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2억2000만 대 노트북 ‘대목’ 섰다… 자체 칩 M1 앞세워 전 세계 열광시킨 애플 맞서, 삼성 ‘갤럭시 북’으로 브랜드 통합, LG는 초경량화

    입력 : 2021.06.01 14:02:18

  • “초슬림·초경량 디자인, 강력한 성능, 갤럭시 기기와 유기적으로 연동해 언제나 연결된 세상을 향하는 진정한 모바일 컴퓨터, 갤럭시 북 프로 360입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올해 4월 28일 전 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갤럭시 북’ 언팩 행사에서 이같이 노트북 신제품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매년 언팩(Unpack)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통해 최신 전략 모바일 제품을 최초 공개해왔다. 이전까지는 갤럭시S 스마트폰, 갤럭시노트가 언팩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노트북이 전면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노트북만을 위한 언팩을 진행한 건 처음이다.

    2010년대 스마트폰 혁명, 이어 등장한 태블릿 PC와 함께 한때 정보기술(IT) 업계는 노트북의 멸종을 예언한 바 있다. 그러나 노트북은 멸종하지 않았다. 초기 데스크톱 PC보다 훨씬 낮은 성능으로 문서 작성, 간단한 웹서핑 정도만 가능했던 노트북은 부단한 혁신으로 살아남았다. 스마트폰·태블릿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위한 초경량화도 계속됐다. 이제 노트북은 간편한 휴대는 물론, 고성능 게임까지 무리 없이 돌리는 강력한 성능으로 모바일 기기의 ‘코어’로 자리 잡았다.

    삼성 갤럭시 북 프로.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 갤럭시 북 프로. 사진 제공=삼성전자
    지난해 터진 코로나19는 노트북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전염병으로 집안에 갇힌 사람들은 근무와 학습을 재택화하고, 문화생활을 실내화했다. 노트북은 세상과 물리적 단절을 극복하는 ‘창(窓)’이 됐다. 코로나로 여행, 외식 소비가 막힌 소비자들이 펜트업(억눌린 소비) 소비 대상으로 IT 기기를 선택하며 노트북의 수요는 더욱 급증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노트북 출하량은 사상 처음으로 2억 대 고지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23% 판매가 늘었다. 올해 역시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 세계 노트북 출하량은 전년 대비 8% 늘어난 2억17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IT 업계에서는 노트북이 크기와 무게는 줄이고, 성능은 높이면서 고화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톡톡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본다. 게이밍 노트북의 성장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는 글로벌 게이밍 노트북 시장이 매년 평균 22%씩 커져 2023년이면 220억달러(약 24조8000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기업들도 한동안 소홀했던 노트북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저마다 차별화된 제품으로 연간 2억 대가 넘는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노트북 붐은 순간에 끝날 해프닝이 아니다, 적어도 수년간 건재할 모바일 코어 제품”이라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신형 갤럭시 북 시리즈.
    삼성전자가 출시한 신형 갤럭시 북 시리즈.
    ▶갤럭시 북으로 브랜드 재편한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그간 ‘삼성 센스’ ‘삼성 시리즈’ ‘아티브’ ‘노트북’ 같은 여러 노트북 브랜드를 뒀다. 그러나 2017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를 전부 삼성 ‘갤럭시’ 브랜드로 통합하면서 삼성전자의 노트북도 ‘갤럭시 북’으로 재탄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언팩을 통해 신형 갤럭시 북 시리즈를 공개한 데 이어 최근 이들 제품을 정식 출시했다. 신형 ‘갤럭시 북’ 시리즈는 총 3개다. 슈퍼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S펜을 지원하는 ‘투인원(2-in-1·태블릿으로 전환할 수 있는 노트북)’ 노트북 ‘갤럭시 북 프로 360’과 초슬림·초경량 디자인을 강조한 ‘갤럭시 북 프로’, 포트 디스플레이·듀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지원하는 ‘갤럭시 북’이다.

    신형 갤럭시 북 시리즈의 특징은 네트워크 연결이나 계정 로그인 없이도 빠르고 간편하게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퀵 셰어’ 기능이다. 또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갤럭시 북에서 바로 확인하고 편집까지 가능한 ‘삼성 갤러리’ 기능도 있다. 이용자들은 갤럭시 북의 화면을 최신 태블릿에 복제하거나 확장해 듀얼 모니터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세컨드 스크린’ 등도 활용 가능하다. 신형 갤럭시 북 시리즈는 ‘스마트 스위치’ 기능을 이용해 이전에 쓰던 노트북의 애플리케이션(앱), 환경설정을 그대로 적용하고, 파일도 간편하게 넘겨받을 수 있다.

