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임임원 여러분 뒷머리가 간질간질한가요?…호통의 기술

    입력 : 2012.01.27 17:21:21

  • 사진설명
    PART1 단절의 커뮤니케이션 “사장님 웬 호통이세요?” 서울 강남에 위치한 IT회사 연구원 강길원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권투를 배우기 시작했다. “종합격투기가 지배하는 세상에 웬 권투냐?”는 동료들의 핀잔에도 3개월 간 꾸준히 도장을 찍었다. 강 씨가 체육관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 마음껏 샌드백을 두들겨도 뭐라 하는 사람 하나 없기 때문이다. “새로 온 이사가 사사건건 딴지를 걸더니 나중엔 걸핏하면 화부터 내더라고요. 혼자 있을 땐 듣고 넘기겠는데 전체 회의에서 호통치는 건 참을 수가 없었어요. 끙끙 앓다가 친구 소개로 체육관에 등록했는데 지금은 속이 다 후련합니다. 샌드백에 이사 얼굴 그려놓지 않아도 스트레이트 내리 꽂는 쾌감에 스트레스가 쫙 풀립니다.” 강 씨가 다니는 체육관엔 비슷한 이유로 샌드백을 두들기는 직장인이 4명 더 있다. 그들 모두 상사의 호통에 별 다른 말 한마디 못하고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는 이들이다. “호통엔 호통으로 답하고 싶으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속담 앞에 작아지는 직장인”이란 게 강 씨가 소개한 체육관 동료들의 프로필이다.

    이른바 ‘호통’이 문제다. 몹시 화가 나서 크게 꾸짖는 소리에 직장 내 소통이 어렵다. 특히 승진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신임 임원이 부하직원들의 뒷담화에 오르는 2월이면 여기저기 침 튀는 소리, 한숨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한 컨설팅 회사 임원은 “상사가 생각하는 호통 경영과 부하직원이 겪는 소통부재의 갈등은 분노와 입장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사는 늘 주어진 업무 이상의 결과를 요구하고 부하직원은 늘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경제위기 이후 ‘9to6’의 공식은 이미 유물이 됐다. 스마트 기기들 덕에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현대 직장인은 이미 멀티태스킹의 귀재”라며 “덕분에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또한 상상 이상이다. 그 스트레스를 분노로 푸는 상사(임원)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물론 호통이 득(得)이 되는 경우도 있다. 호통경영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사장이다. 일본전산은 오일쇼크의 중심에 있던 1973년, 4명의 직원으로 출발해 현재는 140개 계열사, 13만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성장은 당당한 이 회사의 나가모리 사장은 이른바 ‘호통경영’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에게 “죽기 살기로 덤비라”고 대놓고 꾸짖는다. 때론 “그것도 못하냐”며 핀잔과 협박을 일삼는다. 하지만 직원들의 이직률은 일본 내 최저 수준이다. 호통은 치되 감정을 배제하고 성과가 좋으면 확실히 보상한다는 게 나가모리 사장의 원칙이다. 확실한 성장과 보상이 담보된 호통은 직원들에게 분발의 기회를 제공했다. 때문에 일본전산은 좋은 성과를 낸 후배가 상사로 올라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실(失)이 되는 호통이다. 한 인크루트사 홍보담당 임원은 “실제로 화통을 삶아 먹은 것 같은 목소리의 한 임원은 사내에 그 사람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며 “얘기만 하면 호통치기 일쑤니 구성원들이 기분 나빠서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호통이 호통을 낳는 조직은 조용하다”고 이야기했다.

