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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한국의 슈퍼리치와 그들만의 재테크 비법
입력 : 2011.09.28 16: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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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이 끝난 후 한 참석자는 “주제에 대해 간략하면서 깊이 있게 설명해 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바쁘더라도 시장의 흐름을 잘 정리해 주는 포럼이 있을 때마다 참석해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짧은 시간에 다양한 의견을 줘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됐다”며 “또 다른 좋은 포럼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요즘 강남의 고급 호텔에선 이런 풍경이 종종 눈에 띈다. 슈퍼리치들이 아침 일찍 모여 최근 경제 흐름에 대해 공부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가 하나둘씩 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리 흔한 풍경은 아니었다. 이는 슈퍼리치들이 부동산이 아닌 금융자산에 눈을 돌리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또한 전통적인 부자와는 달리 부동산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금융투자로 돈을 불려 슈퍼리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슈퍼리치는 요즘 재테크 시장 변화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지난해부터 급부상한 랩 시장도 슈퍼리치의 투자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려 있다. 헤지펀드 등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금융상품도 슈퍼리치들이 금융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일반 월급쟁이들도 슈퍼리치에 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고단한 일상이지만 “나도 잘만 하면 슈퍼리치가 될 수 있다”는 꿈이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금융자산 100만 달러 이상… 슈퍼리치의 세계
어쨌든 일반인들의 사고로 슈퍼리치는 일생에 한 번 만지기도 힘든 현금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다. 통상 10억원 이상 보유해야 슈퍼리치라고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돈의 액수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의 고액자산가 서비스인 SNI에 가입하려면 최소 30억원 이상 돈을 맡겨야 한다. 증권사에 금융투자자산으로 30억원 이상 맡긴 고액자산가는 예금 등 은행에 맡긴 돈과 부동산을 합치면 최소 1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울트라 슈퍼리치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리스크(위험)를 즐긴다 해도 가진 금융자산을 모두 원금보장이 안 되는 상품에 넣어 둘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슈퍼리치의 기준을 100만 달러 이상이라 할 때 우리나라의 슈퍼리치는 12만7000명(2009년 기준 메릴린치 보고서)이다. 슈퍼리치의 숫자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조사한 것도 비슷하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한국의 부자 보고서를 내면서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슈퍼리치를 13만 명으로 발표했다. 우리나라 인구가 대략 5000만 명이니 슈퍼리치 범주 안에 들어가려면 0.26% 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자산을 이렇게 많이 보유한 슈퍼리치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증권사 가운데 고액자산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증권에는 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이 4180명이나 된다. 이들을 연령별로 보면 50대(35%)가 가장 많다. 이어서 60대(26%)가 두 번째다. 세 번째로 많은 건 부동산 부자들이 즐비한 70대(15%)가 아니라 40대(16%)다. 30대 이하도 8%나 된다.
예탁자산 30억 이상 초고액자산가를 주고객으로 하는 삼성증권 SNI호텔신라센터의 상담실. 삼성증권 SNI는 오픈 1년만에 자산관리규모 5조원을 웃돌고 있다.
먼저 70대 이상 슈퍼리치는 주로 부동산에서 돈을 번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더불어 서울 수도권은 물론 지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값이 크게 올랐다. 소득이 2만 달러로 오른 이후에도 부동산 불패 신화가 여전히 유효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돈만 생기면 땅을 사 부자가 됐다”는 얘기가 가장 잘 적용되는 연령대가 바로 70대 이상이다. 일산, 분당, 판교 등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 신도시 주변의 땅을 오랫동안 보유해 온 이들은 개발 붐을 타고 자연스럽게 슈퍼리치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70대 이상 슈퍼리치들이 부동산에만 의존해 돈을 번 건 아니다. 70대 미만의 젊은 세대(?)에 비하면 드문 경우긴 하지만 주식으로 큰돈을 번 70대도 있다.
한은경 삼성증권 강남SNI센터 팀장은 “70대 가운데 삼성전자 주식만 100억원어치를 갖고 있는 슈퍼리치도 있다”며 “70대 이상 슈퍼리치들이 주식과는 담을 쌓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월급쟁이에서 주식 장기보유로만 1000억원대의 돈을 번 ‘민전자’(전자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해 붙여진 별명) 신화에도 있듯 남들이 부동산에 집착할 때 삼성전자처럼 가능성이 있는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해 부자가 된 70대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조금 특이한 사례일 뿐 일반적으로 재산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을 통해 모은 것이 70대 슈퍼리치의 특징이다.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점은 70대 슈퍼리치 상당수가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이들이 여전히 부동산에 의존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류남현 삼성증권 강남SNI센터 부장은 “부동산으로 돈을 번 슈퍼리치들의 고민은 현재 가지고 있는 부동산, 특히 전답과 같은 토지를 어떻게 하면 잘 팔지에 쏠려 있다”며 “과거처럼 돈이 될 만한 부동산을 추가로 찾아나서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귀띔했다.
