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산업 Up↑ Down↓호황 속 명암 엇갈린 화장품업계 CEO
입력 : 2016.01.26 19:17:19
-
한국 화장품이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K-뷰티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뉴욕, 파리, 동경, 북경 등 해외 유명 도시에 가면 한국발 화장품을 파는 곳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에서 개발한 마스크팩과 쿠션 화장품은 전 세계인들이 애용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토니모리, 잇츠스킨 등 중저가 화장품들이 히트 상품을 연이어 개발하면서 상장으로 관심을 모았고, 해외에 진출해 선전 중이다. 역사 이래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화장품이지만 모든 회사가 축제 분위기인 건 아니다. 오히려 호황 속 더욱 치열해진 경쟁을 이기지 못해 사그라지거나 잘못된 관리로 위기를 맞고 있는 곳도 있다. 부침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진 화장품업계 명암을 살펴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유근직 잇츠스킨 대표,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
유 대표는 “달팽이크림은 중국인 관광객 면세점 구매 필수제품에 오른 데 이어 웨이보 기준 1일 평균 검색량 100만 건을 웃도는 등 잇츠스킨의 성장 견인차”라고 소개했다. 잇츠스킨은 현재 달팽이라인 45개 품목을 비롯해 645개의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00∼150개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75.8%에 달한다.
유 대표는 “모회사인 한불화장품이 이어온 연구개발(R&D)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브랜드숍과의 차별화된 점”이라며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도 한불화장품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잇츠스킨은 현재 18개국 71개 지점으로 운영되는 해외 단독 브랜드숍을 올해부터 100개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잇츠스킨 선전에 힘입어 모기업인 한불화장품도 공격적 경영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한불화장품은 애경그룹 계열사인 네오팜을 인수했다. 네오팜은 아토피피부염 보습제로 잘 알려진 ‘아토팜’ 등 코스메슈티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의약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피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피부질환 해결을 돕는 물질과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회사다. 네오팜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매출액 231억원, 영업이익 47억원, 당기 순이익 40억원을 기록했다. 한불화장품은 네오팜 인수, 잇츠스킨 상장뿐 아니라 향후 중국 시장을 교두보로 해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00년 설립된 미샤는 ‘3300원 제품’이라는 저가 전략으로 브랜드숍 업계 1위를 지속해왔으나 비슷한 전략을 취한 경쟁사가 많아지면서 점차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오랜 기간 히트 상품이 부재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샤의 히트상품으로 불리는 제품들은 2007년 ‘M 퍼펙트 커버 BB크림’과 후속 제품인 ‘M 시그너처 리얼 컴플릿 BB크림’, 한방화장품 고가 라인, 2011년에 출시된 시그너처 바이브레이팅 마스카라 등이다. 또 2012년 명품 화장품과의 대결을 선언한 에센스, 아이크림 등이 이슈를 만들며 히트 상품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표작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미샤는 유럽 시장 진출을 통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미샤가 처음 입성한 유럽 시장은 독일 잉골슈타드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독일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51억8000만달러(약 16조7000억원)로 세계 5위, 유럽 1위에 올라 있다. 이어 최근에는 스페인의 수도 바르셀로나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스페인은 연간 화장품 시장 규모가 64억유로(약 8조2000억원)로 유럽에서는 5위에 올라 있다. 또 스페인의 한국 화장품 수입 규모는 2010년 25만유로에서 2014년 261만유로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매장을 러시아,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진출해 온 바 있다. 동유럽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서유럽 시장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을 시작한 셈이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화장품 본고장인 유럽에서 품질로 승부해 반드시 성과를 보이겠다”며 “유럽에도 한국 화장품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처리퍼블릭이 ‘오너 리스크’라는 악재에 부딪혔다. 정운호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기업공개(IPO), 해외 사업 등이 차질을 빚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지분 100%를 보유한 오너이자 CEO인 정 대표의 부재로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당장 ‘제2의 도약’을 위한 첫 단추인 IPO부터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정 대표는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내년 초 IPO를 준비하고 있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뷰티의 열풍 속에 네이처리퍼블릭이 국내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할 것으로 예상했다.
IPO주관사 선정 당시 예상된 시가총액만 5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의 IPO 주관업무를 담당한 대신증권은 최근 관련 작업을 일체 중단한 상태다. 정운호 사장은 오랫동안 경쟁을 벌여온 라이벌인 업체인 미샤로부터 지하철 매장 사업권을 가져오면서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
소망화장품은 KT&G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거액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자사 브랜드숍 브랜드인 더샘이 영업부진으로 고전 중이다. 한국화장품의 임충헌 회장과 한불화장품의 임병철 사장은 형제지간이다. 한국·한불화장품을 창업한 고 임광정 회장의 각각 장남과 삼남이다. 형제가 브랜드숍 화장품인 더샘과 잇츠스킨을 각각 론칭해 사업을 벌여왔다. 현재까지 경영 실적은 더샘은 흐림이고, 잇츠스킨은 맑음을 보이고 있다.
[김지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4호(2016년 0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