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연기관 뛰어넘은 전기車 신기술 10
입력 : 2022.04.18 10:06:50
-
전기차는 새롭다. 새롭기에 낯설지만, 그래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기차라는 점 자체만으로 관심을 끈다. 이런 흐름을 증폭하는 요소도 있다. 전기차에서 볼 수 있는 신기술이다. 전기차를 더욱 탐스럽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신기술, 딱 10개를 꼽았다.
시대의 흐름이다. 내연기관이 주도하던 자동차 시장은 저물어가는 중이다. 전기차는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가, 화석연료 대신 전기 품은 배터리가 동력원을 대체한다. 전기차는 자동차가 태동할 때 이미 존재했다지만, 그때 살지 않은 우리로선 지금 이 변화가 새로울 뿐이다. 전기차는 과거가 아닌 미래의 개념으로 자리매김했다. 낯설고 생경하니 미래의 탈것으로 다가온다. 전기차는 전기모터로 구동하기에 주행 질감이 다르다. 엔진이 돌지 않기에 고요한 실내도 신선하다. 새로운 파워트레인에, 새로운 감각까지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내세우기에 적절하다. 각 브랜드 역시 전기차를 선보이며 미래 이미지를 추구한다.
전기 파워트레인뿐 아니라 전에 없던 기술을 적용하는 이유다. 더 새롭게 보이는 데 효과적이니까. 전기 파워트레인 특성에 따른 신기술만이 아니다. 차세대 자동차로서 미래상을 전하는 기술도 꽤 있다. 전기차를 더욱 새롭게 하는 신기술들이다. 전기차는 미래 자동차 기술의 전시장 역할도 하는 셈이다. 여러모로 새롭다.
제네시스 ‘GV60’
각각 차량에 접속하면 운전자 프로필을 인식해 개인 설정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시트 위치라든지, 실내 온도라든지. 부부가 한 차를 운전할 때 매번 설정을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자동차가 더 똑똑해지는 과정에서 생체 인식 기술이 어떤 쓰임새를 보일지 기대하게 한다. 페이스 커넥트의 핵심은, 미래를 얘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딥러닝 기술이다. 차량 B필러에 있는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하면 프로필 정보와 대조해 판단한다. 당연히 다양한 환경에서 잘 인식하도록 고려했다. 안면 인식과 지문 인식 두 가지로 나눠 차량과 ‘접속’하게 한 이유는 보안 때문이다. 차량을 실제 움직이게 하려면 두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하니까. 페이스 커넥트 덕분에 전기차에 탑승하기 전부터 신선할 수 있다.
BMW ‘iX’ 스피커 내장 시트 BMW ‘iX’
BMW의 ‘iX’가 그 지점을 공략한다. iX는 ‘4D 오디오 시스템’을 자랑한다. 4D 오디오 시스템의 핵심은 시트에 장착한 스피커다. 시트 헤드레스트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리듬에 따라 진동도 전해진다. 청각은 기본, 촉각까지 자극하는 음향 시스템을 선보인 셈이다. iX만의 새로운 실내는 특별한 공간으로 다가온다. 전기차를 새롭게 보이게 하는 데 발상의 제한은 없다. 덕분에 스피커를 장착한 시트도 나왔다.
제네시스 ‘GV60’의 크리스털 스피어
제네시스는 자사 첫 전기차인 ‘GV60’를 선보이며 기어노브를 새롭게 빚었다. 상상력을 십분 발휘해 아예 움직이는 장식품 역할까지 부여했다. GV60의 기어노브는 ‘크리스털 스피어’라고 명명한 독특한 형태다. 시동을 켜면 반구형 크리스털 장식이 휘릭, 회전해 기어 다이얼을 드러낸다. 다이얼 형태의 기어노브는 몇몇 브랜드가 적용하긴 했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회전하는 형태는 처음이다. 게다가 참신한 발상으로 장식 영역까지 확장했다. 성능에 영향을 주는 신기술은 아니더라도, 신선한 감흥을 선사한다. 전기차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하는 반응. 크리스털 스피어가 노리는 딱 그 지점이다.
2단 변속기를 장착한 포르쉐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포르쉐는 스포츠카 브랜드답게 이 약점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전기차용 2단 변속기를 만들어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에 적용했다. 1단은 여느 전기차처럼 최대토크의 가속력을 담당한다. 2단은 최고속도를 내고 전기모터 효율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포르쉐의 전기차용 2단 변속기는 같은 그룹 식구인 아우디에도 쓰인다. 아우디의 고성능 전기 그란 투리스모 ‘e-트론 GT’에도 2단 변속기가 적용됐다. 타이칸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덕분이다. 전기차용 변속기의 발전사는 이제 시작이다.
