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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Part 3] 금본위제 이후 金의 위상
입력 : 2011.07.01 16: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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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축통화 춘추전국시대◆
미국도 금과 은의 복본위제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이 제1의 금속이 됐다. 1836년 12월, 모든 토지거래 대금을 금괴로 지불하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자 달러 가치는 금 1온스당 20.67달러에 고정됐고 1933년까지 이 수준이 유지됐다. 그러나 대공황의 후유증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가 피폐해지자 화폐 발행이 절실했던 미국은 1934년 일시적으로 금본위제를 중지했다. 미국은 금 1온스당 20.67달러를 온스당 35달러로 평가 절하해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는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채 미국의 의지로만 유지돼 왔다. 이후 금을 1온스당 35달러에 고정시키고자 한 미국 정부는 이러한 통화 체제를 공식화시키기 위해 브레튼우즈 체제를 출범시킨다.
1944년 전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 있는 마운트워싱턴 호텔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지도자들은 공식적으로 미국 달러를 금에 고정시켜 35달러를 유지했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자국 화폐를 고정환율로 달러와 교환할 수 있게 하는 복합적 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 브레튼우즈 체제는 각 국가들이 대외적으로는 고정환율을 유지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통화 조작을 통해 조정 가능한 고정환율제를 시행하는 태생적 불안정성을 비롯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의 경제 여건에 따라 절하 압력을 받을 때마다 금의 지위는 흔들렸다. 미국의 경우도 케네디 대통령 시절 이래 일관되게 추진된 ‘위대한 사회’ 건설을 위한 복지 지출, 베트남 전쟁 비용 마련 등 정부 적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달러 가치는 절하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결국 1971년 닉슨 대통령은 의회의 허락도 없이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다시 달러본위제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이로 인해 온스당 35달러에 고정돼 있던 달러 가치는 유명무실화됐다. 이때부터 미국 달러화의 불행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러본위제 채택으로 미국은 원하는 돈을 원하는 만큼 찍어낼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금리와 물가는 모두 예전에 보지 못할 수준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1·2차 석유파동의 근본적 원인이 됐다.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가 중요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의 마운트워싱턴 호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971년 6%에서 1981년 초 14%까지 폭등세를 나타냈고 물가상승률도 1971년에는 5% 수준으로 안정적이었으나 1981년 초 14%를 넘어 실질금리는 거의 0 또는 마이너스 수준을 보였다. 이렇게 돈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하면서 금 가격은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최근 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고평가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2001년부터 시작된 랠리로 금 가격은 260달러에서 1530달러까지 490%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물의 경우 단순히 가격 상승률만 놓고 봐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실물의 경우 비교될 만한 화폐량의 증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한 실질적인 가치를 비교해야 한다.
1970년대 후반 금 가격이 고점을 기록할 당시 금융자산 대비 금 관련 자산의 비중은 110%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화폐량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에 금에 대한 투자 비중이 이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너도나도 금에 투자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 금융자산의 규모는 약 120조 달러 수준인 데 반해 금에 투자된 자산 규모는 약 4000억 달러로 그 비중이 0.5%도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금 가격 상승보다 금융자산 가치의 상승과 화폐 증가가 놀라운 속도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대 이후 지난 10년간 미국의 총통화(M2)는 4조5000억 달러에서 9조 달러로 증가했다. 놀라운 점은 중국의 경우 총통화(M2)는 1조5000억 달러에서 10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은행대출 규모는 미국보다 더 크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미국의 막대한 통화확장정책으로 현재 미국 달러의 구매력은 1920년을 100으로 했을 때 거의 대부분 잃어버린 상태다.
미국 달러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금 가격의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달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달러가 지니고 있는 부채가 엄청난 규모로 증가함에 따라 기축통화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1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미국의 GDP는 14조 달러 수준이지만 미국의 금융, 비금융, 정부, 가계 등의 총부채는 이미 60조 달러를 넘어섰다. GDP의 3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이는 의료보험과 사회보장비용 등이 제외된 것이어서 이들 비용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난다.
