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하기 재테크] Part2 만기 짧은 예금 가입 후 갈아타기 전략
입력 : 2022.06.29 10:36:50
-
전 세계에 몰아치고 있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으로 가만히 있으면 돈이 녹는 시대가 됐다. 가장 안전한 재테크 수단인 은행 예금에 돈을 넣어놔도 실제로는 비싼 물가 때문에 예·적금 금리가 낮은 상품에 가입했다간 손실이 나는 셈이다.
지난 4월 기준 실질 예금금리는 연 -2.7%로 집계돼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5월 역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실질금리는 해당 월(4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국내 은행 1년 정기 예금금리의 가중 평균(연 2.1%)에서 같은 달 물가 상승률(4.8%)을 뺀 수치다. 은행 예금을 통해 돈을 1년간 불린 후에도 실질 구매력은 100에서 97.3으로 감소한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한국은행은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실질금리 하락 속도는 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예금 이자에 의지하면서 낮은 금리의 상품에 가입한 금융 소비자들은 지갑이 얇아지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금리 예·적금에 다시 돈이 몰리는 ‘역의 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유동성의 힘으로 주식 부동산 등 고위험 상품에 쏠렸던 막대한 돈이 금리 인상기를 맞아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으로 다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은행 예금이나 적금에 가입했다간 ‘바보’ 소리를 들었는데, 1년도 안 돼 상황이 역전됐다.
▶고금리 예·적금에 돈 몰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 정기예금은 지난 5월 말 679조7768억원의 잔액이 쌓였다. 이는 전월(4월 말) 대비 19조1369억원(2.9%), 지난해 말 대비 24조8408억원(3.79%) 늘어난 수치다. 정기적금도 마찬가지로 늘고 있다. 5월 말 5대 은행 합산으로 36조7597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월과 비교해서 8006억원(2.23%), 작년 말 대비 1조6590억원(4.73%)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에 돈이 몰리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다. 미국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고, 한국은행 역시 이 기조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해외로 돈이 빠져나갈까봐 금리를 따라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예·적금 금리를 올리기 때문에 이자 소득이 증가한다. 물론 대출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이를 방어할 금리 상품 가입이 절실한 것이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이 같은 금리 인상기를 기회 삼아 고객을 늘리려는 금융사의 주력 상품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케이뱅크가 ‘코드K자유적금’ 상품에 최대 연 5%(가입 기간 3년 기준)의 금리를 적용하자 이틀 만에 10만 고객이 몰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가입 기간에 따라 1년은 4.6%, 2년은 4.7%, 3년은 5%의 금리가 각각 적용된다. 금리가 높은 대신 ‘코드K자유적금’의 경우 가입금액이 월 최대 30만원으로 제한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시중은행에서도 고금리 상품이 속속 등장했다. 인플레이션이 5%대에 이르며 이 정도는 돼야 실질 소득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5%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농협은행의 ‘NH1934월복리적금’은 오픈뱅킹 도입에 맞춰 간편결제와 비대면 거래를 주로 이용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조건을 충족하기 쉬운 비대면 이체 거래 횟수를 기본 우대조건으로 부여하면서 MZ세대들이 선호하는 높은 우대금리와 금융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NH1934월복리적금은 청년들의 취·창업을 지원하는 상품으로 가입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4개월까지 가능하다. 월 1만원에서 50만원까지 자유롭게 입금이 가능하다. 금리는 12개월 가입 기준 기본금리 1.85%에 급여 실적, 개인사업자 계좌 실적, 비대면 채널 이체 실적, 마케팅 동의 등의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추가로 농업계고와 청년농부사관학교 졸업자의 경우 2.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더 받을 수 있어 1년 기준으로 5.35%까지 금리가 나오는데 시중은행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신규 가입한 날, 단 하루 가입할 수 있는 특별한 적금이라는 콘셉트다. 적금 만기 시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보유하고 있다면 금리가 두 배가 되는 상품이다.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의 6월 1일 기준 기본금리는 세전 연1.5%다. 여기에 적금 만기 시점에 본인 명의 하나은행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보유한 금융소비자는 기본금리만큼의 우대금리 1.5%가 더해져 최종 세전 연 3.0%의 금리가 제공되는 식이다.
또 6월 한 달간 가입 이벤트 진행 중으로 이벤트 기간 내 1년제 적금을 가입하고, 예금 만기 시점에 본인명의의 당행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우대금리 2.0%포인트가 추가 적용돼 최대 5.0%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가입 기간은 1년 또는 2년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기간과 상관없이 동일한 금리가 제공된다. 5만원 이상 20만원 이하의 금액을 정하여 매월 정액 적립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이 적금은 하나은행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신규 가입한 당일에 한해 개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1인 1계좌 가입이 가능하다. 영업점뿐만 아니라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을 통해서도 가입할 수 있다.
또 특별중도해지서비스도 제공된다. 주택청약 예치금이 부족한 금융소비자가 본인 명의의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납입할 목적으로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을 중도해지할 경우 중도해지금리가 아닌 가입일의 계약기간별 기본금리가 제공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호평이 나오고 있다.
토스뱅크는 수신상품 일원화 전략을 잠시 미루고 새로운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이 은행은 무조건 2%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식 상품으로 초기에 인기를 끌었다. 일단 은행 입장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과감한 금리 정책을 폈는데, 그새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며 2%대 금리로는 성이 차지 않는 상황이 됐다.
토스뱅크는 이에 따라 연 최고 3% 금리를 제공하는 ‘키워봐요 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6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정기적금으로 최초 가입금액과 일주일에 납입할 수 있는 이체 한도는 1000~20만원까지다. 이후 월 최대 1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는 1.0%로 매주 자동이체를 통해 납입할 경우 우대금리 2.0%가 적용돼 최대 3% 금리를 제공한다.
키워봐요 적금
NH저축은행의 ‘NH FIC 올바른지구 정기적금’도 최고 연 5%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금리 연 2.5%에 친환경 실천 서약서 작성 시 0.3%포인트, 마케팅 동의 시 0.2%포인트, FIC뱅크 체크카드 발급과 적금 신규일로부터 3개월 내 10만원 이상 결제 이용 시 2%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적금뿐만 아니라 예금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는데 만기가 짧은 예금이 인기다. 매일매일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사의 예금 상품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은 한꺼번에 돈을 맡기는 식이어서 적금보다 낮은 금리가 제공되지만 3%대 상품이 늘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고 연 3.30% 금리를 제공하는 ‘찾아쓰는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연 3.35%까지 끌어올리면서 맞불을 놨다. OK저축은행의 경우 하루만 맡겨도 연 2.5% 금리를 보장하는 ‘중도해지OK정기예금’ 특판을 진행 중이다.
은행 업계 관계자는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한도가 낮은 상품은 피하는 게 낫다”며 “만기가 짧은 예금에 가입 후 금리가 오르면 갈아타는 식으로 이자를 늘려가는 전략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문일호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