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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송재용·이경묵 서울대 교수가 본 `삼성 성공의 패러독스`
입력 : 2011.09.28 16: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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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신경영 이후 적극적으로 채택한 게 미국식 경영 요소였다. 삼성은 이병철 선대 회장부터 일본식 경영 시스템을 받아들인 기업이었으나 이 회장이 미국식 경영을 접목하면서 삼성 고유의 하이브리드 경영 문화가 형성됐다.
이는 ‘대규모 조직이면서도 스피드한 의사결정과 실행’, ‘다각화와 전문성의 조화’라는 삼성 경영의 특색과 함께 삼성 패러독스 경영을 완성하는 3대 축으로 꼽힌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내부 경쟁을 촉발해 의타성을 극복했다” 고 분석했다.
개별 기업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논문 게재에 인색한 'HBR'이 한국 기업의 경영 스토리를 상세하게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아시아 기업으로는 도요타, 싱가포르 에어라인에 이어 삼성이 세 번째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도 “'뉴스위크'나 '포브스' 등 세계적인 잡지가 이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나 삼성전자의 성공 신화를 분석한 적은 있지만 'HBR'이 삼성식 경영을 집중 해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HBR'이 주목한 삼성식 경영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이 1년에 10회 발간하는 'HBR'은 글로벌 경영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와 이론·실무를 전달하는 ‘살아있는 경영 교과서’로 꼽히며 전 세계 수십만 명의 경영학자와 기업 임직원, 컨설턴트 등이 구독하고 있다.
삼성식 경영을 해부한 이번 논문은 송재용·이경묵 교수가 지난 2004년 삼성그룹의 의뢰로 삼성경제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삼성 경쟁력의 원천에 대해 분석한 ‘삼성 웨이(Samsung Way)’ 연구를 기반으로 했다. 그 이후 삼성의 경쟁력과 성공 요인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한 결과 경영 분야 최고의 저널인 'HBR'에 논문을 게재하게 된 것이다.
'HBR' 논문의 기반이 된 ‘삼성 웨이’ 연구에서 송재용·이경묵 교수는 이 회장이 주도한 신경영 이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급부상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로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paradox management)을 지목했다. 1990년대 초반 글로벌 삼류 기업에 불과했던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과 지식기반경제, 디지털 기술의 부상으로 대변되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21세기 최고의 IT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비결이 패러독스 경영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0년 말 기준으로 매출 153조원, 이익 17조원을 달성해 3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소니와 큰 대조를 이뤘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경쟁사에 비해 원가가 크게 낮으면서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먼저 출시하고 고객별로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1992년 이후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1등 기업의 지위를 고수해오면서 최근에는 경쟁자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벌여가고 있다.
송재용·이경묵 교수 논문에 따르면 신경영 이후 삼성식 경영에서 발견되는 패러독스는 다음 세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Paradox 1. 대규모 조직이면서 속도감 지녀2010년 5월 17일 삼성전자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이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있다.
삼성은 그룹 차원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사안에 대해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계열사별로 서로 상충할 수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룹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미래전략실의 역할이다.
삼성에 있어 스피드는 그 자체가 전략이다. 최근 삼성이 전개해 온 고가(高價) 전략은 신제품 개발, 양산체제 구축과 출시에 있어서 스피드(time-to-market)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물류와 원자재, 정보 흐름의 스피드도 이를 뒷받침했다. 이처럼 대규모 조직인 삼성이 스피드를 강력한 경쟁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식 경영이 지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는 게 송 교수 측의 설명이다.
Paradox 2. 다각화와 전문화의 조화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 변화의 중심을 “인프라와 변화주체 확보”로 요약했다.
삼성 계열사들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 가운데 월드베스트 품목은 D램, 플래시메모리, TFT-LCD, 평판TV, 소형 2차전지 등 2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과는 인수·합병(M&A)이 아닌 내부 육성을 통해 이룩한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에서 다른 복합형 기업집단과는 차별화된다. 현재 삼성은 다양한 제품군에 걸쳐 내로라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들과 전방위적인 경쟁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MS를 비롯해 노키아, 모토로라, HP, 인텔, 마이크론, 소니, 델, 필립스 등과 협력과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다국적기업들은 대부분 전문분야에 특화된 기업들이다.
삼성이 사업 다각화된 기업이면서도 각 사업·제품 분야에 전업화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삼성식 경영에 내재된 패러독스의 중요한 단면이라고 논문 저자들은 설명한다.
삼성의 복합기업 구조가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내밀한 시너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1990년대 삼성은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과 제품·서비스로 끊임없이 이동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인력의 질과 경영의 질을 제고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은 지속적으로 내부 벤치마킹, 경영 노하우 공유, 기술·정보 교류를 긴밀히 했다.
