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생활 속의 AI노믹스 ⑥ 은행 | 창구 은행원 대체하는 인공지능 뱅커들

    입력 : 2020.07.01 16:34:01

  •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수차례 증명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단순노동을 넘어 전문적인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고비용으로 제공받았던 서비스들을 인공지능이 대체함으로써 사회와 경제에 막대한 편익을 제공해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AI 연구개발 외 활용에 있어서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금융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이 현업에 있는 금융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AI는 향후 비즈니스 성장에 필수적인 견인차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77%의 응답자가 향후 2년 이내에 AI의 도입이 비즈니스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85%의 응답자(핀테크 기업 90%, 전통 금융기관 80%)는 이미 AI를 도입하고 있으며, 향후 그 활용 영역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분야로는 리스크 관리, 신규 수익원 창출, 고객 서비스 제공, 업무프로세스 자동화, 고객응대 등이 꼽혔다. 사실상 은행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 기술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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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응대·자산운용에 리스크 관리

    국내 은행들도 서비스 도입 박차

    국내 금융기관도 고객응대, 관리, 업무운용, 신용평가, 자산관리, 트레이딩 및 투자,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도입하고 있고 그 활용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초기에는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등 금융 서비스 일부에 제한적으로 도입하던 AI는 사무 업무 전반의 RPA(로봇프로세스 자동화)로 확대되면서 업무효율을 위해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시중은행들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가 이슈화되면서 AI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보호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고위험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이슈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은행권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보호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판매자의 고의나 실수로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를 AI로 실시간 감시해 고객 피해와 규제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해 말부터 기계가 고객에게 상품 약관과 주요 고지 사항을 읽어주고 고객이 이에 답하게끔 하는 TTS(Text To Speech)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의 또는 실수로 빠뜨릴 수 있는 설명이 없게 하되 고객에게 추가 설명이 필요할 때는 직원이 추가로 설명을 해주는 식이다. 여기에 곧 개발될 AI 시스템을 접목하면 금융사가 고객 반응과 대답을 토대로 판매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은행 측은 기대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의 일환으로 일반투자자에게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펀드(DLF) 등 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금융사가 판매 과정을 녹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만 70세 이상 고령자나 안정추구형 투자 성향인 투자자가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에 녹취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0만원 부과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은행 측은 단순 녹취·숙려 제도만으로는 소비자 피해를 사전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신기술을 접목한 소비자 보호 방안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AI가 고객 필체를 학습해 고객이 계약서에 작성한 내용 중 누락되거나 잘못 기재한 부분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계약서에 자필로 기재하는 ‘듣고 이해하였음’ 등의 글자를 분석해 빠뜨리거나 잘못 기재한 부분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외에 약관과 법령 등 각종 규제 준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AI 기술도 도입 준비 단계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은행 업무에 특화된 ‘머신 리딩 컴프리헨션(MRC)’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신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약관·법률을 점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AI 기술을 고도화해 투자자 보호에 나서는 건 불완전판매에 따른 규제 비용 리스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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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챗봇의 진화

    고객은 물론 직원들도 활용

    인공지능 기반의 은행 상담사로 활약하고 있는 ‘챗봇’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고객이 제시한 키워드에 답변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고객이 질문하는 의도를 파악해 답을 제시할 정도로 똑똑해졌다. 이런 챗봇의 활약은 은행의 24시간 고객 응대체제를 구축할 뿐 아니라, 금융사고나 전산장애 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고객은 물론 직원들이 활용하는 챗봇도 개발되어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은행권의 주요 챗봇 시스템으로는 ‘쏠메이트 오로라’(신한은행), ‘리브똑똑’(KB국민은행), ‘하이뱅킹’(하나은행), ‘위비봇’(우리은행) 등이 있다.

    국내에는 2017년 처음 선보인 챗봇은 도입 당시와 비교해 눈에 띄게 발전한 상태다. 초기 챗봇은 단순히 고객이 제시한 키워드에 대한 답변만 가능한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챗봇에 ‘예금’ ‘대출’ 등 키워드를 제시할 경우 관련 상품이나 금리 등 관련된 답을 내놓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용자가 제시하는 문장을 이해하고 나아가 보다 세밀하게 답변해주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신한은행은 단순 상담을 넘어 그래픽으로 수치 입력 및 조정이 가능한 지능형 컨트롤러를 탑재했다. 텍스트만을 통한 질문과 대답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정보 전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 개개인의 성향과 특성이 보다 세밀하게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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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은행의 경우 고객이 자주하는 질문 위주의 금융 업무를 중심으로 챗봇을 개선했다. 이에 첫 화면에는 최근 문의가 많이 들어왔던 긴급재난지원급과 공인인증서 폐지에 대한 문의란이 나온다. 고객이 ‘내 계좌조회’ ‘적금 추천’ 등 키워드를 입력하면 챗봇이 이에 해당하는 답변을 내놓는다. 계좌조회를 문의할 경우 ‘전체 계좌조회’나 ‘이체 결과조회’ 등을 답변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대출 상품 추천을 문의했을 때 주택구입, 전세자금, 가계생활자금 등 용도에 따라 세분화해 접근하기가 편리하다.

