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고환율·고물가’ 3高시대 투자법] 끝 모를 약세장 증시…환율 달러당 1500원 가나

    입력 : 2022.09.30 16:58:42

  • 지난 8월 말 잭슨홀 미팅 이후 미국 증시가 급락했을 때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국내외 증시가 지난 6월 저점을 뚫고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에 대한 굳은 믿음이었다. 6월의 증시 급락이 ‘급격한 긴축’과 ‘끝을 모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심’의 조합이었다면 9월 초순 증시의 하락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것이란 안도감이 조금은 더해졌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9월 13일(현지시간) 발표된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세계 증시를 다시 인플레이션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다. 전년 동기 대비 8.1% 상승했을 것이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8.3%의 수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고질적이고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금리 수준은 기존 4%에서 4.5%로 상승했다. 이는 미국 증시가 지난 6월 저점도 뚫고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월의 투자환경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통화정책이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여전히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주식은 물론 채권 가격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같은 자산군 안에서도 지역·만기·섹터별로 수익률의 구분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비중을 축소하고, 채권에서는 한국 장기국채 및 투자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이다.

    9월 13일 뉴욕 증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고질적이고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진 연합뉴스>
    9월 13일 뉴욕 증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고질적이고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진 연합뉴스>
    달러당 원홧값도 하단을 더욱 열어놔야 하는 상황이 됐다. 9월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원홧값이 1400원 이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지만 9월 중순 현재에는 1450원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준영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 미국의 견조한 고용과 소비, 유럽의 부진과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에서 비롯된 엔화 약세, 한국 무역수지 악화 지속 등을 고려해보면 원·달러 환율은 추세적 강세 전환 시점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100달러보다 낮은 수준에서 당분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OPEC 감산 결정, 이란 핵협상 타결 등 공급 측면에서 유가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 있으나 유가의 방향 자체를 결정할 요인은 아니다”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또는 종전 없이도 원유 시장의 공급망은 서서히 재편되며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폭락이 예견되는 것은 아니다. 누적된 소비여력과 리오프닝 효과, 겨울철 난방비 수요로 인해 원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 J커브 효과’ 누릴 업종 찾아야 고환율·고물가·저성장 3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증시에서 10월에는 큰 수익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높은 환율(낮은 달러당 원홧값)로 인해 오는 4분기부터 수혜를 볼 수 있는 주식이나 이익 전망이 높아지는 주식은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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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달러당 원홧값이 1300원대 후반으로까지 떨어지면서 오는 10월부터 환율의 ‘J커브 효과’가 나타나고, 이에 따라 수출이 증가하면서 수출주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J커브 효과란 원홧값 하락기 초반에 무역수지가 나빠지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들이 처음에는 제품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수 없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가면서 판매액이 감소하지만 생산량이 충분히 올라가고 나면 판매액이 다시 상승하는 것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05년 이후 달러당 원홧값과 코스피의 움직임을 분석해 수리적으로 올해 4분기 초부터 J커브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통상 J커브 효과는 달러당 원홧값이 떨어진 뒤 6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나타난다”며 “지난 4월 이후 원홧값 하락세가 본격화했음을 감안하면 4분기 초부터 기업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이 낮아진 요즘, 값이 싸진 한국 물품은 매력을 더할 수 있다”며 “특히 저평가된 수출주는 그 매력이 배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출 호조를 보이는 섹터는 최근 발표된 수출 지표에서 찾을 수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7월 평균 수출 물가와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품목으로는 2차전지, 농기계, 전력 기기, 의료 기기, 자동차, 타이어 등이 있다.

    2차전지 밸류체인 내에서 저평가된 기업으로는 LG화학이 꼽힌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양극재 부문 가치가 저평가돼 있으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공격적으로 미국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하반기 배터리 부문의 실적 개선과 높은 정제마진 수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서머랠리’가 시작된 지난 7월 1일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3이었는데, 지난달 8일에는 5.4에 불과해 주가도 매력적인 수준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전체 매출 중 44%가 북미 지역에서 나오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7월 1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PER는 51.2였는데, 지난 9월 8일에는 50.9로 이보다 낮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6으로 7월 1일(4.5)과 유사한 수준이다.

