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부진 삼성전자 주가는 | 동학개미의 희망 무색하게 주가는 ‘털썩’ 50조 시스템 반도체 투자로 분위기 반전 노리나

    입력 : 2021.08.30 14:35:47

  • 삼성전자의 주가가 8월 들어 고점 대비 10% 가까이 빠지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 기준 장중 최고 8만33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7만2700원(8월 20일 종가기준)까지 밀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11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에 베팅한 동학개미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를 반겼지만 주가는 이에 호응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8월 24일 삼성그룹이 24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나서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3.14% 상승한 7만5600원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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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전망 악화에 외국인 이탈 지속 240조 대규모 투자 발표로 반등 모색?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기 이전까지 분위기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지난 8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맥을 못 췄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600원(-3.38%) 내린 7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12월 23일(7만3900원) 이후 가장 낮은 연중 최저가였다. 삼성전자 우선주 역시 전 거래일 대비 2200원(-3.06%) 하락한 6만96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올 최저가다.

    일부 동학개미들은 이러한 총수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반등 요인으로 작용해 주길 바랐음에도 7만 전자로 내려앉은 주가는 반도체 분야의 흙빛 전망을 빗겨나가지 못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거세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29조263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 SK하이닉스 3종목의 순매도한 금액이 26조9520억원 수준으로 비율로 치면 92%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 예상하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최근 대차잔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차잔고란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공매도 투자를 하기 전 빌려놓은 주식 수를 말하는 것으로,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대차잔고는 지난달 말 8813만 주에서 지난 8월 17일 7773만 주로 보름여 만에 11.8% 줄었다.

    하지만 불과 3거래일 만에 대차잔고 수가 8278만 주로 6.5%나 늘어났다. 보통 대차잔고는 주가가 바닥으로 갈수록 공매도 투자매력도 떨어져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지지부진한 주가에도 대차잔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아직 주가가 ‘바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이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계속 상향되는 데 비해 내년 실적 전망치는 그대로여서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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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벌 기업들과의 경쟁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은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공급 부족 상황에서 1위 업체인 TSMC는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여기에 인텔이 파운드리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며 선두 추격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TSMC와 인텔 간에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텔은 2025년까지 2나노 공정인 ‘인텔20A’를 양산해 퀄컴 칩셋을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TSMC와 삼성전자에 뒤처졌던 초미세공정에서 다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다. TSMC도 업계 최초로 내년에 3나노 공정 양산을 선언하며 대응하며 애플 등 주요 고객 확보에도 나섰다. 삼성전자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 170억달러 투자를 발표했지만 아직 최종 후보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실적 호조로 2분기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1위에 등극했다. 그럼에도 외국계 증권사들의 전망도 좋지는 않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업종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보고서 등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 우려를 제기한 모건스탠리는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낮추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대폭 하향했다.

    홍콩계 증권사 CLSA 역시 지난 8월 9일 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둔화될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비중 축소’로 변경하며 목표주가를 삼성전자 8만6000원, SK하이닉스 12만3000원으로 각각 제시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업황위기 약점 해소로 돌파한다’ 시스템 반도체 50조원 공격적 투자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업계의 시선은 이재용의 행보에 쏠려있었다. 총수 부재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새로운 투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따라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진행될 수 있다는 시선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접어들며 특수관계인 및 모든 주주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높은 순현금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위한 영업과 인오가닉(Inorganic) 성장(M&A) 전략이 도출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화답하듯 삼성은 지난 8월 24일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240조원으로 확대하고, 이 중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첨단 혁신 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글로벌 산업 구조 개편을 선도하고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추격자 입장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투자 확대로 세계 1위 도약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메모리는 단기 시장 변화보다는 중장기 수요 대응에 초점을 두고 투자를 지속하고 시스템 반도체는 기존 투자 계획을 조기집행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메모리 부분에서는 기술은 물론 원가 경쟁력 격차를 다시 확대하고 14나노 이하 D램과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혁신 차세대 제품 솔루션 개발에 투자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선단 공정을 적기에 개발하고 혁신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존 모바일 중심에서 AI, 데이터센터 등 신규 응용처로 사업을 확대하고, 관련 생태계 조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을 비롯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만 향후 3년간 최소 5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자 금액에는 대규모 인수합병(M&A)도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향후 3년간 유의미한 M&A를 진행할 계획임을 공개하고 AI, 5G, 전장 부문에서 인수 대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유례없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회사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핵심 기반 산업인 반도체의 생존을 위해 이러한 공격적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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