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의 도박 ‘도 아니면 모’

    입력 : 2013.05.30 10: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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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중순 일련의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 일본은행의 ‘무제한 국채매입’을 주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에 따라 0.45%대까지 떨어지며 강세를 보였던 10년 만기 일본 국채의 수익률은 지난 5월 14일 갑자기 0.912%까지 치솟았다. 놀라운 점은 최근 일본은행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본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에 대해 누군가 일본은행의 해법에 의구심을 품고 들고 있던 물량을 내던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은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70% 이상을 사들여 지난 2008년 말 65조엔 정도였던 보유량이 최근 140조엔대에 육박하고 있다.일본은행의 강력한 매수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채 수익률이 뛰었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시장이 이미 일본은행의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고 단 하나의 매수자가 주도하던 시장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매물을 던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량이 크지 않았는데도 최근 일본 국채 금리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매수자들 중 상당수가 투기적 성향의 투자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타마루 마나부 일본 베어링 자산운용의 선임 매니저는 “무위험 투자가 이제 위험하게 되고 있다”면서 “최근 투자자들은 일본은행의 매수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채에 대해)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경혁 써미트투자자문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자율이 (일본 정부의 의도와 달리) 반대로 움직인다면 아베의 정책이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다”면서 “일본 국채의 95% 이상을 일본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금리 상승은 이들 은행을 부실로 모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사장은 또 “아베 정부로선 양적완화만으로는 정책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연금과 세금 개혁에 필요한 세를 확보하기 위해 오는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엔저 국면이 지속되더라도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엔화 약세나 경기회복 등과 맞물려 미국 달러화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장기간 감소 추세를 이어와 GDP 성장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10%대에 이르던 미국의 실업률은 내년 초엔 6.5%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연준 내부에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점도 미 달러화 강세에 무게를 두는 요소다. 찰스 플로저 필라델피아 연준은행 총재는 개인적으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길 원하며 우선 점차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준이 채권 매입을 줄일 경우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고 결국 미국 달러화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유로화도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유럽에선 주변국을 위시해 긴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를 타고 주변부의 부채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바람에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가치가 4월 반등 전 수준(유로당 1.2743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중국경제의 약세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경제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낫기 때문에 위안화 강세는 추세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편 글로벌 위기 이후 가장 선호되는 통화로 부상했던 호주 달러는 주요 수출국인 중국경제의 약세로 광물자원 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따라 최근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 나라의 환율을 결정하는 데는 그 나라 경제의 활황 정도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각국의 상대적 역량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3호(2013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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