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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다가온 미래 더 멀리 가는 전기차 시대
입력 : 2017.12.29 16: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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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 현장
가장 주행거리가 긴 쉐보레의 ‘볼트EV’는 총 539대가 판매됐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83㎞나 된다. 수치상으론 전체 배터리 용량의 80%만 충전해도 300㎞를 달릴 수 있다. 2017년 3월에 출시되기도 했고 한국GM이 확보한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판매량이 높지 않았다.
▶출격 대기 중인 국내 전기차
한국GM은 쉐보레 볼트EV 판매량을 10배 이상 늘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한국GM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볼트EV 전량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에서 공개한 신형 SM3 Z.E.를 출시한다. 신형은 기존 모델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57%나 향상돼 1회 충전 시 213㎞를 달릴 수 있다. 르노삼성은 이와 함께 2018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2500대, 신형 SM3 Z.E.를 2000대 이상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쌍용차도 이르면 2018년 말 티볼리 전기차를 출시하며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1호차 출고식을 마친 현대차의 전기버스 일렉시티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동차 수입액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1월부터 10월까지 자동차 전체 수입액은 84억7000만 달러로 2016년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했다. 디젤승용차 수입액은 33억86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로 22.4% 감소했다. 가솔린 승용차의 전체 수입액은 35억2500만달러로 살짝 증가(1.0%)했다. 반면 전기차 수입액은 4100만달러로 2016년보다 무려 210.6%나 급증했다. 수입차 소비자 중 전기차를 찾는 고객이 월등히 늘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추세에 2018년 수입차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친환경, 특히 전기차로 집중되고 있다.
2018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 새롭게 출시되는 전기차 중 이목이 집중되는 모델은 BMW의 ‘i3’다. 2014년 첫선을 보인 후 전 세계에서 6만 대 이상 판매된 인기모델이다. 2017년 9월에 주행거리를 50% 늘린 ‘i3 94Ah’(208㎞)가 출시되기도 했다. 새롭게 출시를 앞둔 모델은 외모가 달라진 부분 변경 모델이다.
그런가 하면 BMW 그룹은 2017년에 전기차와 PHEV 차량을 포함한 전기화 차량(Electrified Vehicles)의 10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랄드 크루거 BMW그룹 회장은 “1년 만에 전기차 10만 대 판매를 달성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BMW그룹은 향후 전기 이동성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BMW그룹은 2025년까지 25종의 순수 전기차와 PHEV 모델을 전 세계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2021년에 개발이 완료될 5세대 전기 파워 트레인과 배터리 기술을 전체 차량에 장착할 수 있도록 확장 가능한 모듈화 키트를 채용할 계획이다. 이미 BMW i 브랜드는 ‘i1’에서 ‘i9’, BMW ‘iX1’에서 ‘iX9’까지 모델명 등록을 이미 마친 상태다. 2018년에는 BMW ‘i8 로드스터’, 2019년에는 MINI의 순수 전기차, 2020년에는 BMW ‘X3’의 전기차 버전이 출시되고, 2021년에는 자율주행 기능을 더한 BMW iNext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포르쉐도 2017년 10월 출시한 ‘뉴 파나메라’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한다. ‘파나메라 4E-하이브리드’의 최고출력은 462마력. 전기 모터로만 50㎞까지 달릴 수 있다. 제로백은 4.6초에 불과하다.
재규어는 2017년 하반기에 전기차 ‘I-페이스’를 출시한다. 90kW급 배터리를 장착했고, 1회 충전 시 유럽(NEDC) 기준 500㎞, 미국(EPA) 기준 380㎞를 주행할 수 있다.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4㎏.m의 성능에 제로백은 4초, 50kW DC 고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9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2016년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2만1000여 대가 판매된 르노의 ‘조에’는 아직 국내 출시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거리가 400㎞에 달한다.
재규어 I-PACE
전기차를 포함해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8월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차세대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월 평창동계올림픽 운영 차량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발표한 수소전기차는 1세대 ‘투싼ix’보다 월등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며 “핵심 기술인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효율, 성능, 내구성, 에너지 저장 4가지 부문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이뤘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차량 전체의 시스템 효율을 기존 55.3%에서 60%대로 끌어올렸다. 수소전기차는 내연기관의 엔진이 없고, 외부의 전기 공급 없이 연료전지스택에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 모터를 움직여 주행한다.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에 의해 물만 배출될 뿐이다.
한편 지난 11월 중국 북경 샹그릴라 호텔에서 진행된 ‘제5회 한·중 자동차산업 발전 포럼’에선 차세대 친환경 신에너지차에 대한 논의가 분분했다. 포럼 현장에서 진행된 ‘수소연료전기차가 전기차(EV) 이후의 차세대 친환경 신에너지차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의 패널토론에 참석한 왕쥐(王菊) 중국 자동차 공정학회 기술부 총감은 “경제적 효율성, 편리성 등을 감안할 때 수소연료전기차는 전기차 이후의 신에너지차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와 학계도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지속해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7년 초 단 한 번의 수소 충전으로 580㎞를 주행할 수 있는 차세대 수소연료전기차(FCEV) 양산형의 성능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Test-Drive | 전기차, 직접 타봤더니
시내에선 그뤠잇, 시외는 스튜핏
차량의 무게는 획기적으로 줄였다. 배터리로 인한 무게 부담을 탄소 섬유 강화플라스틱(CFRP)이란 초경량 소재로 극복했다. 덕분에 공차 중량은 1300㎏에 불과 하지만 64㎞/h 속도의 전면 충격에도 탑승자의 안전이 보장된다. 후륜구동인 이 차량의 최고출력은 170마력, 정지 상태에서 60㎞/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7초에 불과하다. 제로백은 7.2초. 그럼 충전시간은 어떻게 될까. 살짝 매뉴얼을 살펴보니 100% 충전까지 완속으로 3시간, 80% 충전까지 급속은 30분이 걸린단다. 220V 비상용충전기를 사용하면 8~10시간이면 완충. 바로 그때 주행할 수 있는 최대 거리는 132㎞다. 자, 그럼 시동을 걸어볼까.
그런데 이 차, 조용하다. 엔진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뭔가 허전하다. SF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앞으로 가고 발을 떼면 브레이크 없이도 선다. 그러니까 좀 과장해 전동카트가 떠오른다. 어쨌거나 영하의 날씨에 보장된 주행거리는 110㎞. 시내 주행을 위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일반 차량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운전이 편하다.
날이 쌀쌀해 엉덩이 뜨뜻해지는 열선 스위치와 히터 버튼을 눌렀더니 그때부터 뭔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버튼을 누르기 전에 110㎞에서 서서히 줄어들던 주행가능거리가 버튼을 누른 순간 30㎞가 뚝 떨어지며 70㎞를 가리켰다. 아차, 싶다. 시내에선 백화점, 마트 등 충전기가 설치된 곳이 많이 별반 신경 쓸 일이 없지만 교외에서 출퇴근용으로 사용할 땐 글쎄. 실제로 서울 충무로에서 자유로를 타고 일산 킨텍스까지 34.67㎞ 구간을 운행해 보니 살짝 심장이 콩닥거린다. 킨텍스의 충전소가 어찌나 반갑던지…. 2018년형은 200㎞를 훌쩍 넘는 주행가능거리를 자랑한다니 고려해 보시길.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8호 (2018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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