사실 30대에는 스스로의 힘만으로 슈퍼리치에 들어갈 만큼 큰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부모로부터 부를 넘겨받은 경우가 많은데 60~70대 이상의 슈퍼리치들이 어린 자녀에게 일찍부터 부를 이전하는 건 상당부분 세테크와 관련이 돼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 30~40년 후 전망이 아주 좋은 기업 주식이 있을 경우 나중에 주가가 크게 올랐을 때 넘겨주는 것보다 지금 넘겨주는 것이 절세 면에서 훨씬 더 낫기 때문이다. 펀드나 주식 가격이 폭락했을 때 증여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08년 금융위기로 자산가치가 폭락했을 때 증여가 늘어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슈퍼리치들이 많이 모이는 포럼이나 세미나장에 가보면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 간혹 눈에 띄는데 대개 이런 경우다. 한 50대 슈퍼리치의 경우엔 괜찮은 세미나나 교육 프로그램이 있을 경우 해외에 나가 있는 자녀를 불러들여 같이 공부를 할 정도라고 한다. 자녀들에게 부를 물려주지만 그 부의 대부분을 결국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시대라 해박한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부를 지키고 불려나가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부모 세대가 먼저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40대의 경우엔 스스로 부를 키운 경우도 꽤 많다. 1990년대 말부터 벤처 열풍이 불었는데 그 때부터 사업에 나서 성공을 거둔 젊은이들의 경우 슈퍼리치 반열에 오를 만큼 많은 부를 얻었다. NHN처럼 큰 성공을 거둔 벤처기업의 경우 CEO가 아니더라도 스톡옵션이나 주식을 통해 슈퍼리치에 오를 만큼 부를 축적한 직원들이 꽤 있다.
또 40대나 50대의 슈퍼리치 중에는 전문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큰돈을 모은 경우도 많다.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 등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권에 종사하는 직장인들도 꽤 된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 블루 고객 슈퍼리치를 직업별로 분류해 보면 금융업(1.8%)이 의료(1.4%)나 서비스업(1.0%) 보다 조금 많다.
40~50대의 경우에는 부동산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고액 연봉자가 돼 금융상품으로 돈을 굴리는 선진국형 고액자산가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부 이동최고의 시설과 마감재를 사용한 초호화 주거 공간이자 한국 최초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인 타워팰리스. 입주 당시 교통·환경문제, 주변 지역 주택가격 상승, 배타적 공동체 문화 형성 등 부작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증권사들이 PB사업을 대거 강화하면서 고액자산가들이 서서히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이 앞 다퉈 고액자산관리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슈퍼리치들의 자금이 예금이 아닌 주식이나 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건 부동산 경기침체와 저금리 흐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 슈퍼리치들도 요즘엔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 박경희 삼성증권 강남SNI센터 지점장은 “과거엔 부동산을 염두에 둔 세금 상담이 많았지만 요즘에 웬만해선 이런 세금 관련 컨설팅은 받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동률 우리투자증권 NHW그룹 상무는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슈퍼리치들도 3~4년 동안은 주로 강남권의 중소형 빌딩으로 대표되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있을 뿐 이전처럼 부동산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진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2~3%대의 저금리는 단순히 안전한 은행 예금에 돈을 맡겨봤자 높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금리 마이너스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고물가, 저금리 상태에선 예금에 돈을 맡기면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주식에 기반을 둔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슈퍼리치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것이다. 슈퍼리치들이 부동산 대신 금융상품을 찾는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과거처럼 고성장을 하면서 고금리 부동산 활황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앞으로 자녀에게 부가 넘어가면서 증여상속세 부담으로 기존 부동산을 팔아 금융자산으로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슈퍼리치들은 재테크 흐름 변화에 민감하다. 그리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배우고 스스로 투자원칙을 정해간다. 과거 부동산 시대에서 금융자산 위주로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슈퍼리치의 금융 지식도 놀라울 정도로 깊어지고 있다.
부모 세대에 비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춘 30~50대 슈퍼리치들은 PB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세미나와 보고서를 통해 상당 수준 이상의 인사이트를 갖고 있다. 부동산이 부의 증식을 책임졌던 시대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유능한 PB들도 “슈퍼리치들이 워낙 많은 것을 알고 똑똑해 어설프게 조언하다간 바로 퇴짜를 맞기 일쑤”라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대표는 “랩 상품을 가입할 때도 랩을 운용하는 투자자문사와 대표의 성향을 하나씩 따지고 장단점을 모두 파악한 후 최종 선택을 한다”며 “PB들에게 맡겨 놓고 투자해 달라고 하는 슈퍼리치들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러 세미나장에서 만난 슈퍼리치들의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대단히 높다. 한 40대 슈퍼리치는 “많은 포럼과 세미나를 찾아다니다 보니 핵심만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분석을 보면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도 얻게 된다”며 “과거에 PB에만 맡겨 놨다 큰 손실을 입은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PB의 조언을 들으면서도 균형감 있는 판단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70대 슈퍼리치는 “아침에 일어나면 경제신문을 꼼꼼히 읽는다”며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투자에는 리스크가 있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자산을 굴리는 것이 시장을 이기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전 슈퍼리치들이 발품을 팔아가며 부동산 투자수익을 높여 왔듯이 요즘 슈퍼리치들은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지식을 좇아 발품을 팔며 투자수익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부의 증식… 스마트형 투자그레이스 응 JP모간 수석 경제연구원이 제1회 글로벌 웰스포럼에서 중국 주식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4%나 빠진 중국 증시는 올 들어서도 그다지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성장성보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의 소비시장을 보고 수혜를 볼 만한 곳에 투자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많은 보고서와 자료를 봐도 지방 정부의 부채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꽤나 많은 중국 증시 전체에 투자하는 것보다 중국의 내수 소비 확대에 따른 수혜대상을 찾는 것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A씨는 중국 증시 대신 중국 내수 소비 수혜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했다. 단순 채권에 투자했던 돈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채권 투자의 상당액도 물가채로 옮겨 놨다. 기존 투자 방식과는 꽤 달라 약간의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A씨의 판단은 옳았다. 올 들어 중국 증시의 수익률은 신통치 않지만 중국 소비재 관련 지수는 크게 오르고 있는 추세다.
