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생활 속의 AI노믹스 ⑨ 주인 대신 요리하고 아이 돌보고, 인공지능 컴패니언로봇 시대 성큼
입력 : 2020.10.07 16:50:32
-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노동의 양을 덜어주는 것이다. 세탁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등의 가전에 혁신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이유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합쳐지면서 이러한 혁신적인 물결은 일상생활에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차세대 개인용 로봇 분야가 발전하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혁신이 일상생활 다방면에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용 로봇은 기존의 로봇에 인공지능을 부여해 더욱 효과적으로 사람을 대신하여 작업을 수행하거나 사람을 도와주는 차세대 서비스 로봇이다. 인공지능 등과 같은 로봇 기술의 발달과 인간의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하여 개인용 로봇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개인용 로봇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까지 국내 로봇 산업은 산업용 로봇에 치우쳐 있었고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도 전문, 상업용 로봇 개발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로봇청소기나 교육, 완구용 로봇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경쟁국 일본, 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대화형 소셜 로봇, 접객로봇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 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은 로봇 산업에 뛰어들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삼성봇(Smsung Bot)’의 종류는 크게 케어(Care)·에어(Air)·리테일(Retail) 세 가지로 구분된다. 케어(Care)는 실버 세대 건강과 생활 전반을 종합 관리하는 로봇이다. 혈압, 심박, 호흡, 수면 상태를 측정해 알려주고 약 먹는 시간도 체크해준다. 또 낙상이나 심정지 등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119구조대와 가족에게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한다. 에어(Air)는 집안 곳곳에 설치된 공기질 센서와 연동해 실내 공기를 관리하는 로봇이다. 이밖에 리테일(Retail)은 쇼핑몰·음식점·상품 매장 등에서 음성·표정으로 소통하며 상품을 추천하고 주문을 받거나 결제를 돕는다.
삼성봇 셰프
이러한 비전에 걸맞게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로봇 역시 개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가족들의 건강과 생활을 돌볼 수 있게 헬스와 라이프케어 분야에 집중한 로봇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개발방향을 엿볼 수 있다. 노약자의 건강 상태를 관리해 주는 ‘삼성봇 케어’,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해주는 ‘삼성봇 에어’, 집안 곳곳을 청소해 주는 ‘삼성봇 클린’, 셰프를 도와 조리를 보조해주는 ‘삼성봇 셰프’ 등의 제품이 개발됐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로봇 제품 등을 통해 로봇 사업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삼성봇 클린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수행하는 기기다. 공간 인지 센서인 라이다(LiDAR)를 탑재해 집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청소한다. 또 표정을 통해 청소 상태와 동작모드를 알려준다. 삼성전자는 몸에 착용하는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보행보조로봇 GEMS(Gait Enhancing&Motivating System)는 근력 저하나 질환·상해 등으로 걷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로봇이며, 고관절착용로봇(GEMS-Hip)은 걷는 데 힘을 보태 보행 속도를 20% 높인다. 무릎착용로봇(GEMS-Knee)은 관절염 등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해 제작됐다.
삼성전자 AI 컴패니언로봇 ‘볼리’
LG 클로이 수트봇
이미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 주문 및 결제는 맥도날드 등 대형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소규모 식당까지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율주행형 서빙로봇을 활용하는 식당들도 일상화됐다. 우리보다 앞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외식시장의 푸드테크 트렌드 변화로 살펴보면 무인 주문 및 결제, 서빙로봇 다음은 식품 제조 측면에서의 주방로봇·조리 자동화 시스템 기술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내놓은 삼성봇 셰프는 일반 사용자뿐만 아니라 손이나 팔이 불편한 사람들도 편리하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고안된 팔 모양의 요리보조로봇이다. 로봇 팔을 이용해 식재료를 자르는 작업 등을 도와준다. 로봇 팔에 다양한 도구를 바꿔 장착해 식재료를 섞거나 양념을 넣는 등의 요리 보조 기능 수행할 수 있고, 로봇 팔이 직접 도구도 집을 수 있다. 다양한 조리법을 삼성봇 셰프에 설치하면 필요한 조리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음성 명령으로 조리 작업도 시킬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전자는 서브봇을 통해 배달로봇을 상용화시킨다는 심산이다. 지난 2월 초 LG전자는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제일제면소에 음식·그릇 등을 나르는 ‘LG 클로이 서브봇’을 실제 도입해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LG 클로이 서브봇 1대를 도입하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것인데 클로이 서브봇이 실제 매장에 도입된 첫 사례다.
