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들의 빌딩투자 엿보기-강남 뒷골목·강북 대로변으로 영토 확장
입력 : 2018.10.02 11:25:56
-
특히 중소형빌딩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나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서울지역에서 거래된 빌딩매물의 가격대를 살펴보면 30억원 미만의 소형빌딩이 1046건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등 주거용 물건의 매매가 줄어드는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26일 시행된 RTI, LTI 대출 규제로 서울지역 주거용 부동산 매매건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후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상승 기대감에 나와 있던 매물들도 급히 모습을 감췄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변화가 빌딩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 팀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발표 이후 여러 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던 건물주들은 알짜매물 하나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소유하고 있던 다른 매물들을 내놓았다”며 “매수자들은 대출 규제 이전에 대출을 활용하여 매물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시 월별 빌딩매각 건수를 살펴보면 대출규제 이후였던 3월에 매각건수가 가장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세차익 노린 소로 알짜매물 인기
전통적으로 부자들이 빌딩투자를 선호하는 지역은 역시 강남이다. 높은 임차수요에 지가상승률이 높아 높은 시세차익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빌딩 거래량은 강남구와 관악구를 제외하면 강남과 강북, 도심 및 부도심 등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 반면, 거래총액은 강남권과 도심지역의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지역의 강세는 여전하지만 투자트렌드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가장 먼저 기존 투자가 집중됐던 대로변이나 이면도로에 위치한 매물을 넘어 소로 매물까지 투자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줄어든 임대수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태환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최근 자본수익률은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소득수익률은 하락세가 뚜렷해 자산가치 제고에 따른 수익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하나 빌사남 팀장은 “최근 중소형 빌딩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매물이 10억~50억원대인데 기대되는 임대수익률이 레버리지를 활용해도 4~5% 정도”라며 “이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매물을 원하는 경향이 높아져 강남 도심권의 매물이 가장 우선순위이나, 그만큼 시세가 높고 매매가도 높아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이면도로나 골목으로 퍼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임대수익형 소액 매물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수익률이 다소 덜 나오더라도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강남지역의 이면도로, 이면도로를 넘어 소로까지 저평가된 물건을 매입하는 것으로 투자 트렌드가 변했다.
▶2030 + 강북 + 리모델링
늘어난 빌딩부자 확장된 투자반경
전통적으로 빌딩투자의 주력세대였던 50~60대 자산가들 외에도 20~30대 젊은층들이 빌딩부자대열에 합류했다는 점도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저금리시대를 몸소 체험하며 젊은 자산가들 역시 부동산 투자 타깃을 아파트에서 빌딩으로 넓힌 것이다.
전 하나 팀장은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이유도 있지만 대출을 활용해 아파트를 구입할 자금으로 충분히 빌딩투자가 가능해졌다”며 “연예인은 물론, 스타트업, 유명인사, 학원강사, 쇼핑몰 대표, 스타트업 대표 등 투자연령층이 많이 낮아졌으며 실제 지난해 20~30대가 강남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비중은 전체에서 약 2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세대의 투자가들의 합류로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늘었다는 것도 특징이다. 강남을 넘어 강북지역으로 투자반경이 넓어지고 있는 경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 팀장은 “연예인들을 비롯해 젊은 부자들은 강남의 소로 건물을 시작으로 강북의 이면도로에 위치한 매물을 검토하는 형태로 투자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단순 매입 후 임대수수료를 노리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노후건물을 사들여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소규모 빌딩 거래가 많았던 최근 3년(2015년~2017년)간 거래된 건물의 건축연도별 분포를 살펴보면 1990년대 지어진 건물이 30.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198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 28.6%, 197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 22.1%로 전체 거래량을 차지했다. 80% 이상이 건축 이후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건물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 팀장은 “노후를 대비하여 안정적으로 투자하려는 60대 이상의 매입성향과 달리 20~30대는 노후된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 혹은 멸실 후 신축하여 재임대하는 건물에 관심이 많다”며 “대출을 최대한 이용하는 등 공격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남빌딩 세대별 투자트렌드 ▶30대 역삼·논현 40대 신사·청담
빌사남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208건의 연령대별 강남지역 빌딩투자 유형을 표본조사한 결과 10억~50억원 미만의 꼬마빌딩이 총 208건의 매매 중에 114건으로 55%에 달했다. 이외에 50억~100억원 미만이 56건으로 27%, 100억 이상은 38건으로 18%를 차지했다.
빌사남 측은 “강남구의 꼬마빌딩은 매물부족 현상으로 대기수요가 풍부하여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즉시 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 투자지역을 살펴보면 30대는 역삼동과 논현동에 투자가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다. 활발한 먹자상권이 위치해 있는 지역이 중심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40대의 경우 투자지역은 역삼동, 신사동, 청담동 등의 매매건수가 많았고 강남역, 가로수길 상권 , 압구정 로데오 상권, 청담동(패션거리 인근, 한류스타거리 인근) 지역의 빌딩에도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50대는 역삼동을 비롯해 강남역, 역삼역, 선릉역, 선정릉역 인근 등 비교적 넓은 지역에 투자가 분산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강남에 투자한 스타들
강북에 투자한 스타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