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키워드는 ‘EXPERIENCE’ 좋은 경험이 고객 최우선 가치

    입력 : 2019.12.27 15:32:11

  •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해가 밝았다. 쥐가 12간지의 시작을 의미하는 만큼 올해는 어느 해보다 다른 시작을 맞이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빠르게 적응하려는 사람들은 2020년을 내다볼 수 있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관심을 모으는 것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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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한 해 동안 무수한 변화들에 직면한 것은 사람들에게 이 같은 경향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개인의 생활패턴 변화부터 4차 산업혁명이 바탕이 된 기술의 변화, 다양한 여론이 수용되는 사회의 변화까지 공사(公私)를 불문하고 바뀌는 시스템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그 변화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뿐이었다. 이 변화들은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지난 1년간의 변화는 앞선 5년보다 체감상 훨씬 빨랐다는 견해가 많다. 새해부터 키워드를 찾는 이유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들의 방패막이일 것이다. 새해는 지금까지 드러난 물리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화학적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부터 한 해를 전망하는 트렌드 키워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이 같은 갈망에 답하기 위해 CJ ENM 오쇼핑부문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공동으로 ‘2020 소비트렌드’를 발표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 소비트렌드를 바탕으로 2020년에 예상되는 전반적인 소비트렌드를 분석하면서 이미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더해 변화를 미리 체험해보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새해 소비자 트렌드를 ‘EXPERIENCE’로 표현했다. 고객의 좋은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라이프스타일, 여정, 구분, 관계 등 가장 중요한 축 4가지를 바탕으로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트렌드에서는 소비자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구매로 이어지는 길을 철자마다 10개로 나눠 ▲Extended Selves(다중모드) ▲Xtra-role of Housing, ‘Camele-home(카멜레홈)’ ▲Pleasurable Encounter(심(心)스틸러) ▲Everything Exactly for Me(미추에이션) ▲Redefined Ownership(대향유시대) ▲It’s the ‘Last Touch’, Stupid!(라스트 터치) ▲Emergence of ‘No-Effort Couple(No力부부)’ ▲New Influencer, My Daughter(딸빠, 딸에빠지다) ▲Calling for Digging People(디깅피플) ▲Embrace Your ‘Shopporters(쇼퍼터즈)’ 등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했다. 각각이 의미하는 바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올해 소비자 트렌드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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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 : Extended Selves (다중모드)

    첫 번째 키워드는 다중모드다. 하나의 정체성이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여러 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소비자가 등장했다는 의미다. 요즘 소비자가 몸은 하나지만 다양한 욕망 실현을 위해 모드 전환을 상시화한다는 내용이다.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여러 계정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내부에 있는 다양한 감성을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드러낸다. 특히 회사에서는 개인 삶에서의 인격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社)중인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할 때와 일상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집단, 혈연, 직업 등 지금까지 중요시됐던 단체 생활에서의 정체성 대신 개인이 가진 취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불가리아에서는 기업들이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직원들에 맞춰 복지 향상에 대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복지 향상이 궁극적으로 회사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믿는 기업들도 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도출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 ‘베네피트시스템’도 복지의 일환으로 모든 직원에게 멀티스포츠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만 있으면 불가리아 전 지역의 800개 이상의 스포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헬스, 요가, 수영 등 다양한 종목을 원하는 대로 배울 수 있어 직원들의 퇴근 후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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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 : Xtra-role of Housing

    ‘Camele-home(카멜레홈)’

    두 번째 키워드는 ‘카멜레홈’이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의 역할이 다양해졌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안방은 부부 방으로 쓰고 텔레비전과 소파가 있는 거실은 쉬는 곳으로 쓴다는 공간에 대한 룰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거실이 자녀의 놀이공간으로 활용되거나 영화관과 같은 멀티미디어 공간, 혹은 헬스장을 대체하는 운동 공간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늘어난 개인 여가시간이 집안 공간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인도 첸나이에서는 젊은 층들을 대상으로 가구 대여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가구 대여 업체 ‘퍼렌코’는 새로운 주거패턴과 수요를 파악해 월 1000루피(약 1만7000원)에 침대를 빌릴 수 있는 수준으로 가구를 빌려주고 있다. 타지로 근무지를 옮기는 경우가 많은 이 지역 노동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다.

    ▶P : Pleasurable Encounter(심스틸러)

    2020년 소비자 트렌드 세 번째 키워드는 ‘심(心)스틸러’다. 기분이 좋을 때는 쇼핑을 하고, 기분이 나쁠 때도 쇼핑을 하는 ‘쇼퍼’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비로 마무리되는 ‘기승전·쇼핑’족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유통업계에서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하는 광고업계에서는 이 같은 트렌드가 중요해지고 있다. 예전처럼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는 것으로는 현 시대의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 오히려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는 비판 속에서 반감만 살 수 있다. 대신 자신과 유사한 외모나 체형을 가진 일반인 모델을 통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광고도 재미 요소가 있거나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면 흥미를 보인다. 오히려 소비자가 광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 기존 언론을 대신하는 역할에 나서기도 한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스톡엑스’는 이 같은 쇼핑 선호자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리셀러숍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한정판 운동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매칭해 적절한 가격대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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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 : Everything Exactly for Me(‘미’추에이션)

    이번 트렌드의 네 번째 키워드는 ‘미’추에이션(Everything Exactly for Me)이다. 직면한 상황에 따라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시대다. 다른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상품과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구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로 인해 이제는 매우 세분화된 상황별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통합형 쇼핑몰에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상품을 검색하는 대신 특정 구매욕구에 대한 종합적인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패션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나 온라인 여행용품 편집몰, 수면용품 편집몰 등 전문성 있는 제품을 모아서 파는 곳이 주목받고 있다.