    삼성 갤럭시 북 프로 360.
    삼성 갤럭시 북 프로 360.
    갤럭시 북 프로 360은 360도 회전이 가능해 완전히 접어서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다. 기본 제공되는 S펜은 이전보다 2.5배 굵고 1.4배 긴 디자인으로 실제 펜 같은 그립감을 준다. 별도로 충전할 필요도 없다. 갤럭시 북 프로는 13.3인치 모델 기준 두께 11.2㎜에 무게 868g이다. 역대 삼성 갤럭시 북 시리즈 중 가장 얇고 가볍다. 이 밖에 갤럭시 북 프로 360과 갤럭시 북 프로에 적용한 AMOLED 디스플레이는 디지털영화협회(DCI)의 표준 색영역 DCI-P3 기준을 120% 채우면서 눈에 피로를 주는 블루 라이트 비중이 6.5% 이하다. 독일 인증기관 SGS는 이와 관련 갤럭시 북 프로 AMOLED 디스플레이에 ‘아이 케어(Eye Care)’ 인증을 줬다. 갤럭시 북은 기존 모델 대비 두께와 무게를 각각 약 18%, 약 14% 줄여 슬림 메탈 디자인을 완성했다. 15.6인치 컴포트 디스플레이는 빛의 반사를 최소화하는 안티글레어를 적용해 눈의 피로를 줄여주도록 했다. 화면 몰입감을 위해 시야각은 170도로 넓혔다.

    갤럭시 북은 사용자 편의에 맞춰 데이터를 마음껏 저장할 수 있도록 SSD 확장이 가능하다. 또 HDMI, LAN, micro SD 등 다양한 포트를 지원해 별도의 연결기기 없이도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바로 꽂아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북’ 시리즈는 강력한 연결성과 휴대성을 바탕으로 완벽한 갤럭시 연결성을 구축했다”며, “삼성전자는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이 갤럭시 북 시리즈만의 새로운 혁신을 체험하고, 자유로움을 직접 만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그램 16 노트북. 사진 제공=LG전자
    LG전자 그램 16 노트북. 사진 제공=LG전자
    ▶1.1㎏ 경량화의 끝… LG전자 그램 LG전자는 초경량 노트북으로 수년간 국내에서 사랑받아온 ‘LG 그램’을 중심으로 비대면 수요를 공략 중이다. LG전자가 지난해 말 공개한 2021년형 LG 그램 16은 무게가 1190g에 불과하다. 세계 기네스 협회로부터 ‘세계 최경량 16인치 노트북’으로도 인증 받았다. LG 그램은 사용시간을 늘리기 위해 가벼운 무게에도 80와트시(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또 16대10 화면비의 고해상도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기존 15.6인치 크기의 고해상도(FHD) 디스플레이보다 더욱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LG 그램은 DCI의 표준 색 영역 DCI-P3를 99% 충족해 색 표현도 풍부하고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LG 그램의 국내 주요 소비층은 감각적 디자인을 중시하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이다. LG 그램 16의 디자인 지향은 미니멀리즘과 견고함이다. 특히 직각으로 마감한 모서리에서는 단아한 세련미를 강조했다. 화면부와 키보드가 연결되는 힌지 노출은 최소화해 화면에 몰입하기 좋도록 했다. 16인치로 노트북 치고는 크지만 디자인은 한층 콤팩트하게 다듬어 휴대성도 높였다.

    ‘LG 그램 16’은 인텔 11세대 중앙처리장치(CPU) 타이거레이크를 탑재했다. 이전 모델 대비 연산 속도는 20% 빨라졌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역시 고화질 게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인텔의 최신 제품 아이리스 Xe를 장착했다. LG전자는 LG 그램 16은 배터리 지속 성능, 빠른 충전시간, 고성능 연산 등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인정되는 인텔의 차세대 노트북 규격인 ‘인텔 EVO 플랫폼’ 인증을 받았을 뿐 아니라 미국 국방부의 신뢰도 테스트(MIL-STD) 7개 항목(충격·먼지·고온·저온·진동·염무·저압)에서도 통과(pass)를 받아 탁월한 내구성도 인정됐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최근 뜨는 고성능 게임용 노트북 시장을 위한 신무기도 출시했다.

    애플 맥북 에어. 사진 제공=애플
    애플 맥북 에어. 사진 제공=애플
    LG전자가 최근 내놓은 ‘LG 울트라기어 17(모델명 17U70P)’은 17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인텔 타이거레이크 11세대 CPU를 탑재했고 GPU는 엔비디아의 GTX 1650Ti를 달았다.

