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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새해 증시는 ‘인플레·오미크론·중국’이 리스크… 뛰어넘을 전략은
입력 : 2021.12.31 1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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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공포와 각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긴축재정기조,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겹치며 신흥국 증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2월 20일 코스피지수는 1.81% 떨어진 2963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1.07% 내린 990.51에 장을 마감하며 1000선을 밑돌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미크론 대응 연설이 예고되고 유럽 국가들의 봉쇄정책이 이어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증시 약세의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먼저 각국의 긴축재정 기조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긴축 통화정책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전 세계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 가속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폭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내걸었던 영미 국가를 중심으로 오미크론 확산세가 더 커지며 시장의 불안심리가 확대됐다. 중국의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이날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장 기대를 넘어서는 폭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러시는 이미 시작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2월 17일 기준금리를 8.5%로 종전 대비 1% 인상했다. 지난 3월 이후 총 7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러시아의 금리는 2021년 초 4.25%에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럼에도 아직 물가상승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말 7.4%에서 지난 12월 13일 기준 8.1%로 높아졌다. 연말이면 8.4%에 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도 지난 12월 16일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종전 0.1%에서 0.25%로 3년여 만에 인상했다. 이와 함께 2022년 3월 팬데믹 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함께 진행하며 긴축정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같은 날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렸다. 이들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고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서방 선진국들 중 가장 먼저 긴축으로 돌아섰다.
신흥국들은 이러한 선진국들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종전 5%에서 5.5%로 높였다. 2021년 들어서만 다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이었다. 지난 11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화해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인 7.37%를 기록한 데 따른 결정이다. 브라질 역시 지난 12월 8일 기준금리를 1.5%p 인상해 9.25%까지 끌어올렸다. 브라질은 2021년 들어서 7번째 인상이었다. 선진국보다 식품 및 에너지와 같은 필수품에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지출하는 신흥국은 그만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서둘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만약 코로나19의 위해가 2022년에도 지속될 경우 공급망 차질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어 금리 인상 압박은 지속될 우려가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2월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방역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칠레에서도 화폐가치 평가 절하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좌파 대통령이 당선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며 화폐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달러화 대비 페소화 환율은 지난 12월 20일 하루에만 840페소 수준에서 870페소대로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신흥국 주식시장은 통화 평가절하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목적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시장 안의 대장주들은 대개 경화(달러를 비롯한 기축통화) 매출이 많아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리라화 환율의 고변동성으로 인해 터키 증시는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흥국은 선진국들의 긴축정책으로 인해 2022년 한 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은 기준금리를 0.05%포인트 내렸다. 터키와 같이 확장기조를 내보인 것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20개월 만에 인하했다. 중국이 금리를 끌어내리면서 시장에선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그만큼 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의 금리 인하는 통상 증시에 부정적”이라며 “이날 중국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 역시 경기불안 심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금리 인하 폭도 0.05%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리스 슈로더자산운용 이머징마켓 수석 이노코미스트(David Rees, Senior EM Economist)는 “2021년 하반기에 시작된 중국 경제의 급격한 둔화 추세는 2022년까지 이어져 GDP 성장률도 낮게 유지될 것”이라며 “2021년 7.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GDP 성장률은 2022년에 4.7%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무관용 원칙은 여전히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특히 서비스 섹터가 받는 타격이 큰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이러한 정부정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분야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채비율이 높은 개발업체들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뢰가 낮은 상황에 신규 부동산 거래의 감소가 자금유입을 막고 건설 경기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에 있는 환전소에 통화별 환율이 게시되고 있다. 터키 리라화는 지난 12월 19일 15%로 1%포인트 인하하면서 달러당 환율이 6%나 오른 11.3118리라까지 치솟았다.
다만 그는 중국 경제의 둔화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장기화되어 경기회복 조짐이 보일 경우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저변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테크나 교육과 같이 규제의 칼을 들이댄 산업을 겨냥한 조치들이 완화되는 조짐이 보인다면 해당 섹터의 증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리스는 “예상컨대 에너지 전환 관련 투자 쪽으로 경기부양책 발표가 있을 경우 투자 심리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해가 바뀌면서 신용자극지수가 저점에 도달한 후 회복할 수도 있으며, 이는 2022년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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