    ▶R : Redefined Ownership(대향유시대)

    다섯 번째 키워드인 ‘대향유시대’는 소유보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향유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트렌드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모토로 지금 현재를 즐긴다는 ‘욜로(YOLO)’족들이 늘면서 소유보다 경험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바꾼 소비 패턴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 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지품의 종류를 줄이거나 기간에 맞춰 나눠서 소유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미니멀라이프’가 강조되는 시대지만 완전한 자연 상태로는 현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욜로족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등장한 것이 ‘렌털’ 서비스다. 과거 정수기, 비데, 침대 등 생활용품으로 시작해 이제는 집, 자동차 등 공간까지 빌려 쓰는 시대가 됐다.

    지난 4월 베트남 차량 공유 업체 ‘패스트고’는 자동차가 아닌 헬리콥터 공유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가의 이용금액에도 붐비는 육지를 벗어나 빠른 이동을 원하는 수요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 : It’s the ‘Last Touch’, Stupid!(라스트 터치)

    여섯 번째 키워드는 ‘라스트 터치’다.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상품을 수령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소비자의 마음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기존의 배송이 신속하고 정확한 전달만 고려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상품을 받는 배송의 마지막 순간까지 배려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깔끔하고 정확한 포장과 친절한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해를 거듭할수록 덩치를 키우면서 지금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넘보지 못했던 오프라인 시장까지 압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스 형태로 물품을 받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방책은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다.

    그 예시가 바로 친환경이다. 재활용이 용이한 종이 재질의 박스, 테이프, 완충재 등을 사용하면 받는 순간부터 환경 보호에 일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거북이 사진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이후 친환경 정책에 대한 지지는 급격하게 올라갔다. 대규모 커피전문점들이 빨대를 종이재질로 바꾼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도입됐다. 소비자들도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친환경에 조금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 자제에 동참하고 있다.

    멕시코의 친환경 신발 제조 스타트업 ‘레노바레’는 칸쿤 지역에 쌓인 해양 쓰레기를 친환경 신발로 탈바꿈해 주목받고 있다. 신발이 단순히 발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신으면서 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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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 : Emergence of ‘No-Effort Couple’(No力부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정된 성 역할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이번 트렌드 분석에서 제시한 ‘No力부부’ 역시 가족 구성원들이 어머니가 집안일을 전담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모든 가정 구성원이 집안일을 분담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만 아이를 갖지 않는 2인 부부가 늘면서 되도록 힘을 들이지 않고 가사를 쉽게 해결하려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아이를 가진 부부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양육할 수 있도록 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부부들의 노력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 바로 간편식품(HMR)이다. 이들은 자신을 아끼지만 주어진 시간에 모든 일을 끝마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력 대비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N : New Influencer, My Daughter

    (딸빠, 딸에 빠지다)

    2020년 소비자 트렌드의 여덟 번째 키워드는 ‘딸빠, 딸에 빠지다’다. 딸이 추천한 옷을 입었을 때 더 큰 행복함을 느끼는 아버지 세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밀레니얼’로 불리는 2030 세대의 자녀를 둔 5060 세대가 자녀들의 의견을 참고해 소비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과거 부모님이 자녀들의 옷을 골라주는 하향구조로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형태에서 이제는 자녀가 얻은 정보와 추천, 후기 등을 참고로 부모 세대에게 조언하는 상향구조로 소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경제력을 가진 부모 세대가 젊은 세대의 의견을 참고로 소비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만든 제품들이 주목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C : Calling for Digging People(디깅피플)

    아홉 번째 키워드로 소개된 ‘디깅피플’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별한 소수를 뜻한다. 한 가지 영역을 깊게 파는 이들이 무수히 많아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모두가 하는 일을 같이 해야만 인정받았다면 이제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새롭게 찾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특정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일명 ‘오덕후’로 불리며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감추면서 ‘일반인 코스프레(일코)’를 한다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남들의 시선을 인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에 몰두하는 것이 이제는 전문성을 가졌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불특정 다수를 공략하는 대량생산 제품은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다.

    ▶E : Embrace Your ‘Shopporters’(쇼퍼터즈)

    이번 트렌드의 마지막 열 번째 키워드는 ‘쇼퍼터즈’다. 유망한 상품을 발견하면 투자하고, 원하는 상품이 있다면 스스로 개발자가 되면서 소비로 제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최근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만으로 투자를 받아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게 하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가 성장한 배경에도 쇼퍼터즈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후원이나 기부 형식으로 참가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로 키우고 있다.

    [박대의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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