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생활 속의 AI노믹스 ⑧ 코로나19 대응해 소독·감시·배송, 언택트 AI 로봇 어디까지 진화할까
입력 : 2020.08.28 15:34:44
-
# 서울대병원은 지난 3월 병원 방문객 체온 측정과 호흡기 문진 확인을 위한 안내로봇을 도입했다. ‘클로이 안내로봇(LG CLOi GuideBot)’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출입객 대상으로 체온 측정과 문진표 작성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서울의료원은 살균로봇, 발열감지로봇, 운송로봇의 3종 의료지원로봇을 운영 중이다.
# 반도체기업 ‘비전세미콘’은 24시간 무인 로봇 카페를 개설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바리스타 로봇이 50여 가지 음료를 제조한다. 음료는 서빙로봇이 전달한다. 서빙로봇은 살균, 공기청정 기능도 갖추고 있다. 업체는 올해 국내 주요도시에 10개 지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 싱가포르에서는 공원에 네 발 달린 로봇 스폿(SPOT)을 시범적으로 배치,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스폿에는 카메라가 장착되어 사람들이 얼마나 모여 있는지 감지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스폿은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약을 전달하는 데도 쓰인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로봇들의 형태를 바꾸어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어 적용속도도 무척 빠르다. 대표적으로 안내방송, 살균, 발열감지, 원격 검진 등에 우선 적용되고 있다. 배송로봇과 로봇을 이용한 무인카페 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지만 언택트 분위기를 타고 확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의 한 줄기로 코로나19 이전에도 공항이나 은행 등에서 안내로봇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의 로봇들은 기업들의 이미지 제고 성격이 강했다. 주로 프로토 타입으로 선보이는 시범사업 수준이었고 고객들의 관심이나 인식부족, 높은 비용과 낮은 서비스 만족도를 감안하면 확대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높아졌음은 물론이고 언택트와 관련된 로봇들은 얼마든지 전면적 적용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스폿 로봇은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최근 뉴질랜드의 한 목초지에서 양을 몰며 목동으로 변신하기도 했고, 일본 야구장에서는 치어리더로 활약하기도 했다. 미국 드론 업체 스카이락은 인도 도시 일곱 곳에서 경찰과 함께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드론으로 코로나19 예방을 돕고 있다. 드론은 밤에 통행금지를 어기는 사람이 있는지 살피고 낮에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지 지켜본다. 카메라와 반경 150m에서 최대 1㎞ 이내 사람을 인식하며 통행금지 시간에 사람이 포착되면 인근 경찰에 통보한다.
중국 항저우의 한 유치원은 펭귄 모양의 손 씻기 로봇을 도입했다. 아이들이 손을 로봇의 입 쪽에 대면 헹굴 필요 없는 비누거품이 나온다. 영국과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2년 전부터 온라인으로 장을 보면 집까지 물건을 배송해주는 자율주행 배송로봇이 운영 중이다. 미국의 스타트업 ‘스타십테크놀로지’가 만들었으며 언택트 분위기로 주문이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같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로봇들의 등장에 대해 “겁에 질린 세계가 의료용품에서 음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 로봇과 드론을 활용하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를 일부가맹 음식점에 제공하고 있다. 주방장이 완성된 음식을 딜리플레이트 위에 놓고 테이블 버튼을 누르면 그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다준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공항이나 은행 등에서 쉽게 안내로봇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은행은 2017년부터 안내로봇을 도입했다. LG전자는 IFA 2018과 CES 2018에 클로이(CLOi) 브랜드로 8종류의 로봇을 출시했다. 안내로봇, 카트봇(쇼핑도우미), 서브봇(호텔룸서비스), 수트봇(근력 지원용), 잔디깎이봇 등이며 안내로봇은 인천공항에서 운용 중이다.
LG전자는 이외에도 이마트와 스마트 쇼핑카트를 만들기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코로나19 이전의 로봇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성격이 강했다. 시범사업 수준이었고 고객들의 인식부족, 로봇의 높은 비용과 낮은 서비스 만족도를 감안하면 전면적 확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로봇이 언택트 일상에 파고드는 속도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언택트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고 관련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 데다 전부터 시도해왔지만 파일럿(Pilot) 수준이었던 로봇들이 언택트로 얼마든지 전면 적용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택트로 로봇에 대한 저항감이 줄어드는 것은 로봇 적용에 대한 손익분기점 단축을 의미한다. 한번 적용되어 로봇의 편의성이 인식되면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로봇이 계속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로봇의 대중화와 충성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병원이 추가로 병원용 로봇을 주문하려고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봇의 편리성을 경험한 이후에는 추가사용에 대해서도 더욱 긍정적일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의 진행상황에 따라 시장은 추가 성장이 가능해 보인다. 로봇과 드론의 상용 분야를 넓히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이나 규제, 사생활 문제, 해킹 등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코로나19 로 인해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었다. 서비스용 로봇 중 언택트 분야와 당장의 고용 감소를 유발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확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은 2018년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을 129억달러로 추산했다. 이 중 전문서비스용은 92억달러(+41% YoY)였고 판매량으로는 27.1만 대로 2017년 16.8만 대 대비 61% 증가했다. 전문서비스용 로봇 중에서는 무인운반차(AGV)와 같은 물류시스템이 전체에서 41%를 차지했다. IFR는 물류로봇이 2019년 57억달러에서 2022년에 225억달러로 연평균 40.9%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정용로봇은 2019년 33억달러에서 2022년 97억달러로 연평균 30.9%, 엔터테인먼트 로봇은 동기 13억달러에서 17억달러로 6.9%의 성장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들은 코로나19 이전의 통계치일 뿐이다. 적용분야도 상업성을 확보한 제품에 대한 획일적인 형태였다. 최근 언택트 분위기 확산으로 다양한 분야의 광범위한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수정된 IFR의 전망치는 가정용 로봇이 2019년 46억달러에서 2022년 115억달러로 연평균 35.7%, 전문서비스용 로봇이 2019년 126억달러에서 2022년 380억달러로 연평균 44.5% 성장을 전망했다. 서비스용 로봇분야 중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는 바로 드론이다. 드론은 2차대전 이후 낡은 군사용 무기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범위를 넓혀왔지만 최근의 언택트 분위기는 드론 시장 확대의 당위성을 높이고 있다.
‘플라이트렉스(Flytrex, 이스라엘)’는 최근 미국 그랜드포크스 지역에서 드론을 이용한 물품 배송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마트에서 주문한 물품을 드론이 고객의 집 뒷마당에 떨어뜨려 주는 식이다. 반경 4.8㎞ 내에서 3㎞ 이하의 물품 배송이 가능하다.
미국의 ‘집라인’은 2016년부터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수혈용 혈액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상용 드론 택배였다. 드론은 2㎏의 혈액 상자를 싣고 병원 근처에서 혈액 상자를 낙하산에 매달아 떨어트린다. 이 드론은 왕복 160㎞까지 비행 가능하다. 아프리카는 도로사정이 나쁘고 의약품의 냉장보관 시스템도 부족해 드론의 적용이 성공을 거두었다. 집라인의 드론은 르완다 수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공급되는 혈액수송의 60%를 담당한다. 중앙집중식 관리로 폐기되는 혈액의 낭비도 줄였다. 집라인은 미국에서도 혈액이나 의약품 배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