    업계 최초로 챗봇을 선보인 우리은행은 기존 시나리오 방식에 AI 기술을 접목해 상담원처럼 대화가 가능하게 했다. 이제 사용자가 음성으로 질문해도 답변이 가능하다. 우리은행 애플리케이션인 위비뱅크, 위비톡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챗봇이 금융상품 조회나 추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의 금융생활 습관까지 파악하게 했다. ‘내 손 안의 금융비서’라는 문구처럼 고객이 보유 계좌에서 어디서 얼마만큼 썼는지 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패턴화했다. 다른 챗봇과 달리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게 장점이다.

    이러한 챗봇의 진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챗봇은 머신러닝을 바탕으로 사용자와의 대화를 스스로 공부하는 자가발전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꾸준히 대답의 정확성과 자연어를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고객들의 활용도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고객 서비스 외에 직원대상 챗봇 서비스 도입에도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인공지능(AI) 기술로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구축한 ‘AI 몰리’는 직원들이 업무 관련 지식을 검색하고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챗봇 형태로 업무처리를 지원하는 지능형 소통 플랫폼이다. ‘AI 몰리’라는 이름은 고객 업무처리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고 고객의 편의성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쏠(SOL)’ 캐릭터 중 탐험대장인 북극곰 쏠의 친구로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똑똑한 박사 캐릭터 ‘몰리’의 이름을 사용했다. 직원이 ‘AI 몰리’에서 간단한 키워드만 입력하면 지능형 맞춤 조회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고, 업무처리가 끝날 때까지 단계별로 추가 정보를 받는다. 또한 직원들이 검색하고 선택하는 업무 정보들을 축적해 이를 기반으로 자주 찾고 이용하는 업무에 대해 맞춤형 정보들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AI 몰리’는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만들어져 시간과 장소에 따른 제약 없이 외부 영업 시에도 사용할 수 있다.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상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조회할 수 있고 고객에게 전송해야 하는 자료들도 검색부터 발송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실제 로봇프로세스 자동화를 활용해 재무제표 자동입력, 카카오 플랫폼 기반의 알림톡 안내발송, 창구 기반 인증서와 연동한 증명서류 즉시 제출, 청약 주택 현황 조회 및 순위 점검 등의 업무처리를 명령어만으로도 간단히 할 수 있다.

    우리은행 위비 로봇 로보어드바이저
    우리은행 위비 로봇 로보어드바이저
    ▶빅데이터 활용한 여신심사

    콜센터에도 AI 상담사 활약

    최근 콜센터를 통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언택트 시대를 초래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은행 콜센터 역시 혁신을 요하고 있다. 이미 복수 은행들은 AI 기술을 도입해 상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콜센터에 음성으로 고객 신원을 확인하는 ‘음성본인확인(보이스 ID)’ 기술을 도입했다. 일부 해외은행이 자사 콜센터에 도입한 사례는 있지만 국내에서 실제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기술은 최초 등록된 고객 목소리 데이터를 AI가 학습하면 일란성 쌍둥이, 형제자매 음성까지 구별할 수 있다. AI 기능성을 적극 활용한 사례다. AI가 100가지 이상 목소리 특징을 파악해 식별하기 때문이다. 기존 본인확인을 위해서 여러 가지 절차와 질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렇게 개인의 고유 목소리를 분석할 경우 시간절약은 물론 타인의 도용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목소리 인증에 걸리는 시간은 15초 이내다. 고객은 자연스럽게 통화하면서 본인 확인을 완료한다. 기존 상담방식의 장벽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부터 음성봇을 탑재한 AI 상담 서비스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고객 전화 문의를 AI 음성봇 ‘쏠리’가 응대하는 방식이다. 대기시간 없이 필요한 내용을 바로 안내받을 수 있다. 상담원 연결 시 전담 직원에 바로 연결하고, 용건을 다시 말하지 않아도 된다. 거래내역 팩스 신청, 자동이체 등 간단한 업무는 모바일 뱅킹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알림톡을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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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방식에선 상담사 연결까지 평균 2~3분간 ARS 음성 안내를 들어야 했다. AI 도입 후에는 40초 만에 전문 상담사와 연결된다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은행이 확보한 대량 데이터와 네이버 클로바의 AI 기술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클로바의 자연어 처리 엔진 정확도는 90%를 상회한다. NH농협은행의 경우 AI 빅데이터 기반 ‘상담품질 전수평가 장치’로 통화 내용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AI가 대화 내용을 학습, 분석해 507만 가지 답변이 가능하도록 ‘콜센터 AI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렇듯 금융권의 빅데이터 사용은 세계적인 추세다. 향후 기술 고도화와 언택트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서비스 활용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미국이나 중국의 금융권에서는 몇 년 전부터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금융권 마케팅과 여신심사 등에 빅데이터 활용이 더욱 활발해짐에 따라 은행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8호 (2020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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