    대처 켈트너 미국 UC 버클리대 심리학과 교수 등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분노형 상사(임원)’들의 경우 뇌의 특정부위가 손상돼 있었다. 공감능력과 사회적으로 적절한 행동을 유도하는 능력과 연결되는 부위다. 켈트너 교수팀은 첫째, 분노가 정확한 대상을 타깃으로 하는가. 둘째, 화를 낸 뒤 분위기를 바꿔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가. 셋째, 화를 낸 뒤 상대의 태도가 개선됐거나 새로운 교훈을 얻었는가 등 세 가지 항목 중 단 한 가지도 충족되지 않았다면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성공소통, 당신은 어떤 스타일? 성공소통을 위한 임원의 조건, 과연 인재의 요람이라는 삼성그룹의 임원은 어떤 유형일까. 최근 백기복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삼성사장단을 상대로 진행한 ‘미래형 리더의 조건’이란 강의가 화제다. 백 교수는 조직 구성원과 소통방식을 이야기하며 감성, 이성, 영감 등 세 가지 유형을 예로 들었다.

    보고서를 잘못 올린 부하직원에게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조목조목 지적하면 ‘이성소통형’, 지적하기보다 호통부터 치는 스타일은 ‘감성소통형’, 현실의 문제보다 꿈과 미래, 비전을 이야기한다면 ‘영감소통형’이란 것이다. 백 교수는 한국의 최고경영자(CEO) 중 대부분이 감성소통형이며 영감소통형은 100명 중 1명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하나, CEO들은 대부분 성취욕구가 강하고 특히 한국의 CEO는 ‘문제해결형’으로 앞만 보고 달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가 꼽은 CEO가 본받아야 할 인물은 세종대왕. 신하들이 아무리 불편한 얘기를 직언해도 “네 말이 참 아름답구나”라고 칭찬해줬다는 것. 최고 권력자에게 이야기하기까지 고민을 거듭한 점을 높이 샀다는 설명이다. 과연 당신의 소통방식은 어떤 유형일까.

    Case 1. 이렇게, 혹은 저렇게, 어쩌라굽쇼? 중견기업 이사로 스카우트된 A이사는 한동안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조용조용 지내려고 애썼다. 타 기업 부장 시절엔 불도저란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부임한 지 얼마 안돼 너무 나선다는 얘기가 사내에 도는 것도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미진한 보고서가 올라와도 첫 한달 간은 허허 웃으며 넘기곤 했다. 평소 같으면 다시 해오라고 큰 소리로 지시하곤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냐는 생각에 틀린 부분만 수정해오라고 타일렀다. 인내심이 끊어진 건 부임한지 두달 째 되던 첫 주 월요일. A이사는 “어떻게 매번 미진한 보고서를 올려!”라며 부장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곤 곧바로 지금까지 만들어 온 이미지를 떠올리곤 오후 시간에 올라온 보고서는 다시 미진한 부분만 체크해서 내려 보냈다. 이런 일이 서너번 반복되자 사내에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마주치는 직원들이 고개만 끄덕이고 피해가는 품이 영 마뜩치 않았다. 고민 끝에 비서에게 농담하듯 자신의 뒷담화를 물어보니 의도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말이 돌아왔다. “처음엔 직원들 사이에 이사님이 자상하다는 말이 돌았는데 똑같은 상황에 어느 땐 호통치시고 어느 땐 좋게 넘어가시니 종잡을 수 없는 분이란 말이 돌고 있습니다. 심하게 말하는 직원 중엔 어떤 원칙으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합니다. 원래 화병이 있는 거 아니냐고도….”

    Case 2. 나처럼 일하는 사람이 없다굽쇼? 중소기업 CEO로 일하고 있는 B사장은 정기적인 직원 회식과 식사자리 등 함께 어울리는 자리에서 늘 자신의 고생담을 예로 들며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말라고 충고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했으니 스스로 깨우치고 고쳐야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직원은 야멸차게 꾸짖었다. “그렇게 얘기했으면 어린아이도 알아들었겠네. 이게 뭐하는 짓이야”로 시작되는 호통은 “다음에 또 이러면 각오해!”로 마무리됐다. B사장은 호통을 칠 때도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화를 낼 때는 내고 같이 어울릴 때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연말 결산 보고서를 받아들곤 화들짝 놀랐다. 매출과 성장은 고만고만한데 직원들 이직률이 지난해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도 속이 상해 퇴근 후 인사담당 부장과 소주 한잔 기울이며 넌지시 물었다. “도대체 이유가 뭔가. 이만한 규모에 대우에 비전에 뭐가 부족한 거야. 왜 직원들 중에 나처럼 악착같은 사람이 없는 거냐고?” 한동안 뜸들이던 인사부장은 술이 서너순배 더 돌고 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 B사장 그 답변에 술이 확 깼다.