    수출 호조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품목 중 맨 앞자리에 ‘2차전지’가 꼽혔다. <사진 연합뉴스>
    수출 호조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품목 중 맨 앞자리에 ‘2차전지’가 꼽혔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점차 하향되고 있는 가운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들에 주가 상승 모멘텀이 집중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018년과 2019년 국내 증시 실적은 역성장했는데 이때 실적주들의 이익 모멘텀은 더욱 강했다”며 “실적의 희소성이 부각됐을 때 미래의 이익이 선반영되는 경향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실적 상향이 나타날 유일한 업종으로 조선과 방산을 제시했으며 최근(8월 하순 기준) 실적이 상향되고 있는 섹터로는 항공, 섬유·의복, 상사, 에너지 등을 꼽았다. 또 상광벤드, GKL, 파라다이스, 아시아나항공, 현대에너지솔루션, 현대중공업, HSD엔진 등 기업이 실적 향상 정도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서학개미 배당주 관심 가질 만 10월처럼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기에 미국 주식에서는 배당주가 적절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당은 실적에 대한 기업의 자신감을 나타낼 뿐더러 꾸준히 배당을 지급한 기업은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수익률이 높아져 투자 매력도가 올라가므로 주가 방어 효과도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8월 CPI 발표 이후 하단이 지난 6월 전고점을 뚫고 내려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미국 증시 투자에서는 배당주 투자가 더욱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세 분기째 이어지는 미국 증시 하락장에 지친 서학개미들은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려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8월 15일~9월 14일)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퀴티 ETF(SCHD)’를 2002만6609달러어치 순매수했다. 국내에서 개인이 8번째로 많이 매수한 개별 주식 및 ETF에 등극했다. SCHD는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미국 주식에 하반기 들어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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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HD는 미국 금융 기업 찰스슈와브가 출시한 ETF다. 10년 이상 배당 지급 이력이 있는 미국 기업들을 시가총액 비중만큼 편입하고 있다(개별 주식 편입 한도 4%). 특히 리츠를 편입하고 있지 않아 최근 투자자들에게 더 큰 관심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리츠주는 대표적인 배당주이지만 최근 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

    SCHD는 배당뿐 아니라 채무 대비 현금흐름,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고려해 편입 기업을 정한다. 펩시코·텍사스인스트루먼트·시스코시스템즈·홈디포·코카콜라·머크·암젠·브로드컴·IBM·화이자가 편입 상위 10개 기업이며 이들 기업을 약 4%씩 편입하고 있다. SCHD는 올해 들어 9월 13일(현지시간)까지 11%대 주가가 하락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하락 폭인 18%에 비해 낮다. 지난해 기준 SCHD의 배당수익률은 3.39%였다.

    서학개미들은 9월 ‘JP모건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 ET F(JEPI)’ 매수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개인투자자의 JEPI 순매수 규모는 2116만6716달러로 순매수 상위 7위에 등극했다. JEPI는 미국 금융 기업 JP모건이 출시한 ETF로 미국 대형주와 주가연계채권(ELN)을 편입하고 있다. 위험 대비 수익률과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등을 고려해 주식을 선별한 뒤 변동성이 작은 주식을 다시 추려낸다. 이 ETF는 S&P500과 유사한 수익률을 더 작은 변동성으로 추종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JEPI는 프로그레시브 손해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 허쉬, 코카콜라 등을 각각 2%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다. JEPI의 연중 수익률은 -13%로 역시 S&P500보다 낮다. 지난해 기준 JEPI의 배당수익률은 10.32%였다. 또 매월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장점도 갖고 있는 ETF다. JEPI처럼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ETF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글로벌X 나스닥100 커버드콜 ETF(QYLD)’가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QYLD의 월평균 거래액은 지난해 53억원에서 올해(8월 30일 기준) 70억원으로 증가했다. QYLD는 커버드콜 전략으로 하락장에서 수익을 방어하면서 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ETF다. 주식과 함께 해당 주식에 대한 콜옵션(사전에 약속한 금액에 살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커버드콜 ETF’는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자자에게 유리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가다. 주가가 소폭 오르면 콜옵션을 매수한 사람이 옵션을 행사할 것이므로 수익률은 낮아진다. 주식이 오른 만큼의 온전한 수익률을 누리지 못하고 약정한 금액만큼의 상승분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가 하락할 때도 손실 폭은 줄어든다. 주가가 떨어짐으로써 손해를 봤지만 콜옵션을 팔면서 받은 돈으로 손해를 일부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인선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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