아우디 ‘e-트론’ GT
‘GV60’은 운전 재미를 강조하는 요소로 ‘부스트 버튼’을 적용했다. 퍼포먼스 트림 전용이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10초 동안 489마력을 뿜어낸다. 보통 때는 426마력을 발휘하니 63마력이 더 높아진다. 일순간 차량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된 출력을 만끽할 수 있다. 부스트 버튼을 누르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등이 시트에 착 붙는 펀치력을 맛볼 수 있다. 확실히 느낌이 달라진다. 전기차는 전력 관리 문제로 고출력을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단점이자 한계다.
하지만 특별한 버튼을 만들어 재미요소를 가미했다. 이름도 부스트 버튼 아닌가. 자동차 관련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어떻게 포장하느냐의 차이지만, 따로 기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느낌이 다르다. 이런 색다른 시선이 전기차를 신선한 탈것으로 보이게 한다.
BMW의 전기차 사운드를 조율 중인 한스 짐머
차에서 전자제품을 충전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야외 활동이 잦으면 의외로 쓸모 있다. 소소한 편의 이상의 가치도 있다. 자연재해로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 움직이는 배터리로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V2L의 개념은 전자제품 충전을 넘어 V2H(Vehicle to Home)로 확장할 수도 있다. 즉 전기차를 통해 집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효율이 높아지는 미래까지 염두에 두면 유용한 기술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
이 기술, 이젠 나올 때가 됐다 싶었는데 전기차에서 처음 구현됐다. 최초로 적용한 모델은 아우디 ‘e-트론’. 아우디의 첫 전기차인 만큼 새로운 기술로 시선 잡아끄는 요소가 필요했다. 이름도 근사한 ‘버추얼미러’다. 사이드미러 역할을 카메라가 대신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일단 차량 좌우 폭이 줄어들었다. 카메라가 문에 딱 붙는 형태는 아니지만, 기존 사이드미러보다 짧다.
게다가 시인성이 높아졌다. 비가 오거나 어두울 때도 영향을 덜 받는다. 대신 도어트림에 장착한 디스플레이로 후측방을 보여주기에 보는 위치가 달라졌다. 보다 안쪽이긴 한데 다소 낮다. 시선을 밖으로 더 빼지 않아서 좋지만, 반면에 시선을 더 아래로 옮겨야 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금세 적응할 수 있다.
아우디 ‘e-트론’의 버추얼미러
전기차 시대를 맞아 아우디는 다시 한 번 솜씨를 발휘했다. 아우디의 콤팩트 전기 SUV인 ‘Q4 e-트론’에 ‘주간 라이트 시그니처’라는 신개념을 적용했다. 주간주행등 그래픽이 바뀌는 헤드라이트다. 몇 가지 설정 중에 운전자가 기분 따라 주간주행등 그래픽을 고를 수 있다. 주간주행등 그래픽은 눈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각기 다른 느낌으로 인상에 변화를 준다는 뜻이다. 앞으로 아우디 라인업에 다 적용하겠지만, 일단 신형 전기차에서 첫선을 보였다.
아우디 ‘Q4 e-트론’의 주간 라이트 시그니처 아우디 ‘e-사운드’
이 전기차 사운드에 공들인 브랜드는 BMW와 아우디다. BMW는 영화음악 거장 한스 짐머에게 작곡까지 요청했다. 그렇게 탄생한 사운드가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이다. 전기모터 같으면서도 전자 오케스트라의 협주 같은 웅장함까지 느껴진다. BMW는 새로운 전기차 ‘iX’에 이 사운드를 적용했다. 가속페달 반응에 따라 사운드의 질감도 달라진다. 섬세하고 정교한 설정이다. 덕분에 iX의 사운드는 실감 난다. 아우디 역시 ‘e-사운드’라는 고유한 전기차 사운드를 완성했다. 악기부터 모형 헬리콥터까지 참고한 소리도 방대하다. 아우디 e-사운드 역시 가속페달 반응에 따라 음색이 달라진다. 두 브랜드의 전기차 사운드는 음색도 좋지만 반응성이 뛰어나다. 전기차 사운드의 관건은 반응성이다. 운전한다는 느낌을 실감 나게 전해야 하니까. 앞으로 ‘소리 좋은 전기차’라는 말이 생길지 모른다.
아우디 ‘e-트론’
하지만 회생제동은 모터의 저항을 이용하기에 주행 질감에 영향을 미친다. 가속페달을 떼면 곧바로 속도가 줄어드니 주행할 때 어색하다. 따라서 브랜드마다 회생제동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따로 장치를 마련한다. 효율과 승차감 사이에서 운전자가 선택하라는 뜻이다. 회생제동의 효율을 살리면서 이질감을 줄이는 기술도 등장했다. 아우디가 ‘e-트론’에 적용한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시스템이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최대 0.3g의 감속 범위에서는 회생제동으로만 제동한다. 그러니까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브레이크를 사용해 이질감이 없으면서, 알고 보면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해 효율을 높였다. 일상 영역에서 0.3g 이상으로 감속할 일은 거의 없다고. 즉 브레이크 패드 교체 주기도 비약적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김종훈 자동차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9호 (2022년 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