또한 삼성이 복합형 기업집단이 갖기 쉬운 효율성 저하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유지한 것은 ‘경쟁적 협력 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직적 계열화 체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계열 부품과 소재의 생산성·품질 저하 문제는 내부 거래에 시장 메커니즘 도입을 통해 해결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내 반도체·LCD사업부나 TV·무선사업부는 선의의 견제 관계를 형성하면서 부품 수급을 조절하고 있다. 제일기획이라는 삼성 계열 광고대행사는 무턱대고 삼성 계열사들의 광고 물량을 넘겨받지 않고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합리적으로 계열사 광고를 수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실시한 사업구조 조정은 각 계열사와 사업부가 본격적으로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성과가 좋지 않은 사업은 퇴출시키고 핵심 사업에 자원과 역량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전격 도입된 것이다. 1990년대 말 이후 삼성 측은 매년 사업 경쟁력을 평가해 왔다. 각 회사와 사업부는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쟁력이 없는 사업부는 스스로 정리하도록 했다. 이경묵 교수는 “삼성은 외부시장보다 더욱 치열한 내부 경쟁을 촉발함으로써 다각화된 기업이 갖기 쉬운 의타성(依他性)이라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Paradox 3.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의 조화 삼성은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의 특성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대기업이다. 학습과 혁신을 강조해 온 삼성은 도요타, GE 등 일본과 미국의 대표 기업들을 벤치마킹한 후 이를 삼성의 조직문화와 경영시스템에 맞게 성공적으로 변형시켜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의 장점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하이브리드형 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이번 논문은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일본식 경영은 시장점유율 중심, 비관련 다각화, 분권화, 내부승진, 종업원과 주주결합체로서의 기업 운영 등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식 경영은 이윤과 수익 창출을 강조하고 관련 산업에 집중한다. 또한 집권화된 기업 운영을 하고 외부 노동시장 의존도가 높으며 주주를 기업의 주인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단기고용이 많고 철저한 능력 평가와 승진이 이뤄진다. 일본 기업보다는 기업 간 인수합병, 사업부 매각 등 사업 구조조정의 빈도가 높고 기업의 수익성 증진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의 발생 빈도도 높다.
삼성의 경우 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엄정한 조직기강, 임직원의 높은 조직충성도, 지속적 현장개선, 수직·수평적 계열체제 등은 일본식 경영을 도입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외환위기 사태를 맞아 연공서열식 조직과 평생직장의 이념은 포기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일본식 경영이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동시에 삼성에는 미국식 경영의 요소들도 많다. 상시적 구조조정, 스피드 중시, 핵심인재 스카우트,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연봉제, 위험을 부담하는 CEO 등은 삼성이 지닌 미국식 경영의 모습이다. 특히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 상황에서 삼성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식 경영을 과감하게 실천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근본적으로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은 상충되는 면을 지니고 있어 한 조직 안에서 두 가지 경영방식을 조화시키기란 힘든 것으로 인식돼 왔다. 가령 굳건한 수직적 계열화 체제를 유지하면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하면 가치 사슬(value chain)상의 일부 사업이 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임직원의 능동적 참여와 조직 충성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UCLA의 빌 오우치 교수 등 구미 학자들은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이 한 조직 내에서 공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삼성은 일본식 경영을 미국식 경영으로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각각의 방식이 가진 장점이 발휘될 수 있도록 일본식 경영 요소와 미국식 경영 요소를 분해해 재결합했다.
삼성이 일본식과 미국식 경영 방식을 고루 지니게 된 이유는 전략적 불확실성이 큰 사업을 하면서 대규모의 제조부문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주력사업인 IT산업은 수급 상황이 불안정하고 기술 전개가 변화무쌍해 고도의 전략적 마인드를 요구한다. 이러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 핵심인재 확보, 파격적 인센티브, 창의적 조직문화, 스피드 등 미국식 경영 요소들이 매우 중요하다.
삼성은 세계 곳곳에 구축해 놓은 대규모 제조시설을 기반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바탕이 되는 것은 신경영 혁신을 펼치기 이전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일본식 경영 요소들이다.
이경묵 교수는 “이처럼 본사의 전략이나 평가, 보상, 핵심인재 관리 등 경영시스템에는 주로 미국식 경영을 보다 과감히 접목하고 생산 현장에는 일본식 경영을 상당 부분 유지하면서 삼성의 가치와 조직문화에 맞게 변형 발전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미국식 경영과 일본식 경영은 양립이 힘들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미국식 경영과 일본식 경영의 공존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삼성식 경영시스템을 창조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삼성 특유의 학습 방식 ‘믹스 앤드 매치 러닝(mix-and-match learning)’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삼성은 기업 경쟁력을 단시간에 글로벌 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 일류 기업에서 중책을 맡고 있던 우수 인재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했다. 특히 해외 톱 MBA 출신 외국인 인재들을 적극 영입해 ‘미래전략그룹’에 배치했다. 이처럼 주로 구미에서 영입된 S급 우수 인재들은 삼성이 구미 일류기업을 벤치마킹해 삼성식 하이브리드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삼성은 해외 우수 인재를 적극 영입하는 한편 지난 21년간 약 4000여 명의 내부 우수인재를 ‘지역전문가’로 해외에 1년씩 파견했다. 이를 통해 내부 핵심 인력의 글로벌 마인드를 향상시켰고 이들은 삼성 하이브리드 경영을 뿌리내리게 하는데 주요 변화의 주체로 활약했다. 송 교수는 “S급 해외 인재 영입, 미래전략그룹 가동, 지역전문가 제도 등을 통해 하이브리드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인프라와 변화 주체들을 확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외환위기 등 경제 상황 악화에도 인재에 대한 장기 투자를 늦추지 않았다.
