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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재테크] Part1 다시 쓰는 투자 전략… 투자 종목부터 확 줄여라
입력 : 2022.06.28 17: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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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재테크 성적표는 처참했다. 소위 ‘투자 좀 해봤다’는 사람들조차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오히려 주식이나 펀드, 가상화폐 어디에도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이 콧노래를 부르는 상황이 됐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소외감에 시달렸던 이들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투자할 곳은 은행 예·적금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편집자 주>
문제는 하반기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내년 연말까지 재테크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극단적 비관론이 아니라도, 언제든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상존해 있고 크레바스 같은 침체장에 빠지면 ‘백약이 무효’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추세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공급난발 인플레이션과 물가 급등, 이로 인한 자산침체까지 ‘죽음의 트라이앵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재테크 전략을 다시 정리했다.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현금 보유량을 늘리라는 조언을 강조했다.
달리오 회장의 발언은 지금은 현금이나 주식 대신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이지만, 국내 전문가들도 현금보유량을 평소보다 5% 이상 늘리라고 조언한다. 많게는 15% 이상 확대하기를 권한 전문가도 있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연구원은 “계속되는 금리 상승은 경제 주체들이 부채를 줄이도록 압박할 것이고, 이 과정은 자산 가격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이렇게 시장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면 좋은 자산들의 가격도 함께 하락하기에, 좋은 자산을 저가 매수할 기회가 왔다는 사실도 잊지 말라. 이때를 위한 여유자금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본부장은 “물론 지금 현금 보유를 최대한 늘리고 바닥에서 다시 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최적의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면서 “결과적으로 보면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것이 나았다’는 경험이 많기 때문에 현금 보유를 무작정 늘리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황 본부장이 추천하는 현금 보유 비율은 15~ 20% 수준이었다.
‘경제적 해자’라고 부르는 비교우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고르되 지수 인덱스 비중을 해당 종목 투자금의 2배 이상 같이 가져가라는 전문가도 있었다. 한 시중은행 PB는 “자산가들이 포트폴리오에 채권을 가져가는 것처럼, 개인투자자라면 S&P500 인덱스 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하면서 ‘안전판’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목표 수익을 낮추고 이익이 날 때마다 과감하게 바로 실현하는 것도 필요한 시기다. 방망이를 짧게 잡으라는 이야기다. 모 증권사 펀드 매니저는 “개인적으로 투자 목표를 확 낮췄다. ‘은행이자보다 1%만 더 벌자’는 마음으로 장을 열고, 보유기간도 확 줄였다. 지금 같은 장에서는 덜 벌어도 이게 제일 마음 편하다”고 귀띔했다.
▶목표 수익률 낮춰야 지금이 주식을 조금씩 모아갈 적기라는 의견도 있었다. 망하지 않을 우량주를 골라 시장의 부침에 연연하지 말고 소액 적립식으로 투자하라는 의미다. 이 조언은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달러와 엔화, 비트코인 등 모든 자산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단 적립식 투자라도 레버리지나 인버스는 추천하지 않는다. 워낙 변동성이 큰 장이어서, 어느 쪽에 걸든 돈을 잃기 쉽고 상품 특성상 원금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달러나 엔화 투자는 여러모로 적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달러당 원홧값이 1290.50원을 찍었던 5월께 달러예금을 해지하고 엔화예금으로 갈아탄 일부 수요가 포착됐지만, PB 업계에 따르면 자산가들이 달러나 엔화 투자를 적극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역외펀드나 브라질 국채 등에는 관심이 높은 편이었다. 달러와 엔화는 유학자금이나 여행경비 등 필요한 시기와 금액에 따라 환전하되, 여러 번에 걸쳐 나눠서 하도록 한다.
달러당 원홧값이 1250~1300원을 오르내리고 있는 데다, 엔화 약세도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큰 금액이 아니라면 등락 폭보다 환전 수수료를 아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양도세 상담’이라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현기증 나는 변동성에 직접 투자가 꺼려진다면 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형리 NH농협은행 NHAII100자문센터 팀장은 “펀드투자 수요가 있는 고객들에게는 전 세계 상장지수에 분산투자해 안정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EMP(ETF Managed Port folio) 펀드를 추천하고 있다”며 “현재 주식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투자자가 과도한 변동성을 회피하고 낮게나마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MP펀드란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로, 이중으로 분산투자를 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채권 투자도 채권형 ETF를 활용하면 접근성이 낮아진다.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 TIGER 단기채권액티브, TIGER 단기통안채, KB STAR 국채선물5년추종 등 자금 유입 상위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KOFR금리’는 초단기 채권으로 이해하면 된다. 전문가 중에서는 요즘 시장상황을 감안해 단기채권보다 중장기채권을 추천한다는 이들이 많았다.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와 청년층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 정책 효과도 주목된다. 당장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상한이 지역, 주택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된다. 현재 4억원인 대출한도도 6억원으로 늘어난다. DSR 산정에 적용할 수 있는 장래소득 산정 방식도 3분기부터 바뀌는데, 이를 적용하면 대출한도가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관건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차법 보완 대책과 분양가상한제 개편 방안 등 윤석열 정부 부동산 대책이 줄줄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하반기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라면 일부 물량을 정리할 기회이고,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실수요자에게는 시장에 진입할 길이 새로 열렸기 때문에 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금리 인상으로 저렴해진 채권 투자에 눈 뜰 시점”
“요즘처럼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시기에는 재테크 전략도 달라져야 합니다. 공이 날아오는 속도가 빠르고, 방향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방망이를 짧게 잡고 민첩하게 대응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금융상품별 투자 포인트를 짚어주며 이같이 말했다. 가장 주목할 포인트는 ‘채권 투자’다. 정 부센터장은 “앞으로도 금리가 계속 오르겠지만, 시중금리 인상으로 지금은 저렴해진 채권 투자에 눈을 뜰 시점이다. 단기채보다는 중장기채로 접근하기를 권한다”고 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소장
미국 연준과 한은이 잇달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금에 가입한다면 1년 정기예금보다 3개월 단위로 짧게 만기를 가져가면서 재예치해야 한다. 대출이자 부담도 덩달아 커지는 만큼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대출을 상환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달러당 원홧값과 엔화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정 부센터장은 달러나 엔화가 필요하다면 그 금액만 세 번에 나눠서 매입하라고 추천했다. 그는 “최근 3개월 이내 달러당 원화 가격 최고점이 1211.50원임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1200원이 깨질 확률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 “예를 들어 1250원, 1240원, 1230원 이런 식으로 10원 정도 간격을 두고 환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신찬옥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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