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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본 맞수열전 ② 치킨 vs 피자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의 변화상
입력 : 2020.04.02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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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사라졌다!’
코로나19가 요식업계에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손님보다 종업원이 더 많은 음식점이 부지기수라 들어가기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번잡하던 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줄서서 먹던 식당들도 한산한 분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며 배달업은 때 아닌 호황을 맞이했다. 집에서 맛집을 향유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시장의 판도 변화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전국이 코로나19로 본격적인 침체에 접어든 2월부터 3월까지 배달업 각 분야별로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또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해 짚어봤다. 특히 배달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는 치킨과 피자를 비교해 봤다.
수혜 입은 배달업은 ‘독야청청’
온 국민이 몸소 체감하고 있겠지만, 대기업에서부터 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경기 하락세가 여기저기서 관측되고 있다. 이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홀로 성장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배달 시장이다. 각종 자료를 통해 배달 시장의 증가율이 적게는 8%에서 특정분야는 20~30%까지 증가했다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아니었어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배달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배달전문 기업들은 정보가 공개된 2018년까지의 정보만 해도 이미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었지만, 2019년과 2020년 1분기를 지나면서 더욱 급격히 성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배달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명제가 100% 성립하는 것만은 아니다. 먼저 배달 시장은 생각보다 ‘원래 입지가 굳건한’ 블루칩이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겠다.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덩달아 업계 전반의 성장세는 이어왔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새로운 혁신적인 산업은 아니다. 예전부터 배달 시장은 음식업 내에서 일정 부분 차지하는 비중이 있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그 비중이 늘어난 것이지 없던 영역이 불쑥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그래서 ‘배달앱 서비스의 성장’과 ‘배달업의 성장’은 명확하게 구분해서 봐야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배달 시장의 외적인 규모의 성장(=총매출액의 성장)이 곧 배달업을 영위하는 개별 기업이나 점주에게 이득이 되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 경쟁관계가 그만큼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가 시켜 먹을 수 있던 음식 종류는 많아봐야 4~5개 정도였다. 배달 4대장이라고 불리던 ‘치킨, 피자, 중국집, 족발/보쌈’과 ‘한식/분식’이 거의 전부였다.
그런데 요즘 배달 앱 속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배달음식이 생겨났을까? 확실히 전보다 커피/디저트, 패스트푸드, 양식, 아시안, 찜/탕, 도시락, 회 등의 카테고리가 늘어났다.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따뜻하거나 신선한 음식들이 모두 배달 영역 안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방 녹아 없어지는 빙수나 아이스크림부터 삼겹살이나 와플까지 배달되는 것을 보면, 이제 외식과 배달의 경계가 대부분 무너졌음을 느끼게 된다.
큰 흐름에서는 예전에 비해 배달 앱이 활성화되면서 군소 프랜차이즈나 개인 점포들에게도 기회가 생겼다는 의견(롱테일 법칙)이 타당해 보이지만, 시장 형성기 혹은 진입시기가 끝나고 경쟁 사업자가 어느 정도 결정되고 나면 다시 마케팅력(力)을 갖춘 대형점포들이 매출을 독식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파레토 법칙)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고객들이 어떤 점포를 선택하는지 들여다보면, ‘상위에 노출되는 점포’, ‘리뷰가 많이 달린 점포’, ‘별점이 높은 점포’ 등이 그 기준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기준들이 모두 ‘마케팅力’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지금은 배달만 하면 다 성공할 것’ 같지만 결국 마케팅 잘하는 힘 있는 점포들로 매출이 집중되는 시기가 오면, 이보다 힘든 경쟁시장도 없다는 뜻이다.
넉넉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할 수 있고, 정보력을 갖춘 외식 대기업들은 수혜를 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부분 역시 의문이다. 사실 코로나19 이슈가 터지기 전부터 각 분야별 시장 1,2위 사업자들은 ‘주력종목의 배달’이 아닌 다른 활로를 뚫고자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었다. ‘배달’이 아닌 ‘홀 위주’의 영업방식이나 ‘테이크아웃’ 방식을 고민하기도 했고, ‘주력종목’ 외에 ‘보조종목(제2브랜드)’을 고민하기도 했다. 치킨의 경우에는 햄버거나 샌드위치, 떡볶이 같은 분식류를 제2브랜드로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있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며, 피자의 경우에는 스파게티나 짬뽕처럼 면요리와 주로 컬래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비비큐는 우쿠야(돈가스)와 올떡(떡볶이) 브랜드를 선보였고 교촌은 햄버거 브랜드를 론칭했다. 또 피자업계에서는 ‘니뽕내뽕’이라는 피자와 짬뽕을 컬래버한 새로운 콘셉트의 브랜드가 등장하더니, 스파게티·치킨·치즈볼에 이어 마라 같은 중국음식까지 사이드메뉴로 제공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BBQ 황금올리브치킨
치킨 시장과 마찬가지로 상위 브랜드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가맹점 수 기준으로는 1위 피자마루(615개)부터 19위 피자헤븐(79개)까지 상위 19개 브랜드에 가맹점 4834개가 집중되면서 15.2%의 가맹본부에 가맹점 80%가 편중된 현상이 나타났다.도미노피자 ‘30치즈&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피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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