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맞수열전 ④ 착한메뉴 vs 나쁜메뉴 | 5년간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외식메뉴는?
입력 : 2020.05.28 10:23:59
‘스타벅스 지수’나 ‘빅맥 지수’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다국적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카페라떼’ 한 잔당 가격이나 맥도날드의 대표메뉴인 ‘빅맥’의 가격을 통해 각 국가의 물가와 재화의 가치에 대해 평가하는 지수다. 요즘은 햄버거 수요보다는 커피 수요가 크고 표준화되고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 지수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가장 지수가 높은 국가는 스위스(약 6700원)이며, 홍콩(5620원), 싱가포르(5390원), 중국(4880원), 벨기에(4870원) 순이다. 반대로 이집트(1770원), 터키(2117원), 멕시코(2429원) 같은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타벅스 가격을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한 잔당 4600원으로 세계에서 8번째로 스타벅스 가격이 비싼 국가에 올라 있다.(2019년 말 기준)
언뜻 같은 품질에 같은 제품을 왜 국가마다 다른 가격으로 책정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가격’에 대해 좀 더 이해한다면 이 같은 의문이 해소될 것이다. 쉬운 예로 같은 라면을 편의점에서 살 때와 대형마트에서 살 때 판매단가가 같은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에서의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왜 거리낌 없이 구매하는지 생각해 보자. 스타벅스 지수가 국가마다 다른 것과 정확히 같은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수요와 공급이 형성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대원칙은 유사하다. 실제로는 유통구조나 비용의 문제 때문이겠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만 보면 ‘비싸게 팔아도 소비자들이 비싸게 산다면, 싸게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국가가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1병은 4000원으로 고정한다’ 같이 시장가격을 통제한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시장의 다양성이 위축되거나 다른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예외적으로 농수축산물이나 주류, 담배, 휘발유 같은 주요 품목에 대해 공급자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가격조정 정책은 있지만, 자유시장 경제에서 가격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격과 그 변화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수요와 공급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지점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고 유행을 엿볼 수 있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분식의 고급화를 표방하며 가격상승을 주도한 스쿨푸드 밀라노 분식 바이 스쿨푸드
▶가격을 집계할 수 있는 인프라
일반적으로 공산품에 대해서는 명확한 시장가가 형성되어 있고 집계되어 발표된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 사이트에서는 라면 한 봉지, 소주 한 병, 건전지 한 세트가 어떤 유통채널과 어떤 지역에서 각각 얼마에 판매되는지 월 단위로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가장 판매량이 많은 특정상품 기준으로 대형마트 평균 라면 가격은 5개입 3379원(1개당 676원), 편의점은 4150원(1개당 830원)이며, 소주는 1병당 대형마트에서 1334원, 편의점에서 1800원에 판매되고 있다.(2020년 4월 말 기준)
기술적으로 이런 집계가 가능한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여러 지역, 여러 채널에서 판매되더라도 같은 제품을 같은 코드로 관리하는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코드체계를 전산으로 자동화하여 집계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업종으로 보면, 소매품을 취급하는 ‘소매업’ 분야가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편에 속한다.
그런데 서비스업이나 외식업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일단 공산품과 같이 하나의 서비스나 제품이 ‘같은 품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미용실에서 커트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지역별·브랜드별은 물론 하나하나의 점포마다 가격이 다 다르다. ‘서비스의 품질’이 다르다는 가정이 바탕에 있다 보니 가격이 싼지 비싼지 판단하기 어렵다. 또 소비자가 느끼는 개개인의 만족도가 다르니 적정성을 판단할 수도 없다. 그래서 판매자의 기술 숙련도나 경험, 매장의 규모나 분위기, 브랜드 파워 등이 가격결정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업 분야는 ‘표준화된 가격’을 책정하기 가장 어렵기도 하고, 가격의 변동성이 가장 크기도 하다.
