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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주 펀드는 그래도 웃었다
입력 : 2013.07.15 09: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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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관심이 집중되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 관련해선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때문인지 운용자산이 200억원 이상인 42개 운용사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22사가 손실을 기록했다. 나머지 20사는 플러스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특히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회사들의 성과는 눈이 치켜떠질 정도로 양호하게 나왔다.
장이 좋지 않았던 만큼 펀드유형별 평균 성적은 은행 정기예금 금리 수준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다만 해외펀드 수익률이 상당히 좋게 나와 국내외 펀드에 고르게 투자했다면 은행 금리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증시만 보는 것보다 해외까지 보면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게 나온 것은 코스피가 연초보다 낮은 수준에서 머문 기간이 훨씬 길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연초 들어오던 주식형 펀드의 자금이 버냉키의 발언 이후 빠져 나가 펀드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주요 투자전략가들은 지난 연말부터 연초에 이르기까지 올해 한국증시 상황을 ‘상저하고’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일단 상반기만 떼어놓고 보면 맞아떨어진 듯하다. 지난 연말 1997.05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5월 말 2001.05를 기록해 4포인트만 올랐을 뿐이다. 특히 이 기간 중에 코스피는 연초와 2월 말에서 3월 초에 걸친 아주 짧은 기간만 연말 지수를 웃돌았을 뿐 나머지 기간은 거의 2000선 밑에서 맴돌았다.
이 때문인지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 0.52%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채권펀드가 올린 1.39%나 국내 혼합형 펀드의 평균 성적인 1.20%에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MMF의 평균 성적 1.07%보다도 낮은 결과를 냈다.
펀드 성적 보면 분산투자 필요성 실감 상대적으로 이 기간 중 해외펀드의 투자 성적은 전반적으로 양호하게 나왔다. 해외혼합형이 7.97%로 유형별 평균 성적이 가장 좋았다. 그 다음으로 해외채권형이 1.84%를 올렸고 해외주식형은 국내 채권형보다 다소 낮은 1.22%의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해외펀드를 지역별로 볼 때 과거 한국 투자자들이 관심을 많이 주었던 브릭스 지역이나 글로벌 이머징마켓의 성과는 마이너스였으나 장기간 저조했던 일본 펀드가 27.18%, 북미 펀드가 16.51%나 뛰어 주목을 받았다. 또 신흥아시아시장이 16.72%나 올랐고 대만은 18.93%의 수익률을 내는 등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중국 관련 펀드 내에서도 본토는 6.84% 올랐으나 홍콩H주는 2.07% 하락하는 등으로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펀드유형별 수익률 차이는 투자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국내펀드와 해외펀드, 주식형과 채권형에 고르게 분산해 투자하는 게 성적이 고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펀드의 경우 시장에 따라 조절해야 제대로 된 성과를 올린다는 점도 보여줬다.
경기급랭 원자재 펀드에 직격탄 테마별로 볼 때 원자재 펀드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금펀드는 평균 20.37%의 손실을 냈다. 또 24개 원자재주식펀드가 평균 15.20%의 손실을 기록했고 33개 천연자원펀드가 평균 12.72%, 62개 원자재 펀드가 평균 11.99%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원자재 펀드의 성적이 이처럼 전반적으로 저조한 것은 미국이나 유럽의 양적완화가 경기를 빠르게 회복시키지 못한 데다 중국마저 숨고르기를 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 금값은 한국은행이 금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관련 펀드의 손실이 컸다. 기타 원자재도 철강이나 구리 등의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하락해 관련 펀드들의 성과를 깎아내렸다. 상대적으로 장기간 각광을 받고 있는 소비 관련 펀드의 성과는 양호하게 나왔다. 20개 컨슈머(소비재) 펀드가 평균 12.78%의 성적을 냈고 럭셔리 펀드는 그보다 약간 낮은 11.09%의 평균 성적을 올렸다. 성장형 펀드 중 6개 헬스케어펀드가 11.73%의 성적을 기록했고 10개 IT펀드는 평균 10.28%의 수익률을 냈다. 해외펀드 중엔 금융펀드가 18.84%의 성적을 올린 것이나 SRI 펀드가 14.16%의 실적을 낸 게 눈길을 끌었다.
다음으로 신영증권의 ‘밸류우선주펀드’들이 28~29%대의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이들 펀드는 투자자산의 60% 이상을 우선주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나머지를 우량 채권이나 어음 등에 넣는 다소 특이한 방식의 투자를 하고 있다. 보통주와 괴리가 큰 우선주가 언젠가 가치를 회복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장기간 기다려 대박을 치는 구조다. 특히 우선주는 배당수익률 면에서 보통주보다 액면가의 1%를 추가로 배당하는 만큼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우수해 저금리 시대에 주목할 대상이란 게 이 펀드의 취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미디어통신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22.15%의 성적을 올렸다. 올해 들어 다수의 파생형 펀드가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과 대조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냈다. 기초지수인 KRX미디어·통신지수가 상승한 덕분이다. 오랫동안 저조했던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등 통신주와 CJ CGV 등 미디어주가 급등한 게 효자가 됐다.
중소형주가 부상하면서 관련 펀드들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주증권투자신탁’은 20% 전후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키움작은거인증권투자신탁’이나 ‘하나UBS코리아중소형증권자투자신탁’ 등도 10%대 후반의 성적을 냈다. 전통적 가치주 펀드들은 15%에서 20%에 육박하는 수익률로 명성을 지켰다. 신영자산운용의 ‘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이나 한국밸류자산운용의 ‘10년투자장기주택마련증권투자신탁’과 KB자산운용의 ‘배당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 등이 좋은 성적을 낸 펀드로 꼽혔다. 대조적으로 ETF를 비롯한 파생형 펀드들이 약세장에서 성과가 아주 저조하게 나왔다. 수익률 하위 20개 펀드 가운데 액티브 펀드는 4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16개는 ETF 등 인덱스형이었다.
구체적으로 ‘삼성KODEX운송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과 ‘한화ARIRANG화학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등의 손실 폭은 20%대에 달했다. 또 ‘미래에셋TIGER조선운송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이나 ‘삼성KODEX에너지화학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등도 15%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섹터 또는 테마형 인덱스 펀드들이 이처럼 저조한 성적을 낸 것은 펀드의 특성상 다른 업종이나 테마로 갈아탈 수가 없어 특정 산업이나 테마가 급락할 경우 타격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특정 테마나 섹터를 따라가는 전략이 상승장에선 유리하나 약세장에선 오히려 치명적 약점이 되는 셈이다.
채권펀드 중 수익률 1, 2, 3위는 모두 파생형 펀드가 차지했다. ‘우리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이 3.4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2.32%의 ‘삼성KODEX10년국채선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과 2.13%인 ‘우리KOSEF10년국고채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등이 뒤를 이었다. 채권형에서도 손실을 낸 펀드가 나왔다. ‘이스트스프링물가따라잡기증권자투자신탁’은 물가채의 수익률이 뛰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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