낯선 용어지만 커피를 즐기는 이들에겐 이미 생필품(?!)이나 다름없는 원두 이름이다.
커피는 풍부한 향만큼이나 품종이 다양하다. 식물학상 꼭두서니과 코페아(Coffea) 속으로 분류되는데, 커피 원두의 품종은 가장 크게 ‘코페아 카네포라(Canephora)’, ‘코페아 아라비카(Arabica)’, 그리고 ‘코페아 리베리카(Liberica)’로 나뉜다. 이름하여 삼대원종이다.
먼저 서아프리카 콩고에서 발견된 ‘카네포라’는 로부스타(Ro busta), 티모어 하이브리드(Timor Hybrid), 카티모어(Catim or) 등 여러 품종으로 나뉘지만, ‘강건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로부스타’가 가장 대표적인 품종이다. 주로 800m 이하의 저지대에서 자라며 병충해와 추위에 잘 견딘다. 아라비카와 비교해 2배 이상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어 쓴맛과 구수한 맛을 낸다. 생명력이 강해 재배가 쉽지만 향이 단조롭다.
동아프라카 에티오피아의 카파(Kaffa) 고산지대에서 처음 발견된 ‘아라비카’는 주로 8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된다. 강수량이 풍부하고 배수가 좋은 화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 단맛이 풍부해 병충해가 많은데, 직사광선이 조금만 과해도 피해를 입기 때문에 재배가 까다롭지만 단맛, 산미, 향이 풍부하다.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 연안의 라이베이라에서 발견된 ‘리베리카’는 앞서 두 품종에 비해 커피의 향이나 맛, 품종이 부족해 서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만 내수용으로 생산되고 있다.
커피재배농장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의 말을 빌면 “아라비카 품종으로 드립한 커피와 로부스타로 드립한 커피는 맛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고급커피는 아라비카, 그 외 커피는 로부스타로 단정하기에 애매한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에선 로부스타를 블렌딩해 크레마(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마지막에 나오는 황금색 거품)가 풍부한 에스프레소를 만들기도 한다. 또 최근 인스턴트를 비롯한 RTD(Ready to Drink)시장에선 로부스타 대신 아라비카를 사용한 제품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온두라스 코판의 커피농장. 아라비카 품종의 커피열매.
온화한 온도, 적정한 강수량, 과하지 않은 햇빛까지, 커피는 재배하기 꽤 까다로운 작물이다. 이러한 조건에 가장 어울리는 지역이 적도 지방이다. 이 적도 지방의 저지대는 커피나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가 높아 평균 15~25℃를 유지하는 해발 1000~1800m 고산지대에서 주로 재배된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봤을 때 남·북위 25° 지역을 흔히 커피존, 커피벨트라 부른다. 아프리카, 중남미, 지중해 연안, 동남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수확되고 수확 시기나 수출시기, 원산지마다 맛과 향에 차이가 있다. 콜롬비아와 케냐의 경우 강수량과 기온에 따라 연중 두 번에 걸쳐 수확하기도 한다.
커피를 가공해 수출하기 전, 원산지에 따라 생두를 분류해 등급을 정하는데, 생산고도, 생두의 밀도, 크기, 결점의 정도 등 다양한 기준이 적용된다. 커피의 이름은 산지와 지역, 생산된 농장 그리고 등급명을 붙여 완성되며, 그런 이유로 와인처럼 이름만 자세히 살피면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우선 중미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생산고도와 생두의 밀도에 따른 등급의 경우 고도가 높을수록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밀도가 높다(단단하다). 당연히 생산지의 고도가 높을수록 더 높은 등급이 부여된다.
그렇다면 국내에 가장 많이 수입되는 원두는 어느 나라 커피일까. 커피 수입량이 가장 많았던 2017년 자료를 살펴보면 그 해 커피류(생두, 원두, 인스턴트커피, 커피조제품) 수입량은 16만5609t으로 역대 최고였다.(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량은 2017년에 비해 감소했다.)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커피 생두. 총 14만7501t을 수입해 전체 커피류 수입량 중 89.1%를 차지했다.
한국에 가장 많은 커피를 수출한 국가는 베트남이었다. 로부스타 품종이 주로 수입됐는데, 2017년 수입량은 3만5724t이나 됐다. 2위는 브라질, 3위는 콜롬비아가 차지했다. 사실 최근 10년간 순위만 뒤바뀔 뿐 엎치락뒤치락하는 국가들이다. 그렇다면 어떤 특징들이 한국인의 커피부심에 어필한 걸까.
북부지역의 원두는 산미가 적고 바디감이 풍부한 데 비해 남부지역은 산미와 향이 강하다. 남쪽으로 갈수록 신맛이 강해진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기로 유명한데, 한 커피전문점 바리스타의 말을 빌면 이렇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맛보다 느긋하고 묵직한 맛을 좋아합니다. 바디감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콜롬비아산 커피가 환영받는 이유 중 하나죠. 연하게 내려 커피가 주는 다양한 맛을 경험하고 싶어합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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