슈퍼리치 A씨처럼 주식을 투자하더라도 국내냐, 해외냐를 구분하거나 해외라면 어느 나라를 선택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방식은 더 이상 슈퍼리치의 투자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슈퍼리치의 해외 인기상품 가운데 하나였던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대하고 많은 슈퍼리치들이 브릭스 펀드에 돈을 부었다. 그러나 브릭스는 기대만큼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때론 너무 많은 변수에 노출이 돼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되곤 했다. 특히 성장률은 높지만 경제 외적인 변수에 좌우되는 일이 잦아 위험을 통제하는 것이 어려웠다.
김영주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 차장은 “예를 들어 원자재 상승을 기대하고 자원 대국인 브릭스에 투자하는 부자는 요즘 아예 자원에 투자한다”며 “굳이 각 나라의 정치 변수와 성장률 변수를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해외 펀드 가운데 하나로 브릭스 펀드를 선택하는 대신 브릭스 자체를 해체해 성장성이 높은 상품에 집중 투자한다는 얘기다.
주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국고채에 비해 고수익율 보장하는 브라질채권이 인기를 끈 이유도 이 때문이다. 브라질의 국가 위험과 환 변동 때문에 브라질채권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에도 해외 사업이 많은 경우엔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슈퍼리치가 있다고 한다. 이전과는 달라진 점은 고수익이라 하더라도 위험을 감내할 만한 수준인지를 슈퍼리치 스스로 충분히 감안해 투자하는 데 있다.
슈퍼리치의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는 건 금융 위기 이후에 투자 가능한 금융자산의 움직임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도 큰 이유가 가운데 하나다. 삼성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 부동산, 원자재 지수의 상관계수(올 6월1일 기준)는 각각 0.62, 0.84, 0.83으로 분석됐다. 주식과 채권의 상관계수가 -1에 근접해 반대로 움직이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상관계수가 높으면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가 동시에 올랐다가 떨어진다. 주식 채권 부동산의 투자 비중에 초점을 맞춘 투자 마인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상대 삼성증권 마케팅실 상무는 “주식 채권 부동산의 상관계수가 높아지고 변동성이 커진 데다 나라를 막론하고 산업별 차별화가 뚜렷해지면서 전통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글로벌 성장형 자산배분과 리스크 관리를 결합한 스마트한 포트폴리오만이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슈퍼리치가 금융자산 위주로 돈을 굴리고 투자대상인 주식, 채권, 부동산이 함께 오르고 함께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면서 성장형 금융상품을 콕 찍어 투자하는 스마트형 사고를 하지 않으면 부를 키워 나가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사의 PB센터는 슈퍼리치들이 이런 방식의 투자로 연 10~15%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종의 목표수익률이다. 하루 주식시장이 15%씩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면 연 10%가 대단하게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3%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고액자산을 가진 이들이 지속적으로 이런 수익률을 내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고위험 고수익이 아닌 주식시장의 변동에도 일정한 수익률 내는 헤지펀드가 도입되는 등 금융상품이 날로 진화하면서 투자수익률과 위험 측정은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슈퍼리치를 바라는 일반 월급쟁이들의 사고는 복잡하다. 10억원을 투자하는 슈퍼리치가 연 10%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일단 월급쟁이들의 연봉보다 훨씬 높은 1억원의 돈을 수익으로 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슈퍼리치들이 돈에다 고급 정보와 분석력까지 곁들이면서 일반 월급쟁이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사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당장 변동장에서도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만 해도 일정 금액 이상의 고액이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슈퍼리치 따라잡기를 통해 충분히 슈퍼리치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한 재테크 전문가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1년에 2500만원씩 20년, 5000만원씩 10년을 모으면 단순히 합쳐 5억원이 된다”며 “결국 매년 모으는 돈의 이자율 또는 수익률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될 텐데 슈퍼리치들이 모이는 투자처와 투자방식을 면밀히 살피면서 따라잡으면 슈퍼리치 기준인 10억원이 불가능한 목표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별다른 이유 없이 수십 퍼센트씩 오르는 코스닥의 대박 종목을 쫓으며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슈퍼리치의 꿈을 지워버리는 악몽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황형규 /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hwang21@mk.co.kr│사진 =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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