미국 국채의 위상 약화도 문제다. 1970년대 1·2차 석유파동으로 실물시장에서의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5.6%까지 치솟았다. 이후 점진적으로 안정세를 보인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앨런 그린스펀·벤 버냉키 의장의 연이은 통화확장정책을 배경으로 2008년 말 2.1%까지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지속된 통화팽창에도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강한 하방경직성을 가지면서 하락보다 상승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들의 통화 남발과 이로 인한 물가상승세 반전 그리고 역사상 최저치에 있는 저금리 상황이 반전될 경우 1970년대의 금값 랠리를 가져온 경제 상황과 유사하게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향후 금 가격의 상승 추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확대되고 있는 금 가격 변동성 금의 역사적 가격 변동성은 15%로 여타 금융자산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실물거래의 경우 미래 가격 변화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헤지(Hedge) 거래라는 것이 도입됐다. 과거에는 선물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이 부분에서 단순한 헤지 거래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물시장 규모가 매우 팽창해 선물거래에 대한 단순한 헤지거래뿐 아니라 투기적(Speculation) 거래가 급격히 증가해 가격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과거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투기적 거래의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2000년 이후부터 시작된 지속적인 달러 약세를 배경으로 투기적 자금들이 상품시장으로 유입되면서 투기적 거래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의 경우도 과거와 달리 투기적 거래의 규모가 2000년 이후 큰 폭으로 늘어나 투기자금의 유출입에 따라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또 금의 경우 투자규모가 작아 주요 투자금액의 변화에 따라 가격변동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세계적 투자전략가인 마크 파버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금에 대해 투자할 것을 권고하면서도 미국의 양적완화로 현대의 위험자산시장은 언제든지 20~30%의 변동성이 일어날 수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늘 분산된 투자를 통한 자산배분 차원의 접근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적완화가 주는 교훈은? 현재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양적완화가 주는 교훈은 한길로 통한다. 통화량 증가는 늘 물가상승을 일으켰고 이는 화폐가치의 폭락과 해당 화폐로 표시되는 다른 자산가치는 폭등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과거 로마의 경우를 보면 기원전 27년 아우구스투스의 로마제국 최초 통치자 즉위 기념과 로마제국의 영원함을 위해 새로운 화폐인 은화 데나리우스가 제작됐다. 데나리우스에는 ‘영원’을 의미하는 ‘AETERNITAS’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로마제국의 영원을 위해 새긴 의미 있는 표시였다고 볼 수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영원이라 새겨놓은 로마의 은화인 데나리우스로 인해 로마 제국은 멸망했다.
로마의 통치자들은 로마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군사적·경제적 지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화폐가 필요했고,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자국통화의 가치가 끝없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최후를 피할 수 없게 된 원인으로 남았다.
AD 301년, 밀 한 단위당 가격은 100데나리우스에 불과했으나 50년 뒤 50만 데나리우스로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폭등했다. 이러한 일련의 인플레이션이 궁극적으로 로마제국을 멸망시킨 주요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가깝게는 20세기 세계 경제에서도 화폐 남발로 인해 비슷한 사례가 많이 나타났다. 1920년대 독일, 1980년대 중반 필리핀, 1989년 아르헨티나, 1990년대 브라질 그리고 2009년 짐바브웨 등에서도 엄청난 통화 발행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폭락하면서 물가는 폭등세를 보였다. 그로 인해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똑같이 나타났다. 문제는 심한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금 투자 방법 금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긍정적으로 평가됨에도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아직까지는 금에 대한 투자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대표적인 금 투자방법으로 아래와 같다.
실물 매입
환율 변동 리스크를 피하고 실물자산 가격을 정확하게 추종하기 위해서는 실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자기가 원하는 만큼 금을 실물로 매입해야 하고 목돈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어 소액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금을 소량단위로 구매 보관할 수 있지만 보관비용이 들어간다. 또한 매입과 동시에 부가가치세를 10% 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 비용에 대한 부담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금 채굴기업에 직접투자
실물 매입 다음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 금을 채굴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금을 채굴하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고 해외 금 채굴회사에 투자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금 관련 주식형펀드에 투자
금 관련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해외주식형 펀드의 경우 해외 펀드 비과세 조치가 종료되고 금 가격 변동뿐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감안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 금 관련 기업의 경우 실질적인 금 가격과 상관없이 상승 및 하락 변화가 심해 이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 및 금 예금
현재 국내 증시에 2개의 금 관련 ETF가 상장돼 투자하기가 편해졌다. 반면 하나는 환노출, 다른 하나는 환헤지로 거래가 되고 있어 실제적인 금 가격 상승분을 정확히 쫓아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또 투자자가 환율변동을 예측해 투자해야 한다는 점, 아직까지 거래량이 많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 등이 있다. 한편 금 예금은 환율변동에 따른 환헤지를 그때그때 진행해야 하는 단점이 있고 그동안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었던 혜택이 사라졌다.
※역사 부분은 다음 두 권의 책을 참고했다. '글로벌라이징 캐피탈',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 '골드(GOLD)', 네이던 루이스 지음.
[배성진 /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펀드리서치팀 연구위원 sj.bae@hdsrc.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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