    “직원들 사이에서 사장님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왕년에’라고 하더군요.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려는 시도는 좋은데 늘 비슷한 무용담만 둥둥 떠다닌다는 겁니다. 또 그 무용담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깨지기 일쑤니 사장님 아바타가 돼야 버틸 수 있다더군요. 이건 제 의견인데요. 늘 나처럼 일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시는데, 그건 믿지 못하겠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저요, 지금 목숨 걸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Case 3. 일일이 물어보는 당신, 책임은 누가 지냐굽쇼?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C상무는 다혈질에 욱하는 성격까지 있어 직원들 사이에 요주의 상사로 손꼽히는 임원이다. 그 또한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타고난 기질이라 믿고 일을 밀어붙였다. “빨리 빨리”, “아직도 작성 못했나?”를 입에 붙이고 산 덕에 시즌 별로 어떤 상품이 트렌드이고 어떤 상품이 잘 나갈 것 같다는 보고서는 늘 마감시간 전에 책상에 올랐다. 직원들과 모여 다음 시즌 유통 상품을 선정할 땐 그야 말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프레젠테이션이 펼쳐졌다.

    C상무는 이 모든 시스템이 마음에 쏙 들었다. 문제는 프레젠테이션 마지막 순간,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만 되면 직원들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로 변했다. 돌아가며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해도 도무지 나서는 이가 없었다.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던 C상무. 아이러니하지만 이제 갓 직장인이 된 둘째 딸의 푸념을 듣고 무릎을 쳤다.

    “아빠, 우리 팀장만 보면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지 도저히 모르겠어. 중요한 결정만 있으면 팀원 하나하나한테 의견을 물어. 다수결도 아니고 옳다고 생각하면 밀고 나가야 하잖아. 그래야 팀원들도 이 산이 아닌가벼 하면서도 따라 올라갈 거 아니냐고. 사내에 도는 소문으론 책임지지 않으려고 수를 쓴다는 얘기도 있고. 아빠, 이런 게 직장생활이야?”

    Case 4. 나보다 잘 아는 놈이 있냐굽쇼?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만에 CEO에 오른 E사장은 생각만 해도 이 모든 상황이 뿌듯했다. 영업, 경리, 공장, 자재, 총무… 그 동안 모든 부서를 돌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다. 쉽게 말해 아웃소싱한 경비팀을 제외하고 사내 돌아가는 일을 자신만큼 아는 이가 없었다.

    그런 상황을 알았는지 임원들도 그 앞에선 제대로 준비하고 입을 열었다. 허술하게 답했다간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런데 어떻게 그런 답이 나오냐”는 불호령에 얼굴 붉어지는 상황을 겪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세대 후배들과는 어울리기 쉽지 않았다. E사장 입장에선 회사 돌아가는 일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놈들이 건의하는 건 또 왜 그리 많은지 결국엔 일찍 자리를 뜨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간혹 임원회의 때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말들이 그리 많으냐”며 윽박 지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장과 오찬을 나누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걸 느꼈다. 그날 E사장은 단 한마디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E사장, 아마 이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요. 그런데 웬일인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회사 경영은 똑같아요. 예나 지금이나 안정은 됐지만 그냥 정체된 느낌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어제 했던 방식 그대로 내일도 이어지는 느낌이에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누구보다 회사를 잘 알고 있는 E사장은 뭐가 문제라고 보십니까….”