    LG 울트라기어 17은 고성능 노트북임에도 무게가 약 1.95㎏에 불과해 휴대성도 우수하다. 그램 16과 마찬가지로 80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장시간 게임도 문제없다고 LG전자는 설명한다. 특히 이 제품은 2개의 쿨러로 게임 구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냉각시켜주는 ‘듀얼 파워쿨링 시스템’을 장착했다. 또 사용자가 확장 슬롯을 이용해 SSD와 D램 같은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를 늘릴 수 있는 ‘듀얼 업그레이드 시스템’도 갖췄다.

    ▶애플 맥북 한층 빨라진 M1 CPU로 시장공략 애플은 지난해 11월 맥북 에어 신모델을 세계 최초 공개했다. 디자인, 디스플레이, 스피커 등 다른 성능 개선보다 전 세계 IT팬이 열광했던 가장 큰 변화는 CPU다.

    애플은 그간 써오던 인텔 부품 대신 자체 개발한 ‘애플 실리콘 M1’ CPU를 탑재했다. 신형 맥북 에어는 직전 모델 대비 CPU 성능은 3.5배, 그래픽은 5배, 머신러닝 성능은 9배 개선됐다. 배터리 지속 시간은 6시간 늘어나 최대 18시간이다.

    M1의 또 다른 혁신은 기존보다 10분의 1 수준 전력으로도 구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력 소모가 적으면 발열도 그만큼 감소한다. 애플은 신형 맥북에서 아예 냉각팬을 빼버렸다. 팬을 아예 치워버리면 완벽한 무소음 구현이 가능하다.

    맥북 에어의 인기는 판매 증가세로 입증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월 전 세계에서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를 합쳐 총 570만 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0만 대보다 94% 늘어난 수치다. 1분기 애플의 노트북 시장 점유율도 전년 동기의 7.8%에서 8.4%로 올랐다.

    애플 맥북 에어. 사진 제공=애플
    애플 맥북 에어. 사진 제공=애플
    ▶게이밍 노트북 왕좌 공고히 다지는 대만 에이수스 대만의 PC 제조사 에이수스는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으로 시장을 정조준했다. 에이수스는 게이밍 노트북 시장의 독보적 강자로 우수한 가격대 성능비, 낮은 고장률이 강점이다. 에이수스는 최근 게이밍 노트북 신모델 7종(TUF FX706·TUF FX506·TUF 대시 FX516·ROG 플로우 GV301·ROG 스트릭스 G G713·ROG 스트릭스 G G513·ROG 제피러스 GA401)을 한번에 선보였다.

    TUF 3종은 인텔의 11세대 타이거레이크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3060 GPU를 탑재했다. 디스플레이는 최대 주사율 144헤르츠(㎐)의 IPS 패널로 부드럽고 빠른 화면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쿨러 성능도 이전 모델 대비 15% 향상시켜 발열을 효율적으로 냉각시킬 수 있다고 에이수스 측은 밝혔다. ROG 라인업 4종도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RTX3050·RTX3050Ti를 장착했다. CPU는 AMD의 4세대 라이젠 제품이 탑재됐다. 특히 ROG 플로우 GV301은 ROG 시리즈 최초로 360도 회전과 태블릿 전환이 가능한 투인원 게이밍 노트북이다.

    에이수스 게이밍 노트북 ROG 플로우 GV301 사진 제공=에이수스
    에이수스 게이밍 노트북 ROG 플로우 GV301 사진 제공=에이수스
    ▶노트북 두뇌 ‘CPU’ 주도권 다툼 나선 반도체 업계 노트북 시장은 완제품 브랜드만 주목하는 게 아니다. 핵심 부품을 둘러싼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노트북의 강력한 성능은 ‘두뇌’ 역할을 하는 CPU가 결정한다. 데스크톱과 노트북 CPU 시장은 과거 인텔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AMD가 최근 몇 년 새 기술을 끌어올리며 인텔을 몰아붙이는 중이다. 인텔의 대형 고객인 애플도 자체 개발한 CPU 탑재를 확대하고 있다. 애플은 작년 11월 발표한 신형 맥북에 실리콘 M1 CPU를 탑재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노트북 시장에서 M1의 점유율은 약 7%로, 최초로 선보인 지 1년여 만에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M1 칩의 성능은 이미 전 세계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맥북의 판매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AMD의 진격도 놀랍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AMD는 파산 위기론이 나올 정도로 나락을 겪었다.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의 등장은 이런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켰다. AMD의 노트북 CPU 점유율은 2019년 11.4%였지만 지난해는 20.1%로 뛰어올랐다. 올해 점유율은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 일변도였던 노트북 운영체제(OS) 시장의 판도도 바뀌는 중이다. 구글 크롬 OS를 채택한 ‘크롬북’의 성장이 빠르다. 지난해 크롬 OS는 지난해 전 세계 출하된 노트북 OS의 14.8%를 차지했다. 윈도우 OS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80%선이 무너졌다. 올해 크롬 OS 점유율은 18% 이상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종혁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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