외식업은 소매업과 서비스업의 중간 정도 성격을 갖는다. ‘전국 김치찌개 가격은 6000원이다’와 같이 표준화된 가격은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김치찌개 1인분이 5만원인 점포는 찾기 힘들다. 소매업처럼 특정 표준가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비스업과 같이 제공되는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공산품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평균적인 가격을 집계하여 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품목별·지역별 물가를 파악하기 위한 의미 있는 작업이다. 그런데 문제는 표준화된 집계 단위가 없다. ‘김치찌개’만 하더라도 각 점포마다 판매하는 메뉴 명칭이 다 다르고, 같은 메뉴를 같은 코드로 집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전국 외식업 점포에서 판매되는 ‘김치찌개 물가’를 파악하고 싶다면, 이런 분류와 코드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외식업 대표메뉴의 가격변화
이번 기획은 외식업 메뉴의 가격변화를 추적했다. 앞서 지적한 대로 메뉴의 집계와 분석을 위해 표본 점포의 월 180만 개 메뉴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선행하였으며, 주요 음식업종 약 6만 개 점포를 대상으로 가장 소비가 많은 주요 음식메뉴 40개를 선정했다.
먼저 카테고리별로는 분식류의 가격상승률이 연평균 5.3%로 가장 높았다. 떡볶이나 튀김, 김밥과 같은 개별 메뉴들이 좀 더 요리에 가까워지고, 전문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2016년 3800원 정도의 1인분 가격이 2020년 4600원 수준까지 올랐다. 2위는 중식인데, 분식류와 마찬가지로 짬뽕이나 탕수육 같은 메뉴가 ‘전문화’되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고기류는 평균 단가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삼겹살, 돼지갈비, 치킨과 같은 메뉴에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등장한 점포나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메뉴별로 살펴보자. 먼저 평균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분식류를 살펴보면, 단연 떡볶이가 눈에 띈다. 연평균 7.5%(2016년 대비 2020년 27% 상승) 메뉴단가가 오르고 있다. 이제 학교 앞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던 떡볶이는 배달음식으로 즐길 수 있는 ‘요리’ 수준이 되었고, 유명 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브랜드화되었다. 그만큼 소비자 인식이 ‘돈을 더 주고라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되었다는 뜻이다. 김밥도 떡볶이의 뒤를 이어 프리미엄 김밥 전문점이 등장하더니 4년 새 한 줄당 약 500원 정도 단가가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중식류에서는 짬뽕의 단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눈에 띄게 높은 상승률까지는 아니지만 기본 짬뽕 메뉴 외에 차돌박이짬뽕이나 부추짬뽕, 홍합짬뽕 등 지속적으로 다양한 메뉴들이 개발되면서 단가가 꾸준히 오른 것이다. 자장면과 탕수육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토핑을 결합한 메뉴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며, 연평균 2~3%대로 단가가 오르고 있다.
다음은 한식 메뉴다. 한 그릇 음식인 국밥, 덮밥, 비빔밥, 찌개류는 2016년 6000원대 가격을 찾아볼 수 있었으나, 2020년에는 대부분 7000원 이상으로 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 낙지볶음/덮밥, 부대찌개, 육개장 메뉴는 8000원을 넘어 9000~1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같은 한식류 내에서도 특정 메뉴가 ‘전문점’으로 분리되어 나오는지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낙지볶음/덮밥 > 순대 > 제육볶음/덮밥 > 부대찌개 > 순두부찌개 순으로 나타나는데, 반대로 증가율이 가장 낮은 메뉴가 김치찌개, 된장찌개(후식 메뉴)라는 점은 좀 더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메뉴일수록 가격변동성이나 탄력성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과와 커피류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메뉴는 핫도그다. 떡볶이나 김밥과 마찬가지로 특정 브랜드들이 메뉴를 전문화/고급화시키면서 단가가 오르고 있는데, 다양한 토핑을 가미한 갖가지 핫도그가 등장하여 비싼 메뉴부터 기본 메뉴까지 가격 선택지를 제시하면서 평균 단가는 오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식빵이나 샌드위치도 핫도그와 거의 유사한 양상으로 단가가 오르고 있다. 