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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으로 하는 ‘조각투자’ 플랫폼 A to Z
입력 : 2021.06.29 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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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Z세대는 명실공이 재테크 시장의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주식 투자를 하는 MZ세대는 총 315만7000명으로, 전년(155만3000명)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투자자 중 MZ세대 비중은 34.5%로 전년보다 9.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는 주식 시장뿐 아니라 코인, 미술, 부동산 등 다양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경제력을 갖춘 젊은 금수저층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이른바 ‘조각투자’라는 플랫폼을 통해 소액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하는 것이 MZ세대의 투자법이다.
하나은행이 투자자 예탁금 관리를 전담하는 카사는 1호 상장 건물 ‘역삼 런던빌’의 공모를 마쳤다. 이 건물은 2019년 10월 완공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100억원대 신축 빌딩이다. 미국 명문 사립학교 ‘프로비던스 크리스천 아카데미(PCA, Providence Christian Academy)’의 첫 글로벌 분교인 ‘PCA코리아’가 5년 장기임대로 단일 임차하고 있다. 카사 공모 상장 빌딩의 수익증권 공모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단일, 장기 임차 기반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매 3개월마다 임대수익을 받게 되며, 카사 앱에서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누릴 수도 있다.
하나은행은 투자 자산의 안전성 보장을 위해 ‘역삼 런던빌’의 투자자 예탁금 관리를 전담하고 카사는 디지털 수익증권(DABS)의 공모 및 거래 서비스를 담당한다. 부동산 신탁업계 1위 한국토지신탁이 등기상 건물 소유주로서 수익증권 발행 및 건물 보증, 관리, 운영, 임대수익 집행을 맡는다.
요즘 뜨는 ‘아트테크(Art-Tech)’ 플랫폼이 홍보하는 방식이다. 2018년 이후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이 속속 생겨났다. 플랫폼 업체가 작품 가격을 매긴 뒤 수백~수만 조각으로 나눠 펀딩을 시작하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금액만큼 투자하는 식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터치나 마우스 클릭 한 번에 미술품 일부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아트테크 플랫폼에는 테사,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피카프로젝트 등이 있다.
최근 아트앤가이드가 펀딩한 김환기 화백의 <Untitled 10-V-68 #19>는 1분 만에 1억5000만원을 모았다. 이우환 화백의 1983년작 <점으로부터(From Point)>는 268명이 나눠 가졌다. 앤디 워홀·키스 해링·데이비드 호크니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공동구매 펀딩에 내놓은 피카프로젝트 역시 상당수의 작품을 완판시켰다. 공동구매한 미술품은 투자자 한 명이 자신의 공간에 소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존 미술품 투자 방식과 다르지만, 작품 가격이 올랐을 때 소유권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플랫폼 업체들은 공동구매로 판매를 마친 작품을 투자자들로부터 임대해 전시하면서 부가수익을 얻어 배당하기도 한다. 하나의 작품 가격이 수천억원을 호가할 만큼 높은 가치를 지닌 미술작품은 자산가들도 온전히 소장하기 어렵지만 희소성과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의 경우 꾸준히 가격이 상승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MZ세대들은 그 가치상승에 투자한다.
조각투자를 통해 공모된 역삼 런던빌
다만 이러한 아트테크 플랫폼은 금융당국에 신고·등록하는 금융투자업체가 아니므로 그림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더라도 소비자 피해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기란 어렵다. 여타 주식이나 채권 같은 투자자산에 비해 환금성이 낮은 편이기도 하다. 소유권이 분산되는 만큼 판매·보유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점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아트테크가 반드시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주변 경제환경에 따라 급변하는 미술 시장의 특성상 작품의 가치도 연동되는 특성이 있고 모든 작품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론칭과 함께 출시한 포트폴리오 ‘PIECE 롤렉스 집합 1호(이하 집합 1호)’가 펀딩을 연 지 30분 만에 완판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집합 1호’의 모집액은 1억1800만원으로 롤렉스를 대표하는 서브마리너,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데이트저스트 등 프리미엄이 높은 11종으로 구성됐다. 특히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신형 모델들도 포함되며 열기 전부터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스 측은 ‘집합 1호’의 예상수익률을 6개월 기준 약 25%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의 관계사 서울옥션블루가 스니커즈·미술품에 공동 투자하는 ‘소투’는 고가의 한정판 스니커즈나 미술품, 아트토이를 1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공동구매 플랫폼이다. 한 켤레에 최대 100만원을 웃도는 나이키 에어포스 같은 고가의 스니커즈부터 한국 단색화의 선구자 박서보 작가의 미술작품까지 다양한 자산을 조각투자할 수 있다. 특히 소투는 신한은행은 모바일 금융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인 신한 ‘쏠(SOL)’에 입점한 것은 물론 우리은행, 하나은행과도 제휴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 주식 공동구매가 가능한 ‘엔젤리그’
두 번째는 주당 매수단가 1만8000원에 진행됐던 컬리 1, 2, 3호 조합의 수익률이 427%로 높았다. 엔젤리그의 클럽딜을 통해 설립된 조합은 1년이 지나면 엔젤리그에서 조합지분 거래를 통해 판매하거나 상장 등 회사 상황에 따라 조합에서 자체적으로 회수하는 방법이 있다. 클럽딜을 통해 설립된 조합의 지분을 사고팔 수 있는 ‘조합지분 거래’ 기능은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설립일로부터 1년이 지난 조합의 지분은 엔젤리그 서비스 내에서 판매 및 구매가 가능해진다. 원하는 가격과 팔고 싶은 규모를 등록하여 보유한 지분의 일부 혹은 전체를 판매하는 구조이다. 오픈하면 1주 단위 거래도 어려웠던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최초로 소수점 단위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 수익을 분배하는 뮤직테크앱 ‘뮤직카우’
이 외에도 핀테크 스타트업 ‘콰라소프트’는 오는 7~8월 출시를 목표로 해외 주식 소액 투자 플랫폼 ‘오월’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된 콰라소프트는 1만원 미만의 소액으로도 해외 주식을 사고파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엔젤리그처럼 투자자가 공동구매 방식으로 소수점 단위로 지분을 매입하게 함으로써 환전 비용과 거래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0호 (2021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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