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GI, 돈줄 막히고 투자자 지배구조 논란… 수익률 추락에 위기 맞은 강성부펀드

    입력 : 2019.08.27 16:48:33

  • ‘다시 피어오르는 분쟁의 씨앗’

    행동주의를 표방한 사모투자펀드(PEF) ‘강성부펀드(이하 KCGI)’가 한진칼에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를 예고하며 한동안 소강상태에 놓였던 KCGI와 한진칼 사이의 갈등의 불씨가 다시 커지고 있다. KCGI는 최근 지난해 12월 단행한 한진칼의 단기차입과 관련, 이사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구하는 소제기 청구서를 발송했다.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주대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게 KCGI의 방침이다.

    한 손으로 한진칼에 다시 날카로운 칼끝을 겨눈 KCGI는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KCGI는 동시에 국내 양대 국적항공사의 경영참여에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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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사’ 등장에 지분싸움 일단락!

    오너 회동 제안 막히자 소송전으로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진칼이 지난해 4월 조현민 전무의 물컵갑질을 시작으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은 시기에 KCGI는 같은 해 7월 조성된 1호 펀드를 시작으로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칼의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했다. 최근까지 한진칼 지분의 15.98%를 확보한 KCGI는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CGI 측이 지분추가매입 의사를 내비치며 경영권 다툼으로까지 비화되던 시기에 변수가 생겼다. 지난 6월 20일 델타항공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미 한진칼 지분 4.3%를 취득했으며, 양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득한 후에 10%까지 지분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8월 1일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5.13%(303만8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 등을 통해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델타항공이 백기사로 등장한 셈이다. 그러나 델타항공은 어디까지나 “전략적인 투자”라며 한진칼과 선긋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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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외국계 항공사 고위관계자는 “의사결정 과정이 보수적인 델타항공에서 한진칼과 지분매입과정에서 사전교감을 나눴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러나 현재 경영권진과 진행 중인 조인트벤처를 통한 협력관계가 변동될 가능성이나 항공업계 경험이 없는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백기사의 등장으로 지분싸움은 조원태 대표의 승리로 일단락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델타항공의 추가매입여지도 남아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에다 한진칼 주가하락으로 인해 KCGI의 펀드수익률도 악화되어 추가 자금줄 확보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내년 열릴 주주총회에서 델타항공이 한진칼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조 회장 측 지분은 총 34.06%(한진칼 우호지분 28.93%+델타항공 5.13%)로 KCGI 지분(15.98%)과 무려 18% 이상 차이가 난다. 델타항공이 앞서 밝힌 대로 지분을 10%까지 늘릴 경우 지분 격차는 더 벌어진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KCGI가 지분 격차를 따라잡으려면 3913억원가량(7월 26일 한진칼 시가총액 1조6600억원 기준) 추가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며 “신규 자금 출자자가 없을 경우 단기간 내 지분 격차를 줄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델타항공의 등장이후 KCGI는 지분매입을 중단하고 한진칼의 조원태 대표이사와 조현민 전무를 상대로 공개 회동을 제안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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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한진 경영진은 원칙론을 내세워 회동 제안을 거절했다. 한진칼 관계자는 “(KCGI가) 한진칼 2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주주제안과 같은 공식절차가 아닌 경영진 개인을 상대로 만남을 제안하는 형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칼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과 의지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한진칼의 새로운 경영진의 태도에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는 한편 소송전을 예고했다.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8월 8일 한진칼에 조원태, 석태수 대표이사 및 한진칼의 전현직 사외이사 3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줄 것을 청구하는 소제기청구서를 송부했다고 밝혔다. KCGI는 한진칼이 3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위한 소장을 법원에 직접 접수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칼의 2대주주인 KCGI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일가를 견제하기 위해 주주로서 행동에 나선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소송도 한진 일가의 경영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유튜브 개설하고 언론접촉

