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大馬不死 두려운 은퇴 프리미엄 창업으로 넘는다

    입력 : 2014.12.11 18: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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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할 9푼 6리’ 프로야구 선수의 시즌 타율로 치면 준수한 기록이다. 홈런과 타점 기록이 좋다면 골든글러브를 노려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창업 후 생존율을 뜻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창업 후 10곳 중 7곳은 5년내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시즌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있는 시점에 다음 시즌을 예상해보더라도 핑크빛은 아니다. 정부와 유수 경제 연구소의 내년 경제 전망을 살펴보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3.7~3.9%로, 2014년보다 다소 회복되어 3%대 중후반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계속된 경제 불황이 창업시장을 양적·질적으로 압박했던 만큼 2015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불경기에 경쟁까지 심화되며 창업 성공의 문턱은 과거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차별화된 전략으로 달콤한 성공을 움켜쥐는 창업자들도 상당히 많다.

    은퇴 후 갈 곳을 잃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유입이 2015년에도 창업시장의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준비 없이 시즌을 맞아 타석에 들어서면 부상이나 부진에 시달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최신 소비 트렌드 파악과 함께 상응하는 ‘맞춤형’ 준비기간이 필수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프리미엄’에 빠진 창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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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시장은 크게 소규모 생계형 창업과 더불어 자본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중대형 프리미엄 창업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최근 소자본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생계형 창업이 시장에서 바람이 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유 있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50대의 은퇴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창업에 대한 선호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베이비부머들은 15~20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최대한 사업 실패를 줄이려는 심리가 강하다”며 “창업시장이 신사업에 대한 열기가 뜨겁지만 중장년 창업의 경우 사업성이 검증된 안전 창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오승주 세븐위즈덤컨설팅 대표 역시 “프리미엄 창업은 투입 자금이 많고 사업이 여의치 않을 때 출구 전략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있지만 그만큼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유 자금이 있는 예비 창업자들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자본 생계형 창업과 다르게 중대형 프리미엄 창업의 경쟁력은 고급스러움과 건강함으로 귀결된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의 맛이나 제품을 원하는 매스티지 소비 트렌드가 만연해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진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선전하고 있다. 이상헌 한국경영연구소 소장은 “프리미엄 열풍은 2015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합리적인 소비가 증가하면서도 남과 다른 높은 품질의 제품을 즐기려는 소비 계층이 상당히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그는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식재료를 바꾸고 조리 방법을 개선했다고 보통의 2~3배 이상의 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비자의 원가 판단은 생각보다 빨라 가격의 적정성과 고품질의 서비스가 결합된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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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인지도·착한 본사 3박자 갖춘 ‘퍼플오션’ 찾아라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의 창업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외식업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일반음식점은 46만2839개가 있다. 몇 년 동안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꾸준히 흘러나왔으나 2009년(43만9223개)보다 5.3%(2만3616개)나 늘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며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프리미엄 외식 업종의 장점은 높은 단가로 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프리미엄 김밥전문점의 김밥 한 줄은 평균 4천~5천원 선으로 기존 2천500원에서 3천원에 판매되고 있는 김밥전문점보다 2배가량 높다. 일반 외식 상품에 비해 친환경 또는 유기농 식품은 단가가 품목별로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안정적인 판매만 가능하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외식업에 뛰어든 50대 이상 초보 창업자는 ‘나 홀로’ 창업 방식보다 인지도와 관리 면에서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렌차이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최근 프리미엄 운영 형태를 더한 전문 음식점을 개점하려는 초보 대기 인력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성공의 좁은 문을 뚫기 위해서는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안전성’과 ‘유망성’ 외에 ‘새로움’을 더한 퍼플오션 업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퍼플오션(Purple Ocean)’이란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의 합성어다. 수요자도 경쟁자도 많은 레드오션 업종에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의 차별화와 개성을 합친 것이다. 올해의 경우 꾸준한 성장세로 사업의 안정성을 강조한 유기농식품 전문점과 건강식품 전문점 을 포함해 ‘프리미엄’을 강조한 유기농 친환경 콘셉트의 외식 업종들이 주목을 받았다. 패밀리레스토랑의 자리를 샤브샤브와 한식 뷔페가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기농’, ‘친환경’이란 키워드를 내세운 프리미엄 외식 업종의 경우 무엇보다 상품의 전문성을 강조해 정갈한 메뉴 구성과 깔끔한 매장 운영으로 노동 강도가 높지 않은 점이 인기 요인이다.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올해의 경우 지속된 먹거리 파동으로 안전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크게 확대되면서 순수 국내산 친환경 인증식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는 로컬푸드 전용 매장을 개설하고 식자재 대부분을 친환경 인증 농산물만으로 구성하는 등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경희 소장은 “식재료를 친환경 유기농으로 구성해 ‘죽’과 함께 ‘프리미엄 수프’까지 선보인 친환경 죽&스프 전문점 ‘본앤본’, 가공식품인 ‘단무지’를 뺀 프리미엄 김밥을 지향하는 ‘킹콩마더스김밥’, 남해 청정지역 김, 저염 햄, 수제 참기름 등 ‘건강한 식재료’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바르다김선생’은 내년에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친환경, 유기농 프리미엄 식품 판매점의 주 고객은 20~40대 중산층 주부층으로 가족 건강을 우선시하는 50~60대 소비력 높은 주부 역시 관련 시장의 주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 프리미엄 외식 업종의 경우 친환경, 유기농으로만 구성된 메뉴를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해 반드시 품질에 대한 인증과 사업자의 전문 지식이 중요하다. 고객 응대에 대한 관련 지식을 쌓고 응대 기법도 향상시켜야 한다. 상품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이경희 소장은 “자연 친화적인 상품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외식업도 환경과 소비자 건강을 고려한 외식 아이템이 관심을 얻고 있다”며 “오더메이드 수제 형식이나 신선한 식재료 사용을 내세운 건강식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더욱 다양한 메뉴와 콘셉트의 개발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효율적인 경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랜차이즈와 같은 기업형 창업이 증가하고 성공 확률이 높다고 평가받는데, 이는 음식맛이 뛰어나고 패션 센스가 특별하다기보다는 합리적인 경영을 하기 때문”이라며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성공한 사업가의 사례나 경영 노하우를 많이 접하고 창업과 경영에 관한 공부를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박자에 맞는 업종을 정했다면 다음은 적절한 상권 선정과 타당성 분석이다. 아이템 선정 못지않게 중요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창업자금의 70%는 자기자본으로 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임대료는 예상 매출액의 15%를 넘지 않는 선에서 고려해야 한다. 오승주 대표는 “아이템에 맞는 상권을 찾고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며 “가맹점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매장 앞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가는지 남녀 비율과 나잇대는 어떤지, 인근 상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가는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마지막으로 갖춰야 할 부분은 전문 지식과 마음가짐이다. 창업을 하기 전 최소 3개월은 창업할 업종에 인턴십으로 종사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상헌 소장은 “번듯한 직장에서 대접 받았던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은 몸에 배어 있는 조직생활의 생리를 빼야 한다”며 “운영자가 직접 전문 지식과 영업력은 갖추고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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