삼성은 또 서구식 제도인 이익분배제도(profit sharing; PS)나 식스 시그마 등을 도입할 때 원형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삼성의 조직문화와 시스템에 맞게 변형해 적용했다. 제도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지속적인 보완 작업을 거쳤다.
이 교수는 “구미식 제도인 이익분배제도의 경우 서구 기업들은 주로 경영진이나 관리자층 이상의 계층에만 적용하고 상후하박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삼성식 이익분배제도는 말단 생산라인의 근로자부터 고위층까지 동일한 비율로 이익이 분배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일본식 조직문화를 감안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삼성의 과제… 창조적 혁신과 효율성을 위한 버전업 패러독스 “글로벌 초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과거와 같이 하나의 전통적인 경쟁우위에 의존해서는 글로벌 선도 기업이 되기 힘듭니다. 따라서 글로벌 톱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상충될 수 있는 복수의 경쟁우위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빠른 추종자 전략을 택한 삼성이 패러독스 경영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매출과 이익을 거두는 글로벌 기업이 됐지만 여기에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에 ‘삼성 성공의 패러독스’라는 논문을 최초로 게재한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의 성공신화를 분석하면서 냉철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송 교수는 “삼성은 일본식 경영을 기반으로 한 제조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식 인센티브 제도와 디자인·마케팅 혁신을 가미했고 삼성 제품을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군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세상에 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게 아니라 기존에 나와 있는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원가 혁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점진적·존속적 혁신’이라는 게 송 교수의 평가다.
송 교수는 “글로벌 톱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은 벤치마킹할 상대가 거의 없다”면서 “이 점이 바로 이건희 회장의 고민이며 그 때문에 2006년부터 창조경영을 외치고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일류 선도 기업이 되려면 세상에 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가장 먼저 내놔야 한다. 존속적 혁신에 치중할 때는 일사불란하고 위계적인 조직이 효과적이었지만 앞으로는 개방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한 창조적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송 교수는 “삼성이 기존의 경영 시스템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창조적 혁신’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또 다른 형태의 패러독스 경영 체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존의 강점인 규모의 경제와 스피드, 원가 효율성을 그대로 유지 발전시키면서도 창조적 혁신을 중심으로 한 창조경영의 확산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창조경영은 실패를 용인하고 이를 통해 학습하는 유연한 조직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원가 절감과 생산 능률을 강조하는 효율 중시 경영은 전통적인 일본식 경영 방식으로 창조경영과는 성격이 다르다.
장기적인 안목의 조직운영이 관건 송 교수는 창조적 혁신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한 글로벌 기업이 애플이라고 지목했다. 애플은 기존 패러다임을 바꾼 ‘창의적 제품’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내놨지만 세계 어느 제조기업도 맞추기 어려운 수준의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결국 삼성이 향후 추구해야 할 경영 혁신의 방향은 ‘창조적 혁신’. ‘효율성’, ‘빠른 변화’(전략적 민첩성)로 요약될 수 있다. 휴대전화 부문 세계 1위인 노키아가 순식간에 침몰하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경영 성공요인을 간과한 점이 있다.
송 교수는 또 “글로벌 통합과 현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초국적 기업으로의 변신 노력도 더욱 가속화돼야 한다”면서 “이는 다른 한국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항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동 저자인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대규모 투자와 원가·제품 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이 같은 행보에는 단기 지향적 특성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주력 품목인 TV·반도체·휴대전화 등은 해마다 빠르게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지 않으면 대규모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5~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일할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의 조직 운영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BR' 논문의 공동 저자인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 등을 거쳤다. 경영 전략을 전공한 송 교수는 2010년 ‘'매일경제'가 선정한 한국의 경영대가 30인’에 포함될 정도로 학계와 재계에서 이론의 대가로 인정받아 왔다. 그는 또 미국 경영학회 최우수박사논문상, 한국경영학회 최우수논문상, 콜롬비아대 국제경영강의상 등을 수상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사조직 전공으로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교수는 해외 여러 유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한국인사조직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공동저자인 타룬 카나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는 신흥시장 기업집단과 관련한 연구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손꼽힌다. 카나 교수가 지난 2008년 출간한 '수십억 명의 기업가들: 중국과 인도의 활약'은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중국·인도의 기업가 정신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황인혁 / 매일경제 산업부 차장 ihhwang@mk.co.kr│사진 =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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