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고환율·고물가’ 3高 시대 투자법] 맥 못추는 금 비트코인…상승 모멘텀 안보여
입력 : 2022.09.30 16:26:01
-
자산 시장이 시계제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 기조에 주요 투자 자산들이 추풍낙엽처럼 추락하면서 좀체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p 인상, 3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 인상)을 밟자 시장은 또다시 충격에 휘청였다. 특히 “물가를 잡기 전에 금리는 내리지 않는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천명에 자산 시장 시장을 둘러싼 비관론의 색채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는 것도 자산 시장 참여자들을 더욱 암울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악재가 더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묻혀 잘 부각되지 않는 양적축소(QT)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푼 돈은 그동안 각종 자산 시장을 뒷받침하던 동력이었다. 이것을 다시 회수한다는 것은 현재의 추락하는 자산 시장 상황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래저래 자산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들뿐이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9월 연준의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 이후 1400원 바로 밑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곧바로 1400원대에 진입해 버렸다. 이 같은 환율 수준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여기가 천장이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올 연말 1500원대 원달러 환율 진입도 가능하다고 보는 이들도 꽤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전고점은 1570원이었다.
현재 킹달러는 다른 자산들과 달리 이같은 움직임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에 속하는데, 다만 시기 측면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너무 상승 폭이 가팔라 수익률을 추구하기보다는 리스크를 고려하는 것이 더 안전한 투자 전략이기 때문이다. 킹달러 초기라 해도 올라갈 수 있는 폭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 참여자들도 경계심을 보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을 보면 줄어드는 추세다. 7월 526억7000만달러였던 것이 9월 519억달러로 줄어들었다. 달러예금 감소 원인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회수, 기업 수입 결제대금 인출 등이지만 차익 실현도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 가치의 상승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의 기준도 바꾸고 있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지러울 때 각광을 받았던 금의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금리 인상으로 강달러가 지속되자 금값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져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악화 등으로 보통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이에 대한 헤지의 방법으로 금을 샀지만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주변 환경도 금값의 이상행보에 일조하고 있는데 강달러 기조를 유지하는 데 기름을 붓는 격이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예상되는 올겨울 에너지 대란 등은 달러 수요를 계속 자극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가 하락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현재와 같은 금리 인상 시기에는 금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수익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것들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가 바뀌지 않는 이상 금값 반등은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금값이 4분기에도 하락해 평균 1650달러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표상으로 금값은 특별한 반등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 투자정보업체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저항선 역할을 했던 1700달러대가 깨졌다. 이는 하단이 열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1440~1560달러대까지는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뿐만 아니라 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발발 당시 은이 금보다 더 좋은 투자수익률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팽배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값 하락에 따라 은도 우하향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도 가격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던 18달러대가 깨져 당분간 힘겨운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 가격은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상승세를 탔지만 이후 6개월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 저점 확인 더 기다려야 가상자산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은 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변동성이 여느 자산들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6만8990달러를 찍은 후 계속 추락하다가 올 6월 1만7600달러를 저점으로 박스권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비트코인은 6월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때마다 다른 자산들에 비해 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2만달러 선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현재 2만달러대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9월 FOMC 이후 비트코인은 또다시 2만달러대가 무너지며 6월 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과연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역시 비관론이 더 힘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애초 탈중앙화를 외치며 시장에 등장했지만 갈수록 중앙화된 제도권 금융 시장과 밀접도가 더 커지고 있어,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면 비트코인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헤지펀드 비트불캐피털의 조 디파스퀘일 매니저는 “연준이 매파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시장은 다시 저점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플레이션 지표가 개선되기 전까지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수석 전략가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중단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식 등의 가치가 더 추락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비트코인을 둘러싼 호의적 환경을 찾아볼 수 없다. 가상자산 규제 이슈는 여전히 진행되고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되는 반감기도 아직 2년이나 남았다.
연방준비제도의 고강도 긴축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의 하락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변동성 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 최근 ‘머지 업그레이드’를 성공시킨 이더리움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대상인 증권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어 암호화폐 시장의 또 다른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규제 대상이 되면 미 금융 당국의 엄격한 관리에 놓이게 되지만 그만큼 시장의 자율성은 사라지게 된다. 애초 가상자산의 탈중앙화라는 탄생 목적과 대치되는 것이다. 현재 리플이 증권 분류 여부를 놓고 SEC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6월 저점이 무너진다면 1만달러대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1만달러대는 3차 반감기 이후 급등했던 비트코인의 출발 지점이다. 1만달러대까지 추락하면 심리적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 분석가인 하는 스콧 레들러는 “1만7600달러를 유지하지 못하면 결국 1만달러까지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가격 역시 현재 바닥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가격차트 제공업체인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이더리움의 전 저점은 890달러대로 올 6월 기록된 가격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달러대까지 추락하면 이더리움 역시 이 가격 밑으로 갈 확률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물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장기적’ 전망을 좋게 보는 이들도 꽤 상당하다. 이들은 여전히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10만달러, 우리 돈 1억원이 넘는 가격을 비트코인이 찍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자 아빠’로 유명한 비트코인 낙관론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비트코인은 앞으로 더 중요한 가치저장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한 가상자산 시장 관계자는 “앞으로 다음 반감기까지 2년 혹독한 추위를 감내해야 될지도 모르지만 시장 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일희일비하기보다 저점 분할 매수를 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기차 산업은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섰지만 그 열기에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광물가격정보업체 BMI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리튬염을 정제한 탄산리튬이 1t당 7만1000달러(약 99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4배나 높은 금액이다.
광물 상태로 채취된 리튬이 배터리에 쓰이기 위해선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으로 정제돼야 하는데, 중국은 정제 리튬의 최대 공급원이다.
리튬 자체 가격도 오르고 있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리튬 선물 가격도 현재 연초 대비 2배나 뛴 상태다.
다만 니켈 구리 등 역시 전기차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다른 원자재들은 가격이 많이 빠진 상태다. 니켈은 올 3월 1t당 4만2995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9월 2만4860대로 가격이 반토막이 나있다. 구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구리 선물의 최근 월물 가격은 3.47달러로 올 3월 5.04달러에 비해 많이 빠졌다. 그렇다고 너무 이들을 비관적인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 급락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인 볼리비아의 우유니 염호. <사진 연합뉴스>
니켈도 현재 글로벌 공급망 확보 경쟁이 치열한 원자재여서 향후 투자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기존 자동차의 매연 저감 장치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팔라듐의 경우는 다소 사정이 달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팔라듐 역시 고점 대비 가격이 많이 빠진 상태지만, 자동차 업계가 향후 생산 차량을 전기차로 대부분 가져가는 상황에서 팔라듐의 가격 회복 탄력성이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