    ■ 화병 자가진단법
    진단 테스트 중 2~3가지 이상 체크되면 화병의 가능성이 있다.
    ▶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다
    ▶ 신경이 예민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 간간이 두통이 생긴다
    ▶ 소화가 잘 안 된다
    ▶ 쉽게 숨이 차 오른다
    ▶ 화가 나면 얼굴과 몸에 열이 오른다
    ▶ 가슴이 두근거린다
    ▶ 의욕이 없어진다
    ▶ 명치 끝이 딱딱하게 느껴진다
    ▶ 혓바늘이 돋아 음식을 삼키기 힘들다
    ▶ 아랫배가 따갑고 목 안이 꽉 찬 느낌이다
    자료 이대목동병원 신경정신과

    PART2 분노와 스트레스… 회사 우울증 환자 늘어 우리는 일상에서 “울화가 치민다”, “화가 난다”, 심지어 속된 표현으로 “화딱지가 나서 못 참겠다”는 등 ‘화(火)’에 대한 표현을 많이 쓴다. ‘화병(火病)’은 ‘Hwabyung’이란 표기로 1996년 미국 정신과학회에서 한국인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문화관련증후군의 하나로 공인했다. 화병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억압됐지만 오랜 세월 불평하지 않고 참으며 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적으로 약해지거나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놓일 때 시작되는 여러 신체적 증상을 종합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즉, 화병의 원인은 ‘화가 나는 것, 억울하고 분한 것, 한이 쌓인 것, 속상한 것, 속 끓는 것이 쌓인 것’ 등의 말로 표현되듯이 분노 또는 분노와 관련된 부정적 감정이며, 이런 감정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되고 쌓여서 발생하는 것이다. 화병 환자들은 발병원인을 반복되는 불공평한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분노’가 쌓여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사이가 좋은 사회적 관계를 깨지 않기 위해 자신의 분노를 억제해야만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억눌린 분노는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 쌓여 결국 화병을 유발하게 된다. 화병을 가진 환자들이 호소하는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가슴에서 무엇이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든다”, “가슴이 답답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억울하고 분노와 열이 나며, 어떤 공격적인 행동을 저지를 것 같은 충동을 느낀다” 등이 있다.

    이 ‘화병’은 흔히 분노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데 주로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들어 남성에게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전체 화병 환자의 30%까지 남성이 차지한다는 연구도 있을 정도다.

    지난해 취업포탈 커리어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83%가 화병을 앓아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 이들 중 32.4%는 이로 인해 퇴사를 한 경험이 있다고도 한다. 30대 후반의 A는 상사의 호통이 두려워 얼굴만 봐도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소위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는 전형적인 직장인이었다. 실제 어느 조사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는데, 가장 큰 스트레스 상황에 빠지게 하는 대상으로 77.7%가 직장 상사를 지목했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사회문화가 이런 상황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 내 어느 직원이 직장 내 과도한 스트레스나 업무로 자살이나 과로사, 질병 등의 심각한 문제를 겪더라도 ‘그것도 못 이겨내는 나약한 사람’ 또는 ‘업무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는 무능력자’라는 멍에로 그 책임을 당사자에게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경우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개개인의 정신건강관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업 차원에서 인력 관리에 문제점을 인정하고 리더십을 체크하고 조직의 스트레스 요인 분석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생애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그러기에 행복한 일터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기업과 구성원 모두 자신의 일터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세주 /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 kimsejoo@yuhs.ac]



    사진설명
    PART3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임원이 앞장서야 조직이 산다!” 임진년 새해도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경영환경과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조속히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을 진두지휘하는 CEO와 임원들의 어깨가 무겁다. 임직원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따라와 주지 못하면 마음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 수 있다.

    이때 임원(상사)들은 직원들을 꾸짖고 나무라며 야단치는 호통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기 쉽다.

    호통보다 건강한 소통으로 직원들이 잘못을 범했을 경우 단호한 호통 커뮤니케이션이 효과가 있을 때도 있다. 특히 느슨해지거나 안이해진 직원들의 심기일전에 호통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호통은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부작용이 더 크다. CEO나 임원들을 두려워하는 경직된 조직 문화와 냉소주의, 그리고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자율과 창의를 토대로한 구성원들의 혁신과 창의 발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 내 건강한 소통은 다양한 이점을 준다. 우선 건강한 소통은 회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구성원들이 행동하게 하는 강한 동기부여 효과를 지닌다. 또 하나의 이점은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행복한 감정을 공유해 자연스럽게 구성원들 간의 정서적 연대감과 친밀감을 높인다.