클로이 서브봇은 실내 자율주행 및 장애물 회피 기술을 이용해 고객이 있는 테이블까지 음식을 가져다준다. 서브봇은 트레이 3개를 끼우면 최대 4개의 칸에 여러 음식을 나눠 담을 수 있다. 고객이 식사를 마치면 고객이 있는 테이블로 되돌아가 빈 그릇을 운반한다. LG전자와 CJ푸드빌은 클로이 서브봇이 뜨겁거나 무거운 그릇에 담긴 요리를 옮기는 데 유용해 레스토랑 직원들이 보다 세심하게 고객을 응대하는 등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클로이 서브봇의 화면은 다양한 얼굴 표정을 보여주며 고객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준다. 움직이다가 장애물을 감지하면 “죄송합니다. 잠시만 지나가도 될까요?”라고 말하며 충돌을 피한다. 이동 중에는 노래가 흘러나와 주변의 고객은 서브봇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서비스 로봇은 크게 전문 서비스용, 개인 서비스용으로 나뉘는데, ‘LG 클로이 서브봇’은 전문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된다. 배송·물류로봇, 의료로봇, 매장이나 공항, 건물 로비, 식당 등에서 접하는 안내·홍보(PR)로봇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주방로봇은 더욱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2018년 미국의 미소로보틱스(Miso Robotics)는 로봇 플리피(flippy)를 출시했다. 대당 6만~10만달러 수준인 플리피는 매장 프런트의 POS기와 연동되어 주문을 스스로 인지하며 햄버거 패티를 뒤집거나 튀김류를 조리하고, 청소를 하는 등 주방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칼리버거(Caliburger) 매장 등에서 시험 운행 중이며 주방 직원 3명 대신 1명의 직원과 1대의 플리피를 활용할 시 인건비를 약 10% 절감할 수 있으며 수익은 9% 상승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에이터(Creator)사는 2018년 6월에 손님이 태블릿을 이용해 버거를 주문하면 빵을 반으로 자르고 소스와 야채, 패티 등 재료를 올리는 일련의 과정이 자동화된 로봇 햄버거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매장 직원은 재료를 채우기만 하면 충분하다. 한 시간에 최대 120개의 햄버거 제조가 가능하며, 메뉴 가격은 평균 6달러 수준. 높은 임대료(매장은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 대비 질 좋은 음식을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어 수익창출에 유리하다.
영국의 몰리 로보틱스가 2015년 선보인 주방용 서비스 로봇 몰리(Moley Robotic Kitchen)는 인간의 모습과 매우 흡사한 한 쌍의 로봇 팔과 오븐, 전기스토브, 설거지 기계 등으로 구성됐다. BBC 선정 마스터 셰프 팀 엔더슨의 요리 동작을 시스템화하여 학습한 몰리의 로봇 팔은 움직임, 민감도, 속도까지 전반적인 사람의 팔 기능과 매우 유사하게 구현된다. 또한 칼·거품기·분쇄기·선반 등을 포함한 주방 집기들을 교차 사용할 수 있다. 인간은 로봇 주방에 식자재를 준비해 두고 터치스크린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작동시킬 수 있으며, 레시피를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사가 개발한 ‘페퍼’
공공부문에서는 재활 치료 목적인 노인돌봄로봇 수요가 증가 추세다. 정부는 4대 유망 서비스 로봇으로 돌봄로봇을 선정하고 지원 중(돌봄, 의료, 물류, 웨어러블)이다. 이외에 AI와 IoT 기반 기술 융합으로 감정을 공유하는 휴머노이드 소셜 로봇이 대세이며 5G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로 진행 중이다. 돌봄로봇은 긴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므로 로봇 간 통신뿐 아니라 IoT 기술이 탑재된 다양한 사물(홈 디바이스, 가전제품) 등과의 통신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로 꼽힌다. 옆나라 일본의 소프트뱅크사는 일찌감치 세계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클라우드 기반의 AI 감정 엔진을 탑재해 데이터를 활용하여 감정 인식 및 대화 수준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며 인간과 유사하게 관절을 움직일 수 있다. 페퍼에는 고도의 카메라, 초음파 센서, 레이더, 자이로스코프, 적외선 센서, 범퍼 센서, 터치 센서 등이 적용됐다. 이밖에 일본의 DMM사는 노인용 대화로봇으로 팔미(PALMI)를 선보이기도 했다. 주인의 분위기 등을 감지하여 상대의 말을 예측하기도 가능하고 데이터가 쌓이면 말투를 비롯한 말솜씨가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 상대방의 과거 대화내용·취미 등도 기억할 수 있으며 자발적으로 말을 거는 기능도 탑재됐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원더풀플랫폼의 생활매칭 및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AI 로봇 ‘다솜이’가 있다. 사용자의 현재 상태를 신속히 파악하고 위급 상황 시 외부에 SOS콜 및 알림 서비스 등을 통해 도움을 제공한다. 환자 돌봄로봇으로는 로보케어의 노인치매예방로봇 ‘실벗’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로봇은 치매환자 치료에 활용되었으며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자폐아동들의 치료에 사용 중이다. 이외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치매환자를 돌보는 ‘마이봄’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환자와 가족의 얼굴을 구분하고 화장실 안내 및 약 복약시간 알림 등을 제공한다.
서울 화양동 H AVENUE에서 딜리타워가 호텔 복도를 다니고 있다.
국내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로봇·인공지능 고급 인력이 부족하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큰 경우 자체 역량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로 부족한 역량을 확보하는 방안의 긍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