한편, 커피류는 대표적인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의 가격 상승률이 일반 음식의 평균적인 상승률 수준보다 낮은 편인데, 커피가 일상화되면서 가격 민감도가 커졌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주요 브랜드들이 커피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소비자 눈치를 보게 되면서 쉽게 올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편에서는 기존 고가 커피전문점보다 한 단계 고급화된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평균 단가를 극적으로 올리지 않을까 예상하는 시각도 있지만, 전체 커피 시장으로 보면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의 등장만큼 저가 커피전문점도 늘고 있기 때문에 평균 단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코로나19로 면요리 고기메뉴 매출 감소
한식과 함께 식사 메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면요리 중에서는 라면부터 국수까지 2%대로 유사하게 가격이 올랐다. 일반적으로 자주 소비하는 메뉴일 뿐만 아니라 단가가 저렴한 밀가루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격이 쉽게 오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양냉면의 유행과 함께 단가가 크게 올랐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냉면은 오히려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는데, 냉면이 판매되는 점포를 업종별로 다시 나누어 살펴보면, ‘냉면 전문점’의 단가는 연평균 3.4% 올랐지만, ‘고깃집’에서 2000~3000원의 가격으로 소량의 냉면을 판매하기 시작한 경우가 많아 평균 단가는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육류에서는 곱창/대창의 판매단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분석한 40개 대표메뉴 중 가장 높은 연평균 8%의 성장률(2016년 대비 2020년 29% 상승)을 보였다. 2위가 양꼬치, 3위 막창, 4위가 불고기인 것을 보면, 최근 몇 년 내 유행했던 메뉴들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삼겹살, 족발 같은 메뉴는 판매단가에 크게 변화가 없었으며, 치킨이나 소고기(등심)는 오히려 소폭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치킨의 경우에는 ‘저가·배달형 동네 치킨집’이 늘어났기 때문이며, 소고기의 경우에도 정육식당이 늘어나면서 소고기의 문턱을 낮춘 전략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분석기간과 대상을 좁혀 2019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영업을 유지한 점포에 한정하여 코로나19로 인해 메뉴별 판매액과 단가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분석했다.(휴업을 하거나 폐업을 한 점포들도 있기 때문에 실재 판매액 감소분은 더 큰 것으로 봐야 한다.) 약 5만 개 점포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평균적으로 30% 정도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매출감소가 큰 카테고리는 면요리와 육류였고 제과/스낵 > 한식 > 분식 > 중식 > 커피 순이었다.
상세 메뉴별로 살펴보면 3월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는 냉면을 비롯하여 양꼬치, 돼지갈비, 삼겹살, 곱창/대창 같은 외식 메뉴가 주로 매출 감소율이 컸으며, 육개장, 해장국, 순대국밥, 제육덮밥 같은 점심 식사메뉴나 치킨, 떡볶이, 탕수육, 족발 등의 배달음식, 그리고 커피와 식빵 같은 제과/커피류의 매출 감소율이 작았다.
매출이 감소한 반면 오히려 판매단가는 대부분 올랐다. 고깃집에서 후식으로 판매하는 된장찌개의 평균 가격은 3486원에서 3810원으로 9.3%가 올랐으며, 양꼬치 1인분도 9220원에서 1만60원으로 9.1% 올랐다. 핫도그는 1개당 1771원에서 1892원까지 6.8% 올랐으며, 국수 한 그릇은 5026원에서 5275원(5%), 자장면 한 그릇은 5082원에서 5299원(4.3%), 돼지갈비 1인분은 1만1863원에서 1만2365원(4.2%)으로 각각 올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손님 수가 급감했다고 해서 그만큼 판매단가를 올렸다가는 그나마 찾던 손님들도 발길이 끊길 수 있기 때문에 전년 대비 2~4%대 가격이 오른 메뉴들은 크게 올랐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매년 증가하던 것과 유사한 폭으로 보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