    여론전 나서는 강성부 대표

    소송을 통한 주주행동에 나서는 한편 강성부 대표 스스로도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인수 이후 언론노출을 꺼리던 강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준비 중”이라고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19일에는 ‘KCGI TV’라는 명칭으로 유튜브 공식 채널을 열고 첫 번째로 본인의 인터뷰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강 대표는 “앞으로 나와 신 부대표를 중심으로 지배구조에 대한 철학과 항공업계의 여러 이슈 등을 소재로 영상을 만들어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성부 대표의 태도변화의 이면에는 ‘위기론’이 자리했다. 강 대표는 “국내 항공업계가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과 한일 무역분쟁으로 업황이 악화되고 있고 저가항공사도 3곳이나 추가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위기탈출을 위한 조정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체자금 조달만으로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어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국내외 여러 전략적 투자자(SI)를 찾고 있는 상태”라며 “다음 달쯤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IB 업계에 따르면 KCGI는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에서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받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KCGI의 경우 재무적투자자(FI)의 자격으로 단독 입찰을 할 수 없어 국내외 대기업과 연대를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KCGI는 대한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국내 국적항공사 2곳에 모두 FI로 참여하게 된다. 이 경우 규모의 경제를 통한 항공산업 재편에 주도권을 갖게 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KCGI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KCGI의 주요투자자로 알려진 중견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행동주의 펀드에 참여하는 데 부담이 적지만 대기업의 경우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쉽게 파트너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부 대표는 이러한 전망에 대해 2017년 현대시멘트 M&A 성공사례를 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말 그대로 ‘깜짝 역전극’이 펼쳐졌던 현대시멘트 딜에서 당시 강 대표가 이끌던 LK투자파트너스는 한앤컴퍼니, IMM PE, 베어링-글랜우드 컨소시엄 등을 제치고 현대시멘트 인수에 성공한 바 있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해 “앞서 우리는 현대시멘트 인수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라며 “마지막 날까지 결과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부 KCGI 대표
    강성부 KCGI 대표
    강성부 대표 연세대 경제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증권, 동양종금증권을 거쳤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채권분석팀장과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을 지냈으며 2015년 LIG그룹의 사모펀드인 LK파트너스 대표로 취임했다. 강 대표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건 2017년 초 LK파트너스 대표 시절 시멘트업계의 큰손인 한앤컴퍼니를 제치고 현대시멘트 인수에 성공하면서부터다. 당시 한앤컴퍼니, 베어링PEA·글랜우드PE,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현대시멘트를 손에 넣으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강 대표가 내놓은 KCGI의 블라인드 펀드는 출시 1개월여 만에 16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모았다.

    ▶한진칼 주가하락에 펀드수익률 줄줄이 마이너스

    아시아나 인수 카드 국면전환용?’ 의구심도

    아시아나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힌 KCGI에 대한 여론은 그리 좋지 않다. 강 대표가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대결이 여의치 않자 국면 전환용 카드로 꺼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칼의 우군으로 델타항공이 등장한 상황에서 반격 카드가 마땅히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KCGI가 한진칼의 지분을 처분하고 아시아나 인수에 올인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강성부 대표는 이에 대해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한진칼 지분추가 매입이나 향후 액션 등에 대한 이야기는 법률상 할 수 없다”라며 “다만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들어온 만큼 단기간 내에 한진칼 지분을 처분할 계획은 없다는 점은 분명히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KCGI의 추가자금 확보를 위한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진칼 주가가 급락하면서 펀드 평가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에 따라 한때 5만원에 육박하던 한진칼 주가는 최근 2만8000원대(8월 19일 기준)로 떨어졌다.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KCGI가 가진 5개 펀드(그레이스, 엠마, 디니즈, 캐롤라인, 베티) 중 그레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펀드의 평균매입단가를 고려하면 모두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저가매수에 나선 1호 펀드인 그레이스홀딩스 역시 평균매입단가가 공시되지 않은 부분을 제외하면 현재주가보다 높은 가격대에 매입한 것으로 공시돼 수익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성부 대표는 수익률 부분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그는 “공시되지는 않았지만 초기에 저가매수에 나선 1호 펀드의 경우 20%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같은 기간 코스피가 20%이상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수익률은 더욱 크다”라고 설명했다.

    후속 펀드의 수익률 부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에 대해 묻자 그는 “초기펀드와 후속펀드의 투자자들이 상당부분 겹친다”며 “펀드자체의 록업(Lock-Up·주식매각금지기간) 기간이 10년이고 투자자들도과 오랜 기간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흔들림이 없이 함께 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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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칼 주가하락에 펀드수익률 줄줄이 마이너스

    아시아나 인수 카드 국면전환용?’ 의구심도

    아시아나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힌 KCGI에 대한 여론은 그리 좋지 않다. 강 대표가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대결이 여의치 않자 국면 전환용 카드로 꺼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칼의 우군으로 델타항공이 등장한 상황에서 반격 카드가 마땅히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KCGI가 한진칼의 지분을 처분하고 아시아나 인수에 올인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강성부 대표는 이에 대해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한진칼 지분추가 매입이나 향후 액션 등에 대한 이야기는 법률상 할 수 없다”라며 “다만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들어온 만큼 단기간 내에 한진칼 지분을 처분할 계획은 없다는 점은 분명히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KCGI의 추가자금 확보를 위한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진칼 주가가 급락하면서 펀드 평가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에 따라 한때 5만원에 육박하던 한진칼 주가는 최근 2만8000원대(8월 19일 기준)로 떨어졌다.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KCGI가 가진 5개 펀드(그레이스, 엠마, 디니즈, 캐롤라인, 베티) 중 그레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펀드의 평균매입단가를 고려하면 모두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저가매수에 나선 1호 펀드인 그레이스홀딩스 역시 평균매입단가가 공시되지 않은 부분을 제외하면 현재주가보다 높은 가격대에 매입한 것으로 공시돼 수익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성부 대표는 수익률 부분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그는 “공시되지는 않았지만 초기에 저가매수에 나선 1호 펀드의 경우 20%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같은 기간 코스피가 20%이상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수익률은 더욱 크다”라고 설명했다.

    후속 펀드의 수익률 부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에 대해 묻자 그는 “초기펀드와 후속펀드의 투자자들이 상당부분 겹친다”며 “펀드자체의 록업(Lock-Up·주식매각금지기간) 기간이 10년이고 투자자들도과 오랜 기간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흔들림이 없이 함께 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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