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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튀기고 커피 내리고… 알바 대신 로봇 쓰니 구인난 ‘숨통’
입력 : 2022.09.30 14: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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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휴게소의 커피숍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밤샘 운전에 지친 운전자에게도 친절하게 카페인을 공급해주는 바리스타는 바로 로봇이다.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면 로봇 바리스타는 1분 남짓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여 커피를 창문 넘어 커피박스에 올려준다. 영수증의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창문이 열리고 고객의 손에 닿는다.
튀긴 정도나 양념의 양 등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치킨 맛이 때에 따라 다른 예도 있다. 인간이 아닌 로봇이라면 조금 다르다. 최근 로봇 치킨을 내세운 프랜차이즈가 인기다. 튀기는 전 과정을 로봇이 담당하는 1인 매장이 등장했다. 맛의 균질함이나 위생적인 측면, 그리고 착한 가격까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로봇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식당에서 로봇이 음식을 서빙하고 뒷정리를 돕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호텔 등에서 매장 안내 및 청소 기능을 갖춘 로봇이 각층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해졌다. 바리스타와 요리사를 대체한 무인 커피숍과 치킨집도 등장했다.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산업용 로봇 형태로 공장 생산 현장에서 도입됐던 로봇은 이제 물류, 요리, 서빙, 보안, 청소 등 다양한 형태로 각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베어로보틱스의 서빙로봇.
이는 실제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국내 음식점 및 주점업의 노동력 부족률은 5.9%(2021년 하반기)로 육상 운송업에 이어 서비스 업종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상승 등 인건비 증가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외식업계의 고충은 경영 실태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 문제는 경영상 애로사항 설문조사에서 주요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으며, 음식업종에서 타 업종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에 구인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로봇 시장에서 현재 약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 및 물류용 로봇은 2025년에 그 비중이 80%까지 확대되면서 향후 로봇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영역으로 전망된다”라며 “소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매칭되던 제조용 로봇 중심의 시장에서 서비스 로봇 분야로 로봇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로봇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주체들도 이전보다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교체 주기가 긴 반면 서비스 로봇의 경우 낮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다. 대당 1억원 이상을 상회하던 전통 산업용 로봇에 비해 2000만~3000만원 수준의 협동 로봇은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스마트 제조를 점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 효과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서빙 로봇의 경우 현재 배달의민족(딜리 플레이트), KT 등 다양한 기업에서 구매 프로그램과 렌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구매하면 서빙 로봇 한 대당 수천만원을 호가하지만, 렌털의 경우 월 60만원 수준으로 도입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의 월평균 소득이 6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아르바이트 고용과 유사한 비용으로 로봇 도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등에서 튀김 작업을 대신하는 로봇 팔은 월 100만~200만원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어 인력을 대체할 대안으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서빙 로봇이나 조리 로봇의 경우 투자비 회수 기간이 1~2년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서빙 로봇 임대 등 RaaS(Robot as a Service) 시장이 개화하고 있어 초기 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실시한 ‘소상공인 스마트 상점 기술 보급사업(최대 1500만원 지원)’과 같은 정부 지원 정책도 F&B 로봇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CES 2022에서 선보인 ‘삼성 봇 아이(Samsung Bot i)’와 ‘AI 아바타’, 가사 보조 로봇인 ‘삼성 봇 핸디(Samsung Bot Handy)’.
서빙 로봇은 식당 종업원이 태블릿PC에 테이블 번호만 입력하면 되는 간단한 구조이다. 이후 서빙 로봇이 자율주행 기술과 충돌 방지 기능, 로봇 간 통신 기능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람과 물체를 피해 목적 테이블까지 자율적으로 주행하여 음식을 전달하고 복귀한다. 최근에는 테이블 주문 시스템과 연동하는 솔루션도 상용화되었다. 조리 로봇은 일반적으로 협동 로봇을 활용한다. 협동 로봇의 팔(Arm)에 조리 도구를 결합하여 뒤집기, 흔들기, 돌리기 등 사람이 팔을 활용해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동작을 구사하여 조리하는 형태다.
미국에서는 로봇이 설치된 피자 푸드트럭(Zume Pizza)과 햄버거를 만드는 플리피 로봇(Miso Robotics), 샐러드 서빙 로봇(Chowbotics) 등 다양한 조리 로봇이 실제 적용되었고, 한국에서도 라운지랩의 바리스타 로봇과 아이스크림 로봇, 롸버트치킨의 치킨 로봇, 비트 코퍼레이션의 무인화 카페 비트박스 등 조리 영역에서의 로봇 활용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LG 클로이 가이드봇(LG CLOi GuideBot)이 서울 잠실 소재 롯데호텔 월드에서 고객들을 맞이한다.
한편 가사 분야에서도 로봇의 도입이 예고된다. 사실 가사 환경이 모두 다르고,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동작하기 위해 인간과의 상호작용 능력도 갖출 필요가 있어 가사 분야는 로봇이 도입되기 어려운 환경으로 꼽힌다. 이런 어려운 분야에 삼성전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CES 2022에서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으로 삼성 봇(가사 지원 로봇) 핸디와 아이(상호작용 로봇)를 공개했다. 핸디는 로봇 팔을 장착하고 각종 가사 일을 돕고, 아이는 사용자 곁에서 다양한 일을 지원하며 사용자와 떨어져 있을 때는 원격 기능(Telepresence)을 수행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 로봇이 등장하며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인 키오스크(KIOSK)의 국내 보급 속도와 유사한 양상을 띨 경우, 국내 서빙 로봇의 보급 대수는 지난해 약 3200대 수준으로 추산되고 2022년 5300대, 2023년 1만1000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다만, 로봇의 경우 까다로운 도입 조건(매장 레이아웃 등)과 도입 비용, 기술 수준 등으로 키오스크 대비 보급 속도는 조금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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