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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수익률 안정시킨 펀드매니저 출신 CIO의 비결 “치고 나갈 수 있었지만 냉정하게 운용했다”…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 총괄(CIO)
입력 : 2013.02.04 13: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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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실패한 매니저들은 좋은 종목을 발견하면 차익실현을 하지 않고 끝까지 갔다. 그들은 올라가는 주식과의 사랑에 빠졌고 그러다가 그런 종목을 안고 자폭했다. 그런 점을 잘 알기에 펀드매니저들에게 고객을 위해 냉정하게 차익실현을 하라고 했다.”
리서치 전문가답게 퀀트매니저가 펀드매니저를 통해 각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경고를 하거나 권고를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수익률을 안정시키고 있다고 했다. 극상위가 아니라 상위를 추구하는 게 그의 전략이다.
“과거 내가 운용하던 펀드는 상위 10% 안에 들었다. CIO가 되고 난 뒤 그 펀드를 내려놓고 전체 펀드가 시스템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성과보다는 (손실을 막는 회사로서) 신뢰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한때 국내 최고의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였던 그는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붐이 일 때도 냉정을 잃지 않았다.
“당시 왜 ‘차화정’이 좋았는가를 생각해야 했다. 그 기저에는 중국의 호황이 있었다. 중국이 경기를 부양할 체력이 있는 한 좋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과도한 투자에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은 기본적으로 장기간 고도성장을 할 수 없다. 계속 고도성장을 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어떻게 감당해 낼 수 있나. 그래서 위험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남들보다 일찍 털고 나왔다.”
당시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한 회사들은 돈으로 밀어 올리던 종목들의 주가가 자유낙하 하듯 폭락하는 상황을 만나 큰 손실을 봤다.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는 회사란 것을 입증한 그는 이제는 위험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한 새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험에 대한 인내력이 높은 분들을 위해 헤지펀드처럼 압축 포트폴리오로 고수익을 내주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지금 테스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나올 것이다.”
신뢰를 쌓았으니 이를 바탕으로 최상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리서치와 운용을 분리하고 편입할 종목도 이중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개별 종목에 대한 리스크도 통제하고 있다.
“우리는 퀀트 기능을 갖고 있는 알파운용본부에서 리서치를 맡아 주식운용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연조가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풀타임 애널리스트들이 모아온 리서치 자료를 검증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리서치 애널리스트를 단련시키고 있다.”
그는 특히 “종합자산운용회사란 점이 리스크 관리에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주식과 채권 상품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함으로써 위험관리 능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자산배분 기능을 살리지 못해 문제가 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제 채권의 시대는 끝나 올해 시장 전망과 관련해 그는 “선진국이 돈 푼 지 4년이 넘었다”며 그에 따른 성과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인데 어느 것이 큰가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부작용으로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정부 재정적자가 늘어난 데 따른 신용등급 경고 가능성을 들었다. 돈을 푼 데 따른 성과의 하나로 지금 미국에서 목재 가격이 8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는 뉴스를 들었다. 신규주택 착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와 부작용 가운데 부작용이 크다면 정부가 더 이상 지출을 못해 소비가 위축되고 실적이 부진해질 수 있다고 했다.
경제야 어찌됐건 주식시장에선 수급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채권이 죽는다. 그러면 자금은 주식으로 몰릴 것이므로 주식이 좋아진다. 지금 독일이 맡겨놓은 금을 달라고 한다. 폴 크루그먼은 백금주화를 찍어서 돈을 소각하라고 제안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이제 채권은 안 되며 주식과 귀금속이 대세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가치주의 성과가 좋았던 것도 이런 여건이 맞아떨어져서라고 했다.
“(기업들의) 실적은 실망스럽다. 그러나 많이 풀린 돈이 채권으로 갔다가 이제 주식으로 온다. 돈은 있는데 실적이 없으니 살만한 주식이 없다. 이럴 때는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사는 게 좋은 방법이다. 이것이 시장을 이긴다. 모델 포트폴리오에도 이런 상황을 반영했다.”
김 CIO는 한국 정부 역시 돈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가는 게 편할 것이라고 했다.
“그게 인플레이션 부담이 덜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기업들의 실적 악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식은 횡보하는 수준 이상은 갈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실적을 기준으로 할 때 코스피는 하단이 1900 정도이고 상한은 2230으로 보았다. 주가가 이 사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하단에서 사고 고점에서 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했다.
주식시장의 큰 트렌드와 관련해 그는 “지금은 과거의 대형주와 중소형주가 역전되는 과도기라고 본다”고 했다.
“코스피에서 IT와 자동차 빼면 지수는 1650선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지수)상한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그 근거로 그는 산업재와 소재의 주도권이 이미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의료보험을 민영화하면 부자들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로 바이오 약품 등을 팔수도 있다. 이것이 신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는 콘텐츠 경쟁력이 있는 곳과 바이오 업체, 삼성전자 관련 업체들이 관심의 대상이라고 했다.
아울러 턴어라운드를 마친 곳도 좋게 보았다. 조선이나 해운 태양광 원자력 제약 시멘트 등이다. 다만 건설업종은 숨은 부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외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그는 앞으로도 변동성이 큰 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매니저에게 맡기거나 아니면 인덱스 펀드를 사라고 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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