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철 고려대 평생교육원 액티브시니어과정 주임교수 | 하루아침에 퇴사 통보 받은 건설전문가 은퇴전문가로 변신…이제는 1년이라도 일찍 잘라 준 회사가 고맙습니다

    입력 : 2014.09.22 17:05:48

  • 사진설명
    “그동안 수고했네.” 머리가 핑 돌면서 현기증이 났다. 30년 몸 바친 회사생활을 정리하게 만든 너무 짧은 한마디였다. 여느 때처럼 새벽녘에 출근해서 아침 임원회의에 들어서자마자 해임 통보를 받은 기분이란….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에서 임원으로까지 근무한 후 지난 2011년 퇴사한 김경철 고려대평생교육원 액티브시니어 과정 주임교수는 당시 심정을 막막함과 배신감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사내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었던지라 4~5년은 더 자리를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판단 미스였죠. 정말 하루아침에 용도 폐기됐다고 생각하니 회사에 대한 분노도 컸고 정신도 없었어요. 정신적 충격이 커서 친한 지인들도 만날 수가 없더라고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정점에 설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에게 퇴사는 상당한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의 아내는 같은 해 폐암 수술을 받고 막 회복하는 단계였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 그는 한동안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린다.

    “한 달 동안 전국 사방팔방으로 차를 끌고 돌아다녔어요. 여행이 목적이 아니었죠. 낯선 곳을 보면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까 싶어 행선지도 없이 발걸음을 옮겼죠. 다행히 20일 정도 지나니 조금씩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정리되더군요.”

    서울로 돌아온 그는 무엇이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가장 시급한 것은 컴퓨터였다. 이메일은커녕 자판 두드리는 것에도 익숙지 않던 그가 향한 곳은 동사무소였다. 대형 건설사 임원경력에 부동산학 박사 과정까지 수료한 그가 자존심를 버리고 발걸음을 떼기란 쉽지 않았으리라.

    “임원 생활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컴퓨터 기초가 부족해서 처음에는 동사무소를 찾았어요. 혹여나 아는 사람 있으면 창피할까 싶어 미리 살펴보고 들어갔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두 달 정도 교육 받고 독수리타법을 벗어날 때쯤에야 독학이 가능하더군요.”

    까막눈이라 표현할 정도로 회사일 외에 다른 분야에 눈 돌린 적 없었던 그는 이왕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거라면 진정 좋아하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결심하고 창업 스쿨, 웰다잉 교육, 경영 컨설팅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닥치는 대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2012년 한 해 동안 그가 들은 교육 과정만 1064시간에 달했다.

    “건축으로 치면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인생 전반부는 25년 배워서 30년 먹고 살잖아요. 그런데 뒤에 오는 30년을 잘살기 위해서는 2~3년은 준비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듣고 싶은 강의가 늘어났습니다. 주말반 야간반도 가리지 않고 참석하고 과목에 따라선 두 번 세 번 반복해 수강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설명
    은퇴도 해본 사람이 잘 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고급 인력이 많아요.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경제 역군으로 일했던 전사들 아닙니까? 다들 은퇴 준비는 뒷전으로 미루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퇴직 후에 무기력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많은데 의지만 가지고 있으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어요. 저부터 보세요. 자판도 제대로 두드리지 못하던 깡통이었는데 지금은 PPT도 잘 만들고 블로그나 SNS도 능숙하게 하잖아요.(웃음)”

    김 교수는 강의를 들으며 주변의 은퇴자들을 바라보면서 좀 더 많이 공감했고 체감할 수 있는 과정들이 개설되어야 하고, 40~50대 현직에 있는 사람들도 강의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 했다고 한다.

    “제가 강의를 들을 때 수강생 대다수는 60~70대였는데 사실 40~50대들이 많이 와서 들어야 하거든요. 일찍 깨우치면 의미 있는 준비가 가능하죠. 입사와 동시에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니까요.”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직장 경험을 살려 경영컨설팅 업무로 행선지를 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강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양한 강의를 들으며 사람들 이야기도 듣다 보니 은퇴자 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또 은퇴 경험이 없는 강사들이 하는 강의는 크게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준비되지 않은 은퇴의 표본 아니겠습니까? 저라면 정말 현실로 공감할 수 있는 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방향을 선회하게 됐죠.”

    서글서글한 인상의 김 교수는 외모 덕에 수강생들 사이에 ‘시진핑’ 교수님으로 통한다. 생동감있는 사례와 철저한 준비를 통해 실력 있는 은퇴 전문가로 인정받게 된 그는 10년 내로 은퇴전문학교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예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은퇴 교육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김 교수의 에너지는 90대의 나이에 지방에서 노인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시대가 변해 60~70대의 남성들도 점점 젊어지잖아요. 사회생활 전반전 30년 치열하게 회사에서 일했으니 후반 30년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면 딱 맞죠. 그렇게 생각하면 은퇴는 설레는 단어예요. 저도 퇴사 당시에는 눈앞이 깜깜했지만 지금은 1년이라도 일찍 잘라준 회사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이제는 액티브 시니어 시대 고려대평생교육원 액티브 시니어 전문가 과정 2기 모집

    최근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대를 액티브 시니어라 칭한다. 실버세대와 따로 구분되는 이 세대는 과거와 다르게 젊은 장년층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고려대평생교육원에서는 이들은 위한 액티브 시니어 전문가 과정 2기생을 모집한다. 이 프로그램은 행복한 인생 2모작을 역동적으로 설계하려는 퇴직 예정자와 퇴직자나 은퇴 플래너, 시니어 강사 등 시니어 관련 비즈니스를 계획하는 이들을 위한 전문가 양성 과정이다.

    수업은 2014년 9월부터 2기를 모집하며, 재무, 관계, 시간관리, 건강 등 은퇴설계 4분야에 관해 다루는 한편 여러 생생한 인생 2모작 성공 사례도 들을 수 있다. 모집 인원은 35명이다.

    문의 (02)3290-1463~5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6호(2014년 0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