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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수입차 보험료 이번엔 현실화될까
입력 : 2013.11.08 17: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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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서초동 AS센터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사고에 대한 산정은 쌍방의 과실여부에 따라 비율을 정해 보험금을 정산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즉 경찰조사와 보험회사의 조사담당자들이 서로의 과실여부와 상대방의 과실을 감안해 사고 쌍방이 청구한 전체 보험금에서 부담 비율을 나누는 방식이다.
수리비에 렌트비까지 보험료에 합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입차의 보험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있다. 모 보험회사 관계자는 “통상 수입차 오너가 사고를 내면 사고차량을 센터에 입고 시켜 수리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비슷한 수준의 차량을 렌트 하게 된다”며 “문제는 이 렌트차 비용이 보험료 정산과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전체 보험금을 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 렉서스 IS250을 운전하는 한 김모씨는 접촉사고 후 렌트차량을 수배했다. 하지만 동급 차량이 없어 결국 준중형이 아닌 중형세단인 벤츠 E-클래스 차량을 렌트카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렌트비용이 준중형을 빌렸을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보험금이 늘어나도 사고를 낸 수입차 오너들의 보험료 할증은 크게 오르지 않는 데 있다. 보험업체 관계자는 “보험료 할증제도가 지난 2010년 변경되면서 수입차는 1~12등급으로 세분화됐다”며 “그러나 최대 50%까지만 할증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입차 오너들에게는 큰 압박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산 차량가격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격의 차를 탈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능력이 있는 만큼, 사고로 인해 보험료 할증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손해보험회사들 역시 울상이다. 작은 사고에도 높은 수준의 보험료가 청구되는데, 정작 보험료 할증을 통해 이를 회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는 정부의 관리항목에 포함돼 있어 보험료 인상을 하기에는 부담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 보험료는 1995년부터 통계청의 물가지수 구성 품목에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손보사들의 눈치보기가 수입차 보험료 인상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보사들 중 자동차 부문에서 흑자를 내는 곳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자동차 뿐 아니라, 화재보험부터 저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며 막대한 이익을 해마다 내고 있다. 수입차 오너들은 대부분 손보사의 이런 상품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나서서 VIP들의 보험료 할증을 할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실제 손보사들은 자동차 부문에서 손실을 보고 있지만, 다른 사업부분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높아 우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연매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수입차 보험료가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단 정부가 나서서 보험료 현실화를 추진할 경우 담합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과거 보험업체들은 금융감독원의 지도를 받아 보험상품 수수료율과 공시이율을 조정한 적이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담합’으로 보고 거액의 과징금을 추징한 바 있다. 소송을 통해 해결됐지만, 수입차 보험료 인상 문제 역시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여기에 수입차 업체들과 오너들의 반발 역시 걸림돌이다. 특히 정부 관계자는 “수입차의 보험료만 올릴 경우 외국과 통상마찰이 생길 수도 있는 문제”라며 “담당부서에서 관련법안을 검토 중이지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엄청난 금액의 수리비와 렌트비용 등을 통해 국산차 오너들과 손해보험업체들에게 부담을 줬던 수입차 보험료. 소비자들의 반발과 국회의 문제제기로 전환점을 맞았지만, 수입차 보험료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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