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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ic Drive | 출시 앞둔 마이크로 모빌리티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수 있을까?!
입력 : 2016.09.02 16: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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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기업들의 투자는 어쩌면 완성차 업체들이 자초한 결과예요. 연비 때문에 조작도 서슴지 않은 행동이 결국 발목을 잡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로 친환경차의 도입 시기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게 전기차 아닐까요.”
한 수입차 딜러의 푸념 섞인 한마디다. 그는 “연비 조작 스캔들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배기가스 규제가 심화될 것”이라며 “이제 가솔린과 디젤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할 때”라고 나름의 분석을 덧붙였다. 개인적인 의견이라지만 연비와 배기가스에 대한 세계 각국의 규제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일례로 자동차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독일의 경우 독일교통당국(KBA)의 배출가스 조사 결과 총 16개 브랜드 53개 모델 중 22개 모델에서 기준치를 넘는 질소산화물이 검출됐다. 그 결과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다임러, 오펠 등 완성차 업체들이 총 63만 대의 차량을 자진 리콜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관련 리포트를 통해 “디젤 스캔들의 여파로 환경 규제가 부각되면서 EU 주요국들이 친환경차 지원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다. 동시에 자국의 주요 산업인 내연기관 보호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당면한 과제는 우선 상품성 있는 친환경차 출시, 그리고 연비 개선을 통한 신뢰 회복이다.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과 정부 정책의 변화에 최근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라 불리는 초소형 전기차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고도 불리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1~2인승의 초소형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김철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퍼스널 모빌리티는 엄격해지는 환경규제 강화, 거대도시(Mega City)의 증가, 1~2인 가구 확대와 전체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새로운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커지며 등장했다”고 말한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이륜차보다 크고 경차보다 작은 이 교통수단은 경차보다 주차가 쉽고 이륜차보다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 차량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저렴하고 근거리 이동에 적합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전기차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는 것도 시장의 호재 중 하나다. 현재 국내 전기차 충전소는 680여 곳. 올 안에 150개 부지에 급속충전기 300기와 완속충전기 3만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강수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 인프라가 도심 지역부터 갖춰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일반 전기차보다 상용화 시기가 더 빠를 가능성이 높다”며 “물류업, 배달업뿐만 아니라 관공서와 관광지에서의 수요가 많아 이를 바탕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시장의 태풍의 눈은 르노삼성의 ‘트위지(Twizy)’다. 2012년 출시된 초소형 4륜 전기차로 유럽에서만 1만8000대 이상 판매됐다. 일반 가정의 세컨드카뿐만 아니라 트렁크 공간이 최대 180ℓ까지 늘어나 근거리 운송차량으로 인기가 높다. 르노삼성 측은 “트위지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가져올 전기차 확산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며 “몸집은 초소형이지만 몰고 올 파장은 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6.1㎾h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트위지는 한 번 충전으로 100㎞까지 이동할 수 있다. 최대 시속은 80㎞. 유럽에선 16세 이상의 청소년이 운전할 수 있도록 시속 45㎞로 속도를 제한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탑승객이 앞뒤 일렬로 앉는 형태에 지붕과 좌우 문이 달려있고 에어백과 안전벨트도 있다. 충전도 어렵지 않다. 가정용 220V 전원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별도 충전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아파트 등 공공주택에서 일일이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걸림돌도 없다.
유럽에선 이륜차와 자동차 사이 개념이라 할 수 있는 L7e(Heavy Qua dricycle)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그동안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대한 차종 분류와 안전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도로를 운행할 수 없었다.
실제로 르노삼성은 지난해 서울시, BBQ와 함께 트위지의 시범 운영을 계획했지만 이 차량에 대한 자동차관리법의 정의가 불분명해 무산된 바 있다.
국내 자동차 관리법에 자동차는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차로만 구분하게 돼 있어 트위지의 차종 분류가 모호했고, 그에 따른 안전 기준도 없어 운행이 불가했던 것이다. 그러했던 상황이 지난 5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국토교통부가 관련 법령을 정비해 외국의 자동차 안전 성능에 관한 기준 등을 충족할 경우 국내 도로운행을 허용해 정식 출시가 가능해졌다. 업계에선 이르면 10월, 늦으면 연내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르노삼성 측은 “관계부처와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아무런 확답을 해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혼다 MC-β 2, 벤츠 스마트 포투ED, 토요타 i-Road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출시에 앞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보조금”이라고 말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도 보조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전기차의 특성상 정부 보조금 지원 여부에 따라 확산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이 확정되면 트위지는 유럽에서 판매되는 가격(약 1300만원)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현재 환경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은 1200만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최고 700만원이다. 토요타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트위지의 정부 보조금 상황에 따라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대한 수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토요타는 올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초소형 3륜 전기자동차 ‘i-ROAD’를 국내에 공개하며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13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공개된 이 차량은 1~2인승 전기 자동차다. 전륜이 상하로 움직여 차체의 기울기를 최적으로 자동 제어하는 ‘액티브 린 시스템(Active Lean System)’이 적용돼 운전자가 차량의 밸런스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 자동차나 오토바이와는 완전히 다른 주행감을 실현했다. 전폭이 90㎝ 이하, 무게는 300㎏에 불과하고, 최고속도는 일본형 60㎞/h, 유럽형 45㎞/h, 최대 주행 거리는 50㎞다. 트위지처럼 가정용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어 별도 충전소가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토요타 관계자는 “i-ROAD는 전기차 분야에 있어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려는 토요타의 방향성이 반영됐다”며 “전기차 실용화를 위한 연구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스마트 포투 ED’를 보유하고 있다. 2인승 전기차로 1회 충전 거리가 140㎞, 최고속도는 120㎞/h에 달한다. 현재 독일 내 판매 가격은 1만6000유로다. 그런가하면 국내에선 반도체·디스플레이 플라즈마 검사장비 전문 제조업체 쎄미시스코가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기차 생산을 위해 118억원을 투입, 세종시 미래산업단지에 1만9286㎡ 규모의 공장 부지도 확보했다. 올 11월에 역3륜·4륜 방식의 2개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연간 370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여기에 배터리 생산단가 하락, 보급형 전기차 출시 등으로 전기차 판매량은 꾸준히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2호 (2016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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