    궁극적으로는 신뢰와 믿음의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마지막으로 임직원들의 다채로운 지식과 색다른 아이디어가 조직 내에 원활히 공유되고 재창조되게 하는 집단 창의성을 극대화시킨다.

    건강한 소통을 위한 임원의 필수 덕목은 소통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은연중에 이를 방해하는 요인들이 조직 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소통을 위해 임원(상사)이 알아야 할 몇 가지 포인트를 살펴본다.

    첫째,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

    조직 내 소통이란 회사와 직원 간 혹은 임직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 정보 또는 감정상태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공유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소통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소통 방식이 풍성해도 이를 활용하는 주체인 임직원들이 건강하게 소통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아무리 좋은 취지와 생각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이해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호통이라면 이것은 반쪽짜리 소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완전한 소통을 위해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의미가 충분히 상호 간에 이해되고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식하는 감수성에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감수성 부족은 건강한 소통을 가로막는다.

    둘째, 내재된 심리적 편향성 극복

    잠재된 심리적 편향성도 건강한 소통을 가로막는다. 흔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선택적 지각의 문제다.

    선택적 지각은 소통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배경 등을 토대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편견인데, 앞서 언급한 다양한 가치관과 배경을 지닌 구성원들 간에 발생하는 오해와 갈등의 문제도 유사한 심리적 편향이 작동한 결과다.

    또 하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전달받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거나 여과해 버리는 심리적 편향성도 주의해야 한다.

    이는 조직의 계층상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강하거나 조직 내 지위 차이가 있는 곳에서는 어느 정도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임원(상사)이 호통으로 일관하며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리더십을 보여 무서운 존재로 비춰질 경우 상향적 커뮤니케이션을 심각히 왜곡시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셋째,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활용 주의

    잘못된 소통 채널을 활용하는 것도 건강한 소통을 방해한다. 일례로 의료 소프트웨어 제작회사인 서너社의 CEO 닐 패터슨은 평소에 직원들과 소통을 할 때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매우 선호하는 사람이었다.어느 날 그는 회사 실적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 관리자들이 나태해진 모습에 화가 났다.

    분을 참지 못하고 400여 명의 중간 관리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통해 ‘관리자들의 기강해이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분노를 표시한다. 이후 간부 회의를 출근시간보다 1시간 빨리 하고, 토요일 아침에도 관리자 회의를 할 것을 지시한다.

    그리고 향후 ‘직원의 5% 정리’, ‘휴가로 입증되지 않는 결근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을 철저히 할 것이란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이메일 발송 후 불과 한 나절 만에 메일 복사본이 야후 검색 사이트 상에 올라왔고 3일 만에 회사의 주가는 22%가 곤두박질치면서 더 큰 위기를 맞게 됐다. CEO가 직원들의 근무태만, 기강해이에 호통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감정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담긴 메시지는 간부들과 대면하는 공식 회의석상 등의 장소에서 냉철하고 엄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메일이라는 소통 채널을 활용한 것이 어려운 회사를 설상가상으로 더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넷째, 신뢰와 일관성이 생명

    평소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부족하다면 건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상대방이 아무리 바른 말을 하더라도 그 뒤에 숨겨진 나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불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리더들이 부하직원과 소통할 때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임원(상사)이 먼저 평소 자신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고 있진 않은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스탠포드대학 심리학과 앨버트 반두라 교수는 “행동이 말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낸다. 사람들은 말과 행동의 불일치에 직면할 때 말보다는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한다. 임원(상사)들이 보이는 솔선수범의 행동 하나는 수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일관성 없는 행동은 부하 직원들의 불신과 냉소주의를 유발시킬 수 있다.

    특히 조직 내의 중요한 정책적 변화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임직원들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현기 / LG경제연구원 경영연구부문 책임연구원 goodhk21@gmail.com]



    [안재형 기자 ssalo@mk.co.kr│김현기 / LG경제연구원 경영연구부문 책임연구원 goodhk21@gmai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